드디어 컴백했다. 5년 5개월 전, 불미스러운 일로 은퇴를 선언한 그녀가 ‘연기가 천직’이라며 돌아왔다. 당황스러운 것도, 반가운 것도 사실이다. 그 이름 자체로 뉴스메이커가 되는 톱스타 황수정이기 때문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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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정한 흰색 의상을 입은 황수정이 인터뷰 장소로 걸어왔다. 전성기 때보다 다듬어진(?) 몸매가 눈에 먼저 들어왔다. 한 사이즈 줄었다는 그녀의 수줍은 대답. 트레이드마크인 고전적인 모습과 조근조근한 말투는 여전했다. 카메라 플래시가 정신없이 터졌다. 당황하고 긴장된 표정이 스쳤지만 속내를 들키지 않으려고 여유롭게 웃어 보이는 그녀는 천생 배우였다.
그녀가 카메라 앞에 다시 서기까지는 꼬박 5년 5개월이라는 세월이 걸렸다. 불미스러운 일로 은퇴를 선언했고 그 과정에서 황수정은 대중에게 ‘발칙한 여자’로 낙인 찍혔다. 그래서인지 그녀에게‘세상 밖으로’는 부단히 어려운 일이었다. 상대역 배우들의 반대로 번번이 컴백이 무산된 것이다.
그녀를 ‘선택’한 작품은 SBS 금요드라마 <소금인형>. 황수정은 아픈 남편의 수술비를 마련하기 위해 자신을 사랑하던 남자와 동침하는 10년차 주부로 열연한다. 사실 소속사에서는 평범하지 않은 이 배역으로 컴백하는 것을 반대했다고 한다. 그녀에게 덧씌워진 마약과 불륜의 이미지를 벗는 데 역효과를 낼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녀가 이 배역에 강한 애착을 드러내 컴백하게 됐다는 후문이다.
그녀에게 던진 첫 질문은 근황. 단답형 대답이 돌아온다. “잘 먹고 잘 지냈어요.(웃음)”은둔 시절, 그녀의 아버지에게 황수정의 근황을 물으면 늘 돌아오던 대답이다. “그러니까요, 어떻게 잘 먹고 어떻게 잘 지냈는지 궁금하다니까요.” 그녀는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말을 잇는다.
“보통 사람들처럼 그렇게 하루하루를 지냈어요. 등산도 하고 책도 읽고 평범하게요. 등산은 주로 어머니와 했는데 이유는 단지 집 앞에 산이 있어서….(웃음) 활동적인 성격이 못 돼서 외출을 많이 하지는 않았지만 간혹 동생이 있는 외국에 다녀오기도 했어요. 여행을 많이 하고 싶었는데 쉽지 않더라고요.”
단답형보다는 훨씬 정감 있는 대답이다. 그녀는 그렇게 기자에게 마음을 열기 시작했다.
다른 일도 생각해보았지만 배우일 때 가장 행복 사실 황수정은 정말 잘 먹고 잘 지냈다. 외출할 때 모자를 푹 눌러쓴 것을 제외하고는 여느 싱글 여성들처럼 남자친구와 데이트를 즐기고 건강이 좋지 않은 어머니를 돌보며 평범하게 지냈다. 몰라보게 체중이 줄어 사람들이 알아보지 못한 것도 ‘자연인’으로 돌아갈 수 있던 비결이라면 비결. 지난해 3월 기자가 목격한 그녀는 대낮, 남자친구와 대형 마트에서 데이트를 했지만 그 누구도 알아보지 못했을 정도다. 서른여섯 황수정에게 결혼에 대한 질문도 던졌더니, “결혼요? 글쎄요…” 하며 말끝을 흐린다. 좀더 인간적인 대답을 기대해보며 “쉬는 동안 힘든 순간도 있지 않았느냐?”고 물었지만 그녀는 동요하지 않는다. 컴백하면서 지난날의 과오를 오버랩하고 싶지 않은 모양이다.
