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4월 종이→전자발행 전환…위·변조 가능성 차단
(서울=뉴스1) 전병윤 기자 = 2004년 초 건설교통부(현 국토교통부)는 국민주택채권의 전자 등록발행을 추진했다. 국민주택채권은 집을 살 때 의무적으로 매입해야 하는 채권이다. 서민 주거안정에 활용되는 국민주택기금의 주요 재원 중 하나다. 당시에는 국민주택채권이 종이로 발행되면서 위·변조될 가능성이 있었고 불법적인 증여·상속 문제로 지하경제 수단으로 악용된다는 문제점도 안고 있었다.
실제 지난 23일 국민은행 직원은 소멸시효를 앞둔 국민주택채권을 위조해 90억원을 횡령해오다 덜미를 잡혔다. 전자등록 발행 전에 실물(종이)로 발행된 국민주택채권이 범행의 타깃이 됐다. 예컨대 2003년 12월 집을 구입하면서 만기 5년짜리 실물 국민주택채권 1종을 보유하고 있는 경우, 만기가 지난 후부터 5년 이내인 2013년말까지 원리금을 찾아가지 않으면 국고로 귀속된다.
이처럼 소멸시효가 눈앞에 다가와 있음에도 원리금을 찾아가지 않고 있다면, 국민주택채권 보유자가 이를 '장롱' 속에 넣고 잊어버리고 있을 개연성이 높다. 이를 악용, 국민주택채권 위탁계약자인 국민은행 직원들이 채권을 위조해 소멸 시효 전에 원리금을 청구한 뒤 찾아간 것처럼 꾸민 것이다.
당시 건교부는 이런 문제점이 발생할 위험이 크다고 보고 국민주택채권의 전자등록 발행을 추진했다. 당시 개선안을 마련해 밀어붙였던 주역은 장우철 현 국토부 주택기금과장이다. 그는 당시 건교부 주거복지기획과 사무관으로 근무하던 시절 국민주택기금 업무를 담당하면서 이같은 문제점을 인식했다.
국민주택채권을 전자등록으로 발행하면 위·변조를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다. 2004년 4월 등록발행 실시 이후부터는 만기인 2009년 4월이 되면 국민주택채권의 원리금이 보유자의 은행계좌로 자동 입금된다. 소멸 시한 자체가 필요 없고 위변조에 따른 사고 발생도 사라진다. 또 명동 사채업자들의 '장난'을 막기 위한 목적도 있었다.
장 과장은 "주택 구입자는 국민주택채권을 의무적으로 매입하는 준조세로 느껴, 굳이 만기까지 보유하지 않고 대부분 시장 할인율을 적용해 즉시 매도한다"며 "그런데 종이 형태로 발행돼 유통이 되다보니 가격 투명성이 떨어져 명동의 큰손들이 높은 할인율을 적용해 헐값에 사들이면서 주택 구입자에게 피해를 주는 일이 빈번했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정부는 국민주택채권의 등록발행 이후 거래를 증권사를 거쳐 실시토록 개선했다. 한 증권사 채권 관계자는 "당시 정부 정책에 명동 사채업자들이 기득권을 뺏긴다고 생각해 반발이 심했다"며 "등록발행 이후 자연스레 거래 참여자가 늘었고 경쟁 원리에 따라 당시 0.40%포인트에 달했던 국민주택채권의 신고수익률과 시장가격의 차이는 0.10%포인트로 좁혀져 국민들의 채권매입 비용이 줄어드는 효과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번 국민주택채권의 횡령 사고로 인한 국민주택기금의 직접적 피해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이번 사고로 인해 국민주택채권 보유자와 국민주택기금의 손실이 전혀 없도록 조치할 것"이라며 "현재 남아 있는 미상환 국민주택채권에 대해선 본부 승인 후 지급하도록 해 부당 지급을 방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토부 관계자는 "종이 채권 형태로 발행된 국민주택채권 1종의 마지막 소멸시효는 2014년 4월로 현재 270억원 가량 남았다"며 "이와 관련해 금융감독원의 조사가 이뤄지고 있으며 앞으로는 미상환 채권에 대해선 복수의 결제를 받은 뒤 지급하는 시스템으로 전환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byj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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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국민은행 큰일 저질렀네요. 대단해요. 90억이라...
난 평생 벌어도 못 벌 금액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