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난 속 월세시장에선 전세대출금리보다 싼 월세 등장

[화육정보 (목화)]

전세난 속 월세시장에선 전세대출금리보다 싼 월세 등장

전세→월세 전환이율 점점 낮아져

서울 대치동 은마아파트(전용면적 84.4㎡)에선 지난달 보증금 3억2000만원에 월세 25만원짜리 임대 계약이 맺어졌다.

전세 계약이 끝나 이를 연장할 때 세입자가 전세보증금을 올려주는 대신 월세를 내는 이른바 ‘반전세’ 계약이 이뤄진 것이다. 같은 달 이 아파트의 전세 시세는 4억원까지 올랐다. 보증금 차액 8000만원과 월세 25만원을 집주인과 세입자가 맞바꾼 셈이다.

만약 세입자가 은행에서 돈을 빌려 전세보증금을 냈다면 어땠을까. 주택금융공사에 따르면 현재 전세자금대출 금리는 연 4% 안팎이다. 전세보증금을 대출로 조달했다면 세입자는 한 달에 은행이자로 27만원(8000만원×4%÷12개월)을 내야 한다.

세입자 입장에선 월 2만원을 절약할 수 있는 반전세 계약을 맺은 것이다. 또 세입자의 연간 근로소득이 5000만원 이하라면 월세 납입금의 50%인 연 150만원을 소득공제 받을 수 있어 이익이 커진다.

‘월세이율 6%’ 관행 점점 깨질 듯

이 계약에서 집주인이 얻는 월세전환이율은 3.8%다. 집주인이 전세금 인상분 8000만원을 포기하는 대신, 월세로 벌게 되는 연 300만원(25만원×12개월)을 비교한 수익률이다. 최근 수도권 아파트의 월세이율은 6%가 중개 업계의 최근 관행으로 여겨지고 있다.

그런데 은마아파트에선 이 같은 관행이 지난달 깨진 셈이다. 월세 자체도 시중 대출금리보다 싸다. 국토교통부는 이같은 거래 내역을 담은 7월 ‘전ㆍ월세 거래량 및 실거래가 자료’를 20일 공개했다.

대출금리보다 싼 월세 주택이 시장에 나오고 있다. 이날 국토부가 공개한 서울·경기·세종·부산 지역 전ㆍ월세 거래정보에 따르면 은마아파트를 포함해 4건의 월세 계약이 4% 이하의 이율로 맺어졌다. 특히 서울 구의동 현대2단지아파트(84.9㎡)는 월세이율이 3.3%까지 내려갔다.

이 같은 계약은 전세보증금을 대출 받아야 하는 세입자와 안정적인 수익을 원하는 집주인의 이해 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다. 비록 집주인 입장에선 수익률이 평소 월세 이율에 비해 낮지만, 보증금 8000만원을 은행에 맡겼을 때보다는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다.

현재 전국은행연합에 공시된 시중은행 1년 만기 정기예금 상품의 평균 금리는 2.7%다. 저축은행의 금리도 2.8%에 불과하다. 이 같은 계약이 하나 둘 성사되는 이유는 수요자보다 공급자가 많은 월세 시장의 특성 때문이라는 게 국토부의 분석이다.

수요가 공급보다 넘쳐 매월 조사 때마다 값이 급등하는 전세 시장과 정반대의 상황이다. 김흥진 국토부 주택정책과장은 ”시장의 자율 기능이 작동하면서 월세이율이 떨어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그래도 월세 납부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서민들을 위한 지원책은 계속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박근혜 대통령이 이날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월세 세입자들의 부담이 커지고 있는데, 이를 낮춰주는 방안을 적극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 것을 두고 월세 지원책은 서민층에만 적용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민이 아닌 계층에게도 월세 지원을 해주면, 지금의 월세값 인하 움직임이 멈출 수 있다는 것이다. 고성수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부가 전세자금 대출 보증한도 확대 등 정책을 내놓으면서 시중에 전세 수요가 많아지고, 결국 지금과 같은 전세값 급등에 영향을 줬다”며 “시장 자율 기능을 저해하는 수준의 무리한 월세 지원책은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달 말 쯤 세입자 부담 경감 방안을 담은 전ㆍ월세 시장 안정 대책을 내놓을 예정이다.

한편 이날 국토부에 따르면 올해 1~7월 주택 전ㆍ월세 거래량(83만6637건) 가운데 38.9%(32만5830건)가 월세 주택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토부가 월세 거래량 조사를 시작한 2011년 이후 최고치다. 다른 종류의 주택에 비해 월세 거주자가 적은 아파트의 월세 거래 비율도 33.3%로 역대 가장 높았다. 7월 전셋값은 서울 반포동 미도아파트(85㎡)가 3억5500만원으로 한 달 전에 비해 15.7% 오르는 등 강세를 이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