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작교水作橋
류윤
흙먼지 풀풀 날리는
목타는 들길을 가다가
먼데 하늘 어둑어둑해지며
먹구름장에 비묻어오는 예감
어김없이 후둑 후두둑~
후두기는 성긴 빗발에 뒤이어
우르르 쾅 천둥과 함께
하늘을 짜자짝~ 찢어 발기는
번개 한줄기
우산도 없이 나선
가도가도 인가 하나 보이지 않는
낯설고 물선 초행길
손바닥만한 토란잎 하나 꺽어
덮어쓰고
내리는 비를 쫄딱 맞으며 중얼중얼
비맞은 중 행색으로
산신각, 열녀각인지
좀꺼림칙하긴해도
찬밥 뜨신 밥 가릴 형편이
일단 들어서고보니 심쿵
저 그림이 귀신인지 사람인지
덩달아 놀란 한 여인이
외면하고 돌아서는
헛기침을 하고 서로를 등진
어색한 침묵을 이어가는 사이
그 여백을 난사하던
기총소사의 빗발도
게을러져
마지막 방점의 비를
이마에 그은 두 어색을
불협화로 뱉아내는
삐이걱~ 소리와 함께
등 떠밀려나온
두 사람의
눈이 함초롬히 젖은
무너미 무너미
초록을 딛고
산허리와 산허리를이어주는
임시 가설교량같은
환상적인 무지개
처음 인 듯 마지막인 듯
천상의
무지개에서 내려와
정처가 없어
이리저리 헤매던
두 선남 선녀의
비에 씻긴
안구 정화의 .
보석같은
경이의 눈길
허공에서 부딪쳐
쟁그랑 소리를 내는
중구묺학2024
유리의 세계관
류윤
도시는 물론 요즘은
웬만한 시골을 가도
가옥들의 시야는 하나같이
크고작은 유리체다
유리를 통과하여 밖을 투시하고
밖은 내밀한 안을 살핀다
우후죽순의 아파트들은 물론
심지어 달리는 자동차의 눈도
하나같이 유리체다
하다하다
이젠 사람들의 일거수 일투족
입출입 동향도 수시 체크하는
올빼미 눈같은 cctv 란 것도 유리안
눈의 기능이 딸리는 사람들도
눈을 하나 덧낀 유리안을 달고
면벽의 수험 자격증 고시 공부로
밤낮없이 용맹정진하는 이들이
수백만이라한 다
이들은 쨍그랑 소리를 뱉아내는
근시안이 깨지는
불안不眼이
언제 닥칠지몰라 전전긍긍한다
붉은 그래프 파란 그래프가
실시간 대로 오르내리고
거미줄같은 인터넷 망
불통나는 전화통을 잡고
지구촌 너머의 동향까지
수시로 주고받으며
지탱하는 증권사, 은행, 본사 등
거대 사옥 군들도
하나같이 유리체 궁전들이다
유리는 세상과 유리되어 잇지만
유리를 통해 세상을 접안한다
현대문명의 총아인
유리와 유리遊離는 불가분
세상의 유리는
모래 속 석영이라는 물질로
집속되어 있지만
어딜가나
파열음을 전제하고 있다
카페 게시글
┌………┃류윤모詩人┃
유리의 세계관
류윤
추천 0
조회 197
23.07.13 11:23
댓글 1
다음검색
첫댓글 그러네요.
세상은 온통 유리 천지네요.
자기는 남에게 보이지 않으려고
움츠러 들면서
남들 건 들여다 보고 싶은 마음이
유리 세상을 만든 건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