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비앙 로즈(La Vie En Rose)
최용현(수필가)
프랑스 파리의 빈민가, 서커스 단원인 아버지와 길거리 가수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에디트는 주정뱅이 어머니에 의해 외할머니에게 맡겨졌다가 다시 아버지에 의해 친할머니에게 맡겨진다. 친할머니는 매춘업소를 운영하는 포주였는데, 어린 에디트는 이곳에서 유년시절을 보낸다. 제때 끼니를 챙겨먹지 못해서 늘 몸이 허약했고, 각막염을 심하게 앓아 한 동안 앞을 못 보기도 했다.
열 살 무렵, 에디트는 서커스단에서 나온 아버지를 따라 이곳저곳 떠돌아다니며 아버지의 공연에 맞춰 노래를 부르며 구걸을 한다. 성장한 에디트(마리옹 코티아르 扮)는 아버지와도 떨어져 친구 모몽(실비 테스티 扮)과 함께 길거리에서 노래를 불러서 번 돈으로 술을 마시고 불량배들과 어울려 다니며 문란한 생활을 한다. 에디트가 17세에 낳은 아이는 뇌수막염으로 숨을 거둔다.
스무 살 무렵, 길거리에서 에디트의 노래를 들은 파리의 유명한 카바레 사장 루프레(제라르 드파르디외 扮)가 에디트에게 ‘작은 참새’라는 뜻의 ‘에디트 피아프’라는 예명을 지어주고, 자신의 카바레에서 가수로 데뷔시킨다. 에디트는 그 카바레의 스타가 되어 매스컴에도 오르내리게 된다. 그러다가 아버지처럼 의지하던 루프레가 마피아에 의해 살해되면서 에디트는 온갖 모함에 시달리게 되고 인기도 시들해진다.
에디트는 전에 자신에게 명함을 주면서 찾아오라고 했던 시인이며 작사가인 레이몽을 찾아간다. 레이몽은 에디트에게 발성과 창법에서부터 제스처, 무대 매너까지 혹독하게 트레이닝을 시키는데, 그의 지도를 받은 에디트는 가수로서 비약적인 성장을 한다. 이제 대형 홀에서 공연을 하고 프랑스 전역에 순회공연도 하게 된다.
에디트의 공연을 본 프랑스인들은 작은 체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폭발적인 가창력과 엄청난 에너지, 열정적인 무대 매너에 열광한다. 드디어 거리의 가수에서 불멸의 아티스트로 성장한 것이다. 미국으로 건너간 에디트는 ‘라비앙 로즈(La Vie En Rose)’ ‘사랑의 찬가(Hymne A L’amour)’ ‘파담 파담(Padam Padam)’ ‘아니, 난 후회하지 않아(Non, Je Ne Regrette Rien)’ 등 수많은 히트곡을 내며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한다. ‘라비앙 로즈’ 앞부분의 우리말 가사이다.
나의 시선을 떨구게 하는 눈, 입가에서 사라진 미소
바로 그 남자의 초상화예요. 나는 그의 것이에요.
그는 나를 안아줄 때마다 내게 속삭이면서 말해요.
‘내 눈에 장밋빛 인생이 보여.’ ……………
에디트가 무대에서 부르는 ‘라비앙 로즈’를 들은 당대 최고의 여배우 마를레느 디트리히는 에디트의 테이블로 찾아와 ‘오랫동안 파리에 못 갔는데, 오늘밤 당신의 노래를 들으니 파리에 와있는 것 같았고, 그 목소리에 파리의 영혼이 담긴 것 같았어요.’ 하며 인사를 한다.
이 무렵, 에디트는 세계 미들급 권투 챔피언 막셀(장 피에르 마틴 扮)을 만나 사랑에 빠진다. 막셀에게는 아내와 세 아이도 있었지만, 그도 에디트와의 은밀한 사랑을 불태운다. 에디트는 막셀을 운명의 남자로 생각하며 열정을 쏟는다.
막셀에 푹 빠져있는 에디트에게 소외감을 느낀 친구 모몽이 떠나가고, 사랑하는 막셀은 저 멀리 바다 건너에 있고…. 미국에서 홀로 지내며 외로움에 지친 에디트는 프랑스에 있는 막셀에게 전화를 걸어 속히 비행기를 타고 뉴욕으로 와달라고 한다.
다음날, 막셀이 탄 비행기가 대서양에 추락했다는 소식을 듣고 에디트는 절망과 고통의 늪에 빠지고 만다. 이때부터 에디트는 술과 마약에 의존하게 되면서 건강이 급속도로 악화된다. 몸도 마음도 망가져서 무대에 서는 것조차 어려워졌지만, 그녀는 죽기 1년 전인 1962년, 46세의 나이로 프랑스 올림피아공연장에서 혼신의 힘을 다해 마지막 공연을 한다. 이곳에서 자신의 주제가 같은 ‘아니, 난 후회하지 않아’를 열창하면서 영화가 끝난다.
‘라비앙 로즈’는 ‘장밋빛 인생’이란 뜻으로 프랑스의 국민가수 에디트 피아프가 1947년에 발표한 노래의 제목이면서, 올리비에 다앙 감독이 연출한 에디트 피아프의 일대기를 담은 전기(傳記) 영화의 제목이기도 하다. 이 영화는 프랑스 대중가요 역사상 최고의 가수였던 에디트 피아프의 삶을 플레시백으로 시간대 순으로 보여주고 있다. 영화를 보고 나면 에디트 피아프의 전기를 읽은 느낌이 든다.
보통 전기 영화는 주인공의 특정시기 혹은 특정한 주제에 집중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이 영화는 에디트의 불우했던 어린 시절과 화려한 성공,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 말년까지의 치열했던 삶을 모두 보여준다. 에디트는 말년에 한 잡지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지난날에 대해서 ‘후회는 없다.’고 하면서 모든 여성들에게 ‘사랑하세요.’라는 말을 남긴다. 이 영화는 에디트의 굴곡진 인생과 주옥같은 음악들로 2시간 8분의 러닝 타임을 꽉 채우고 있다.
‘라비앙 로즈’는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과 분장상을 수상했다. 에디트 피아프 역을 맡아 혼신의 연기를 펼친 마리옹 코티아르는 비영어권에서 소피아 로렌에 이어 두 번째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아울러 세자르 영화제 5개 부문을 포함해서 골든 글로브와 영국 아카데미 등에서 여우주연상을 휩쓸었다.
여주인공 마리옹 코티아르는 에디트 피아프에 완전히 빙의된 듯 그녀의 말투나 표정, 목소리 톤, 몸짓까지 신들린 듯 재현해낸다. 젊은 에디트부터 약물에 중독된 에디트,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에디트까지…. 굳이 흠을 잡자면 에디트 피아프의 키가 147cm인데 비해, 마리옹 코티아르의 키는 166cm라는 것 정도이다.
첫댓글 가을이면 생각나는 autumn leaves 그중에서 에디트 피아프가 부르는 노래가~^^
에디트 피아프도 autumn leaves를 불렀나 보군요. 이브 몽탕이 부른 건 아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