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와 시노달리타스] (12) 아시아 신학과 시노달리타스
한국교회가 아시아 교류와 연대 주도하며 복음화 희망 제시하자
아시아교회 시노달리타스 실현 위해
한국교회가 모범적 선교 모델 돼야
자발적 교회 창립 역사 바탕으로
아시아 선교에 적극적인 지원 필요
지난 6월 열린 동아시아복음화연구원 ‘아시아교회의 시노달리타스를 위한 교류와 연대’ 국제학술심포지엄 중 발제자와 논평자들이 종합토론을 하고 있다.가톨릭신문 자료사진
동아시아복음화연구원은 지난 6월 7일 설립 10주년을 맞이하여 ‘아시아교회의 시노달리타스를 위한 교류와 연대’라는 대주제로 국제학술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문화와 종교가 다양한 지역에서 참가한 학자들은 아시아교회들이 시노달리타스의 정신을 구현하기 위하여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 주었다. 아시아 지역 교회는 공통으로 성직주의의 특징을 안고 있지만, 동시에 평신도들이 고유한 신원을 깨닫고 교회와 사회 안에서 복음을 실천하기 위하여 헌신하는 희망적인 모습을 보여 주고 있다. 과연 광대한 아시아 대륙에서 가톨릭교회의 시노달리타스는 가능한가? 아시아 지역 교회들은 대개 가난과 문화와 종교 간의 갈등을 안고 성장에 대단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시노달리타스는 아시아 가톨릭교회의 생존이 걸린 문제이다. 아시아교회의 시노달리타스가 실현되려면 한국교회의 역할이 긴요한 때이다. 한국교회는 평신도들이 교회를 창립한 역사와 복음화와 민주화에 있어서 아시아교회들의 시노달리타스의 한 모델로서 복음화의 희망을 제시할 수 있다.
한국교회의 선교 여정
동아시아 지역에서 가톨릭교회의 선교 활동은 1549년 일본에서 프란치스코 하비에르가 처음 시작했고, 1583년 중국에서 마태오 리치와 미켈레 루지에리를 비롯한 서양 선교사들이 선교하며 저술한 천학(天學) 서적들이 조선에 전래했다. 조선의 선비들은 천학을 접촉하며 천주교 신앙생활을 시작했고, 박해 시기에 점차 중국교회와 교류하며, 현대에는 아시아교회들과 널리 연대하는 방향으로 발전해 왔다. 한국교회의 복음화 여정은 선교 활동의 형태에 따라서 “자발적 선교 모델, 주도적 선교 모델, 수용적 선교 모델”로 구분해서 볼 수 있겠다.
첫째, 자발적 선교 모델은 한국교회의 초기 역사에서 하느님의 종 이벽, 권일신, 이승훈과 같은 유학자들이 천학 서적을 읽고 연구하며 토론하며 삼위일체 천주와 인간의 영혼 존재에 대한 깨달음을 얻고 회심하여 자발적으로 교회를 창립한 사례다. 처음에는 유학자들이 연구해서 시작한 천주교 신앙은 인간 존엄성을 깨닫고 가난한 사람들에게 복음을 전하며 평등사상을 실천하게 했다. 이는 유교의 엄격한 신분사회에서 비판과 박해를 초래했지만, 교우들은 친교의 공동체를 형성했다.
둘째로 주도적 선교 모델은 가톨릭교회가 복음을 전하려는 사명 의식으로 활동했던 일반 선교의 모습이다. 특히 1980년대 한국 천주교회는 103위 순교 복자들의 시성 운동과 적극적인 선교 운동을 하고 민주화에도 참여하면서 많은 입교자로 팽창하는 시기를 보냈다. 한국교회가 파견한 선교사들은 공동체가 없거나 침체한 상황에서 적극적으로 리더십을 발휘해서 신앙을 활성화해 놓기도 한다. 반면 성직자 중심주의 체제와 신자들의 수동성이 굳어지는 문제를 형성하게 됐다.
셋째는 수용적 선교 모델이다. 선교사가 시혜적으로 베풀거나 주도하지 않고, 현지의 생활방식을 그대로 수용하면서 현지인들이 복음의 의미를 깨닫도록 도와주는 방식이다. 마닐라의 가장 열악한 파야타스 지역에서 활동한 어떤 평신도 선교사는 극도로 빈곤한 이들이 주는 작은 선물을 기쁘게 받아줄 때 그들이 무척 기뻐하는 모습에서, 항상 가르치고 이끌고 베풀어야 한다는 주도적 시혜성이 아니라 수용적 선교관의 가능성을 체험했다.
