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벨리우스는 뛰어난 바이올리니스트였다. 자신이 잘 알고 있는 악기를 위한 작품을 쓴다는 이점은 다른 작곡가들과 달리 기교적인 문제에 관해서 다른 바이올리니스트의 조언에 구애받을 필요가 없다 하겠다. 때문에 이 협주곡에는 시벨리우스의 실험 정신과 상상력을 거침없이 표출해내며 바이올린의 기교를 다양하게 망라하였다. 독주 바이올린의 기교적인 부각과 더불어, 시벨리우스 특유의 빼어난 선율 진행 또한 이 협주곡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핀란드의 자연경관을 연상시키는 듯 차갑고 투명하면서도 북유럽의 백야와 같이 음울한 느낌의 선율은, 때때로 등장하는 타오르듯 밝게 빛나는 정열적인 선율과 절묘하게 어울린다. 또한, 교향악적 색채를 부여한 오케스트라와 독주 바이올린의 균형 잡힌 협동은 작품의 드라마틱한 특징을 더욱 잘 표현하고 있다. 바이올린 협주곡 역사에서 두드러지는 수작으로 평가 받는 이 협주곡은 난해한 만큼이나 호평을 받는 연주를 해 내기가 힘든 작품이다. 때문에 정상급 바이올리니스트들이라면 누구나 도전하고 정복해 내고 싶은 대작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1악장 알레그로 모데라토(Allegro Moderato)
풍부한 선율과 더불어 독주 바이올린의 기교를 필요로 하는 악장이다. 연주시간이 약 12분으로 작품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며, 3개의 악장 중 음악적 내용 또한 가장 다양하게 포함하고 있다. 악장 전체의 구조에서 교향악적
특징을 취하면서, 악장의 시작 부분에서는 독주 바이올린의 광시곡적인 특징을 환상적으로 표출해 내고, 악장의 중간 부분에서는 발전부 부분을 독주 바이올린의 카덴차로 대변함으로써 종래의 협주곡들과는 차별화되는 혁신적인 작품으로서 강렬히 어필한다.
2악장 아다지오 디 몰토(Adagio di molto)
느린 템포의 서정적인 악장이다. 우아하고 시적인 독주 바이올린 선율이 끈기 있게 지속되며, 오케스트라에서 만들어 내는 불협화음과 긴장감을 차분하게 제압한다. 시종일관 저음역으로 연주되는 독주 바이올린은 깊숙한 곳에 숨겨져 있는 마음의 소리를 전달하는 듯한 표현력을 갖는다.
3악장 알레그로 마 논 탄토(Allegro ma non tanto)
고난도의 바이올린 기교를 엿볼 수 있는 가장 비르투오소적인 악장으로 바이올리니스트들에게 최고의 협주곡 악장 중 하나로 유명을 떨치는 악장이다. 격정적이며 민속적인 색채가 넘쳐흐르는 춤곡으로, 음악평론가 토베이는 이 악장을 ‘북극곰들을 위한 폴로네이즈’라 표현한 바 있다.
바이올린 : 사라 장 (장영주, 80년생, 필라델피아) 차 세대 여성 지도자(2006년 뉴스위크지)
지 휘 :
Jaap van Zweden (60년생, 네덜란드, 뉴욕필 상임)
연 주 : Radio Filharmonisch Orkest (RFO) Hilversum Town Hal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