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정교회 키릴 총대주교(왼쪽)와 콘스탄티노플의 바르톨로메우스 1세. 사진은 러시아 언론 캡처.
러시아 언론에 따르면 러시아정교회는 15일 전 세계 정교회를 대상으로 영적인 최고 권위를 행사하는 콘스탄티노플(터키 이스탄불) 총대주교구와의 모든 관계 단절을 선언했다. 러시아정교회는 이날 벨라루스 민스크에서 주교회의(시노드)를 열고 "콘스탄티노플 총대주교구의 우크라이나아정교회 독립 인정은 불법"이라고 선언한 뒤 "모든 관계의 단절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다"고 선언했다.
이 선언에 페스코프 크렘린 대변인은 "러시아 정교회와 콘스탄티노플 총대주교구의 관계 전개를 큰 우려를 갖고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고, 페트로 포로셴코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러시아정교회의 결정은 자기 고립으로 가는 길"이라며 실망감을 표명했다.
전 세계에 약 3억 명의 신도가 있는 (동방)정교회는 교황을 정점으로 하는 피라미드형 조직인 (로마)가톨릭과는 달리, 러시아 그리스 루마니아 등 14개 독립교회로 구성된다. 독립교회의 수장은 모두 동등하지만, 이스탄불 소재 콘스탄티노플 총대주교가 사실상 '첫째'로 자리매김한다. 하지만 러시아정교회는 14개 정교회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크고 강력하며, 소속 수도자들을 콘스탄티노플 총대주교구 산하 수도원에 보내왔다.
실제로 러시아정교회는 지난 2016년 정교회 14개 독립교회들이 한자리에 모인 회의에 '의제에 대한 이견'을 이유로 불참, 회의를 파행 위기로 몰고 가기도 했다. 당시 러시아정교회 키릴 총대주교는 “몇몇 독립교회들이 여전히 크림 병합을 비난하고 있다”고 비난한 바 있다.
러시아정교회의 이번 단절 선언은 콘스탄티노플 총대주교구 시노드가 지난 11일 러시아정교회의 강력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우크라이나정교회의 독립을 공식 인정하면서 비롯됐다. 17세기에 러시아정교회 산하로 편입된 우크라이나정교회는 1991년 구소련의 붕괴후 러시아정교회로부터 분리를 선언하고, 정교회 교회법에 따른 독립교회 자격 획득을 시도해 왔으나 번번이 무산된 바 있다. 그 시도가 27년만에 달성된 셈이다. 우크라이나정교회의 독립 결정에 우크라이나는 오래 기다린 '역사적 사건'이라고 환영했으나, 러시아정교회 측은 "거의 1천 년만에 온 최대 분열이자 재앙"이라고 개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