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펠냉장고 폭발과 관련한 현재 삼성전자의 태도는 마치 우리가 전자제품이
고장나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설명서를 읽을때 느끼는 그것과 매우 흡사하다고
느꼈다.
가전제품이 고장났을때 소비자들은 대개 AS센터에 전화를 하거나
구입했을때 들어있던 사용설명서를 참고하게된다.
그것에 적혀있는 전혀 쓸데없는 주의사항들과 고장시 대처요령 따위를
읽어보면 대략 이런것들로 구성되어있다.
1.a버튼을 누르면 a기능이 작동 됩니다.
2.b기능을 정지하려면 b 버튼을 한번 더 누르세요.
3.갑자기 전원이 들어오지 않습니까? -> 플러그를 꼽아주세요.
지극히 기능적으로 무언가 나와있을듯 하지만 실은 기계적이며 한편으론
이중적이어서 배면의 메시지가 있진 않나 싶기도하다.
사실 설명서라는건 처음부터 자기지시적이며 소비자의 능동적인 태도와는
정 반대로 사고를 지극히 단순화시키려는 착안을 갖게만든다.
AS센터도 마찬가지, 겨우 전화연결이 되면 안내원은 내게 무언가 뻔한 플롯들을
던지면서 기계의 상태를 재차 확인시킨다. 아마 기계의 구조와 작동원리에
대해서는 그 가전을 산 내가 더 잘알지 않나싶다.
대개는 신경질적으로 닥달해야 AS기사가 내방을 한다.
어떤식의 대처에도 소비자의 지루함을 유발하고 뻔한 태도를 보이는 삼성과
사용설명서는 참으로 닮아있다.
더이상 피해갈수는 없었는지 드디어 8시 뉴스에서도 삼성의 냉장고
폭발건을 방영했다. 냉매파이프와 전자장치의 쇼트로 폭발이 일어난것으로
보고 과열 방지용 안전장치를 장착해준다고 한다.
그런데 이건 엄밀한 의미에서의 리콜이 아니지 않는가?
그리고 삼성전자측의 "그럴리는(폭발할리는)없겠지만... 우리가 나서서
달아주겠다." 는 식의 인터뷰 태도가 황당했다.
삼성은 어쨌든 잘 무마해 나갈것이다. 왜냐하면 그들은 똑똑하기 때문이다.
기술자형태의 산업이 아니라 유통업 베이스로 키워온 회사이며 전자제품이
생활을 풍요롭게 하는 기술이 아닌 그저 돈을버는 상거래용 상품으로
수십년간 다뤄온 베테랑이기 때문이다.
또한 그들이 살아남기위해 언론사와 법조계와의 튼튼한 세그먼트를 구축한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나 역시 이런걸 잘 화냈다가 잘 까먹는 듣보잡 대중이다.
다만 삼성이 소비자의 반응을 보기위해 제물들을 던지는데는 아주 진저리가 난다.
소비자중에 바보가 없는건 아니지만 수백만원짜리 가전을 살때 다들 과도해질
정도로 똑똑해진다.
예전 스타크래프트 얍삽이중에 저그로 오버로드만 이빠이 생산해서 화면 가득채워서
상대방이 자기 유닛을 클릭못하게 만드는 얍삽한 기술도 있었다.
하지만 그건 공격도 아니고 그냥 재미삼아 하는 뻘짓이다.
즉, 사건 터질만한쯤에 억지로 잠재운후 엄청난 광고공세를 해서 제대로된 기사
클릭질도 못하게 만드는 패턴을 우린 더이상 일반론으로 보지 않는다는 거다.
사건터지고 웹에 얘기가 시끄러워질 무렵 전혀 궁금하지도 않은
"S사 회장 대노!!" 이런게 뉴스거리로 나와야되는거냐고...
회장님께서 대노하신 후에야 아주 병아리 눈물만큼 능동적인 태도를 보인걸 보면
소비자는 다치던 말던, 회장님 한마디가 더 무섭다는거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