“모든 상황은 생각하기 나름이에요.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는 말도 있잖아요. 지난 5년 5개월은 앞만 보고 달려온 저에게 몸과 마음을 충전하는 값진 시간이었어요. 헛되게 보낸 시간이 없기 때문에 후회도 없어요. 무엇보다 가족들과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어 행복했어요. 언제나 제 편이 되어주는 가족은 제가 사는 이유이기도 하지요.”
황수정은 효심이 지극한 장녀다. 그 위치가 주는 부담감이 다시 카메라 앞에 설 수 있게 한 원동력인지도 모른다. 그녀는 경기도 하남시에 살고 있는 부모님과 떨어져 서울 강남의 한 빌라에서 수년째 독립생활을 하고 있지만 수시로 본가를 오가며 가족들과 시간을 보낸다. 건강이 좋지 않은 어머니와 다정하게 외출하는 모습도 종종 목격됐다. 극중 상대 배우인 김영호가 말하는 황수정의 평소 모습은 어떨까.
“첫 느낌은, 예뻤어요. 그리고 제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좋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죠. 육개장이나 된장찌개도 얼마나 잘 먹는데요.(웃음) 화려한 사람 같지만 소박한 사람이었고, 다른 여배우들처럼 까다롭지도 않았죠. 무엇보다도 연기 호흡을 맞추면서 천생 배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눈이 아주 매력적이죠.”
<소금인형>이 첫 방송되던 날, 황수정은 홀로 집에서 TV를 시청했다. 긴장한 탓일까, 자정이 다 돼서야 촬영장에 나타났다는 후문. 하지만 높은 시청률과는 별개로 때 아닌 연기 논란에 다시 한 번 가슴앓이를 해야 했다.
“오랫동안 멈춰 있던 시간이라 감을 잡는 게 어려웠어요. 화면을 보니 부족한 부분이 얼마나 많은지 민망하기도 하고, 얼굴은 나이가 그대로 다 보이고….(웃음) 어색했어요. 어색해서 힘들었어요. 부족해서 그런가 봐요. 하지만 공백 기간 동안 팬들의 사랑도, 연기도 너무 그리웠기에 행복하기도 했어요. 첫 촬영을 앞둔 날 밤은 한숨도 못 잤어요.”
그녀는 행복한 모습을 숨기지 않는다. TV 화면에 자신의 모습이 채워진다는 게, 연기를 할 수 있다는 게 가슴 벅차지만 두려운 일이었을 게다. 사실 그녀는 5년 전, 배우 황수정이 아닌 여자 황수정으로 돌아가겠다며 자신을 둘러싼 과열된 취재 경쟁을 자제해줄 것을 요구하며 간접적으로 은퇴를 선언했다. 그런 그녀가 은퇴를 번복한 이유는 무엇일까.
“연기가 아닌 다른 일을 진지하게 생각해보기도 했어요. 근데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더라고요. 사회생활을 처음 시작한 곳도 이곳이고, 연기 외에 해본 일도 없고요. 그래서 언젠가는 기회가 올 것이라 생각하고 기다렸어요. 5년 5개월이 아닌 더 긴 시간이라도 기다렸을 거예요. 지나고 나서 생각해보니 타이밍이 중요하더라고요. 사실 연기자로 살 수밖에 없게끔 만든 건 기자들이었어요. 이 말엔 많은 의미가 담겨 있겠죠.(웃음)”
시간이 흐르면서 연기가 천직임을 깨달았다는 그녀는 숨기고 싶은 자신의 사생활을 낱낱이 폭로한 기자들에 대한 서운한 마음도 스스럼없이 드러냈다. “당시엔 기자 분들이 밉고 부담스러웠지만 지금은 감사해요. 이전의 관심을 지금도 부탁드릴게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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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그래서 수정누나의 브라운관 주인공 이미지는 모든 남심(男心)에 큰 위문이 되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