삼중대화: 가난, 문화, 종교와의 대화
1970년 바오로 6세 교황의 필리핀 마닐라 방문을 계기로 김수환 추기경의 적극적인 리더십으로 시작된 아시아주교회의연합회(FABC)의 주교들은 아시아의 복음화를 위하여 협력 방안을 모색했으며, 가난한 사람들과의 대화, 문화와의 대화, 종교와의 대화 등 삼중대화를 제시했다. 조선에서 유학자들은 천주교 사상을 수용하면서 이미 삼중대화의 경청이 시작되었으며, 그런 개념을 알지 못했지만, 복음을 실천하는 과정에서 시노달리타스의 친교, 참여, 사명의 실천과 궤를 같이하고 있다.
1981년 한국교회가 파푸아 뉴기니아에 네 분의 사제들을 파견한 이래 많은 선교사는 아시아 지역의 어려운 상황에 있는 교회들과 적극적으로 교류하며 격려가 되고 있다. 사제와 수도자들은 다양한 문화와 종교 전통과 언어와 기후에서 정치와 사회 체제가 다르고 험난한 선교지에 적응하며 가난한 주민들과 접촉하고 도우면서 시노달리타스를 실천하는 선구자들이다.
선교사들이 아시아교회와 교류하며 시노달리타스의 문을 열었지만, 대단히 아쉽게도 극소수에 그치고 한국교회 전반에 좀 더 널리 확산하여 평신도들이 참여하는 길로 연결되지 못했다. 한국교회의 선교 여정은 평신도들이 스스로 진리를 찾고 교회를 세우고, 사제와 평신도들이 서로 아끼고 협력하는 전통과 선교사들이 아시아 지역에 투신해서 신앙을 증거한 경험이 있다. 한국교회는 내부의 성직자 중심 문제에 치중하기보다는 가까운 아시아교회들에 관심을 두고 친교를 나누고 사명을 실천한다면 좀 더 활기를 찾고 성숙해질 것이다. 교회는 복음대로 실천하느냐에 따라서 발전이나 쇠퇴가 좌우된다.
연대를 위한 친교와 참여와 사명
2023년 3월 16일 아시아주교회의연합회(FABC)가 발표한 아시아 대륙회의 최종문서는 시노드 여정이 모든 사람을 품는 포용성의 공간으로서 하느님의 성령이 작용하는 ‘천막으로서의 교회’(Church as tent) 이미지를 제시했다. 아시아교회는 시노달리타스의 정신을 실현하기 위하여 모든 사람을 수용하는 포용성을 강조했다. 종교와 정치 체제가 너무나 다양한 아시아 상황에서 다양한 사람들과 문화와 종교를 포용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지만, 접촉하고 교류하고 연대하며 함께 나아가는 시노달리타스는 교회의 미래 복음화 방향이다.
한국 천주교회는 처음부터 교우들의 자발적인 신앙으로 탄생하여 인간 존엄성과 평등 정신을 조선 사회에서 실천했고, 현대에는 한국 사회가 민주화를 실현하는 과정에 기여했으며, 지난 50년간 세계 여러 지역에 사제와 수도자들을 파견해 선교 활동에 적극 임했다. 한국교회사에서 발견되는 이 모든 것들이 시노달리타스의 경험이다.
이제 한국교회가 아시아교회의 일원으로서 시노달리타스 정신을 구체적이고 진정성 있게 실현하기 위해 교구와 본당 차원에서도 교우들이 아시아 지역의 선교지와 접촉하고 교류하고 연대하는 길을 함께 열어가는 활동을 제안한다. 일례로 동아시아복음화연구원과 직암선교후원회는 가톨릭교회가 전혀 없던 상황에서 교회를 창립한 이벽 요한 세례자 등 132위 순교자들의 시복을 기원하며 아시아 선교지 133 지역과 자매결연해서 해외선교사들을 위해서 기도하고 지속해 후원하고 있다. 한국교회의 교구와 본당에서 교우들이 아시아 지역교회의 교류와 연대를 주도하고 아시아 선교에 참여하도록 구조적, 교육적, 재정적으로 지원한다면 복음화 사명의 의식과 역량이 훨씬 더 발휘되고 교회다운 교회의 모습으로 변화될 것이다.
김동원 비오 신부
동아시아복음화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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