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미인이신 분이 군인이셨어요?"
"역시 포스가 느껴지더니, 군인이셨군요?"
"어쩐지..."
직업군인이었던 것을 알게 된 사람들의 반응은 다양하다.
여군이었던 나의 이력에 관심을 보인다.
브런치를 통해 알게 된 작가분들과 합평회를 했다.
합평회를 마치고 지하철을 타러 가는 길. 다른 작가분의 칭찬(?) 한 마디에 기분이 좋아진다.
2.30대를 보내며 군복 입은 나를 무척 자랑스러워했었지!! 그땐 그랬었지!!
내 인생의 한 페이지였던 시간, 글 속에도 자주 등장하는 군대 얘기들..
숨길 수 없는 과거의 이력이다.
한 대학원에서 진행하는 운동 프로젝트에 참가하고 있다.
일주일 3회, 한 시간가량 운동을 하면서 새로운 인연도 만났다.
운동을 알려주는 대학원생 선생님들과 같은 시간에 운동하는 분들.
어느 날, 운동 선생님이 물었다.
"예전에 혹시 다른 운동해 보셨어요? PT를 받으셨거나.. "
"아니.. 가끔 헬스장에 가기는 했어도 전문적으로 PT를 받지는 않았어요.
오래전에 직업군인이었고 운동을 좋아해서 그런가 봐요 ㅎㅎ."
"역시~~ 운동 자세가 다르고 러닝도 잘하시고 체력도 좋으시길래.. 운동을 하신 줄 알았어요."
그렇게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나의 전직이 알려지게 되었다.
(임관한 지는 30년, 전역한 지는 20년도 더 지났는데...)
군인정신의 사전적 의미는
'군대에서 임무와 직무를 맡아보는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가지는 고유한 정신'
'나라와 민족을 위하여 죽음을 무릅쓰고 책임을 완수하는 군인의 마음가짐'이다.
'싸라 있네(살아있네)~~ 군인정신'
아직도 살아 숨 쉬는 이 놈의(?) 군인정신. 여전히 내 몸과 정신을 지배하고 있다.
과거가 밝혀졌으니 운동도 적당히 할 수가 없다.
FM(정석)대로 자세 잡고 각 잡고, 러닝도 힘껏 달려본다.
왜 전직을 알려줘서... 살짝 후회가 몰려온다. 대충 설렁설렁할걸. ㅠㅠ
더 열심히 잘해야 한다는 강박(?)도 생긴다.
남들이 뭐라고 하는 것도 아닌데 그런 의식이 꿈틀댄다.
30분 러닝도 힘들지 않은 척(?)하며 열심히 뛴다. 헉 헉~~ 속으로는 힘들어도 내색하지 않는다.
첫 아이를 낳던 28년 전 산부인과에서도 그랬다.
산모의 직업란에 '군인'이라 썼고 여군이란 사실을 알게 된 간호사 앞에서 출산의 고통을 인내해야 했다.
군인이라 다르다는 말을 들어야 한다는 강박증(?)으로 고함소리도 내지 못했다.
'군인이 뭔 꾀병이람? 저렇게 참을성이 없어서야~ '
이런 얘기는 안 듣고 싶었다.
옆에 누운 산모는 죽는다고 고래고래 고함을 질러댄다.
아~ 아~ 이 따끔 비명도 지르고 싶었지만 속으로 삼켰다.
'난 군인인데... 다른 산모들과는 달라야 해. 참아야 하느니라~~'
4시간의 산통 끝에 출산을 하고 나니, 간호사들이 그랬다.
"역시 군인이시라 씩씩하게 잘 참으시네요. 소리도 안 지르시고~~"
야! 이 사람들아. 나도 사람인데 왜 안 아프겠나? 참았을 뿐이네요.
군인이 그 정도도 못 참고 소리 지르나 놀림당할까 봐. 참고 또 참았다네.
군인정신은 미친(?) 정신이라는 비하도 있다. 수긍가는 면도 있기는 하다.
그러나 불가능을 가능하게 해야 하는 것도 군인정신이다.
때론 미친(?), 그러나 불굴의 군인정신을 배웠고 그 정신으로 오늘도 살고 있다.
절대 포기하지 마라. 안 되면 되게 하라. 용기. 자신감. 인내. 의지. 책임감
마음의 자세나 태도가 정신이고
삶을 지배하는 큰 부분이 바로 정신이다.
내 인생을 살아가는데 군인정신은 큰 도움이 되었고 나를 지배하고 있다.
오늘도 "싸라 있네. 군인정신"을 외치는
나의 전직은 군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