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제때 처분하지 못한 것이 후회막급이다. “끝없이 내려가는데 팔아버릴까?” “엄마는 그렇게 손해보고 팔아서 그 돈으로 뭐 할 건데요? 돈 당장 써야 해요?” “아니, 딱히 쓸 데는 없지.”
2)딸아이는 주식은 팔지 않는 이상 손해 본 게 아니니 기다리라고 했다. 경기가 침체된 현실과 미국 금리, 환율의 변동과 주가의 관련성을 말하며, 주식으로 스트레스 받지 말고 연금으로 쓰게 내버려 두라고 조언했다.
3)아이는 주식이 회복되는 데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 거라는 견해였다. 투잡으로 재테크 1인 방송을 시작한 딸아이는 매일 관련 서적을 읽고, 경제 신문도 분석하고 있기에 그 말을 믿어보기로 했다.
4)내가 처음 주식에 손을 댄 것은 몇 년 전 딸아이의 수익금을 보고 나서이다. 주식을 시작한 아이가 몇 달 만에 투자금의 100% 수익을 냈다고 자랑했다. 귀가 얇은 나는 구미가 확 당겼다. 땀 흘려 노력한 돈이 아니면 믿지 않고, 요행은 바라지도 않던 남편도 주식에 관심을 보였다. 남편과 의기투합하여 내 스마트폰에 증권 계좌를 개설하여 주식을 사 모았다.
5)딸과 투자 성향이 다른 남편은 투자할만한 회사의 자료를 검색하고, 유튜브 영상도 시청하며 나름대로 주식 보는 눈을 키웠다. 안전하다고 판단한 주식을 남편이 골라주면, 나는 그것을 매입했다. 테마주와 우량주가 주류였던 우리 주식은 ‘주린이’였던 우리 부부에게 큰 재미를 주었다. 매일 큰 폭으로 오르내린 주가와 나의 탁월한 단타 능력으로 단기간 큰 수익을 맛보았다. 가끔은 하루의 수익이 내 월급을 넘어서기도 하였다. 그 덕택에 기분 좋게 치맥을 먹는 날이 많았으며 남편과도 더없이 사이가 좋았다.
6)그 당시 나는 단타의 고수 같았다. 치고 빠질 때를 잘 아는 눈치꾼이 나였다. 지금 생각하면 가소롭기 그지없었지만` 그때는 우리 부부가 주식 투자에 꽤 소질이 있는 줄 알았다. 주식으로 손실을 봤다는 사람이 이해되지 않을 만큼 기세등등했다.
7)초심자의 행운이 있다더니 딱 거기까지였다. 두어 달 상승곡선을 타던 주식들이 해가 바뀌자 맥을 추지 못하였다. 붉은색이 차차 사라지더니 급기야는 주식 전체가 파란색으로 도배 되었다. 우리를 희희낙락하게 하던 수익금이 사라져버려도 더 큰 수익이 날 것이라는 희망을 버리지 못했다. 남편은 “지금이 제일 저점이니 매수할 기회다.”라고 했다. 자꾸만 투자금을 늘리자고 했고, 매입가를 정해 주기까지 하였다. 남편의 고집에 못 이겨 투자금을 늘려 물타기를 하였지만 손실금만 늘었다. 수익을 많이 봤을 때는 분홍빛이던 세상이 더 이상 아름답지 않았고 남편과 대화도 엇나가기만 했다.
8)곤두박질치는 주식에 신경이 쓰여 일상생활이 흐트러졌다. 코스피, 코스닥 지수에 따라 일희일비하는 우리 부부에게 주식 투자는 맞지 않는 것 같았다. 다시는 주식을 하지 않겠다는 각오로 남편에게 모든 주식을 정리하자고 했다. 남편도 적지 않은 스트레스로 지쳤는지 동의했다. 그날로 주식을 몽땅 매도하고 다시는 그 시장을 엿보지 않으리라 다짐하였다.
9)세상에는 중독성이 있는 일들이 꽤 많다. 도박이나 마약이 그렇고 알코올이 그렇다고 한다. 정치가 중독성인 것도 의회에 있는 지인들을 보아 익히 알고 있다. 그런데 주식도 그 대열에 낀다는 걸 알았다.
10)주식을 다시는 하지 않겠다며 정리한 지 한 달 남짓 흘렀을까. 남편은 최저점이라며 주식을 매수 하자고 운을 뗐다. 나 또한 본전 생각이 나기도 했고, 잠깐 사이에 큰 수익을 낸 경험이 있어 그 짜릿한 맛을 또 느끼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그리하여 남편이 오를 거라고 확신하는 정치 테마주 몇 종목과 우량주를 매입하였다.
11)얼마 지나지 않아 참을성이 부족했음을 실감했다. 최저점 좋아하시네. 지금 보니 그때가 최고점을 막 지난 가파른 내리막길이었다. 하염없이 하향곡선을 탄 그래프로, 달이 바뀌자 주식 보유액의 앞자리가 바뀌었다. 어쩌다 원금회복이 된 종목이 있었지만, 주가가 더 오를 거라는 희망으로 매도시기를 놓치기 일쑤였다. 전체적인 손실을 줄이려 망설이다가 회복은 멀어져만 갔다. 절대로 하지 않겠다며 정리했던 그때보다 더 큰 손실이 생겼다. 몇 년 치의 내 연봉이 허공에 떠 있다. 예전 것은 차치하고라도 지금 가진 주식만 회복된다면 다시는 하지 않겠다는, 장담할 수 없는 다짐이 공허했다.
12)가상화폐 시장에서는 10만 원 대에 거래되던 코인이 하루만에 99% 폭락하여 상장 폐지되었다고 했다. 휴지 조각으로 변한 그 코인에 투자하지 않은 것만으로도 얼마나 다행인가. 스스로 위안하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13) 딸내미 말대로 연금에 넣은 셈 치고 기다려야 할 것 같다. 그러다 보면 또 혹시 모를 일이지. 먼 훗날엔 주가가 뻥 튀듯 부풀어 노년을 여유롭게 장식해 줄지. |
첫댓글 재태크를 공부하고 있다.
진즉 공부를 했어야 하는데... 만시지탄이라 했던가! 자위하며~~
연말까지
30권을 읽고 정리하는 것을 목표로, 탈피(脫皮)의 과정을 거처... 인생 2기 삶을 꿈꾼다.
경제용어 하나 하나 공부하면서...
새로운 경험을 쌓고 노력하는 것만이 궁핍하지 않은 내일을 만든다는 희망을 갖고
더 나은 내일을 꿈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