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건설 현장/ 김효신
나사를 조이고 앙카를 박는 소리
지게차 동동대며 먼지 속을 헤집네
허공 집 오차 없이 짓는 건설장의 나는 인부
타설 작업 갱폼 시공 대마에 조출까지
어색한 용어에 낯선 외국인들 부려가며
거대한 공중 크레인 키를 자꾸 높이네
땅값이 비싼 것도 집값이 비싼 것도
인건비 탓이라는데 우리는 가난하고
인력난 반복되고도 누군가는 집을 짓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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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장의 연장/ 박종대
인간이 연장을
만드는 동물인가
저기 저 그 연장
하는 짓 좀 보세요
자기를
만들어 놓은
그 인간을 제 연장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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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 송행숙
사내는 오백 년쯤 뿌리내린 소나무였다
어렴풋한 전생 어디쯤 솔잎으로 돋은 사랑
이제는 주름진 몸으로
그 옛날을 추억하고
눈물이 꽃무늬로 가슴을 수놓은 날
강물에 빠진 달을 코로 당겨 마셨지
세월이 아버지 콧등에
흘러내렸다 주르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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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강/ 윤종남
철원 지나 포천에서 연천으로 이어지는
거대한 적벽의 강, 아버지의 강을 따라
전곡리 선사인들이 모여 살던 터전이다
홀로 그 모든 것을 품어 안는 저 한탄강
바람이 풀어놓은 수천수만 개 이야기가
서해로 흘러 들어가는 임진강을 배웅한다
고되고 참 힘이 드는 북으로 가는 길에
오늘은 이 시름을 받아주는 풍경 있으니
강 건너 발 담근 협곡 봄은 이미 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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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게시글
문학지 속의 한 편
시조미학 2023겨울호
바보공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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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1.16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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