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질 무렵 애국가가 들려오면
가던 길 멈추고 가슴에 손을 얹어야 했던 1970년대.
당시엔 남녀공학이 없었습니다. 여자는 여중/고, 남자는 남중/고.
‘남녀칠세부동석’이란 뿌리 깊은 유교적 관습이 유지되던 시절이었던 만큼 뭐 당연해 보였습니다.
따라서 또래의 이성과 대면할 수 있는 유일-합법(?)의 창구가 교회였던 셈이죠.
‘교회 오빠/누나’란 수상한 용어의 배경이 되었던.
당연히 저도 나갔습니다.
교회엔 두 분 전도사가 계셨는데, 그 중 한 분이 기도를 할 때면 은혜스럽게도 옆 친구의 손을 잡으라고 하셨죠.
물론 언제부턴가 자연스럽게 여-남-여-남의 자리배치가 되어 있었구여.
아, 까까머리 착실한 양이었던 저는 흑심 없이 오직 주님만 바라보았... 바라보려..., 그랬는데... 기도 시간만 되면 시험에 들더군요. “주여, 가슴 두근거리고 얼굴 붉어지는 저를 용서하시옵소서.”
돌이켜보니 내숭의 가면 뒤에 임도 보고 뽕도 따려는 엉큼한 늑대 한 마리가 숨어있었는지도.
그렇게 열심히 기도하다 중2의 성탄 새벽 인생-샷 하나를 건진 이후, 성탄은 늘 두근두근 크리스마스가 되었습니다. 설레고 찌릿한 무언가가 꼭 일어날 것만 같은 크리스마스가 되었습니다. 오십을 훌쩍 넘은 지금까지도.
聖誕, 성스러운 탄생. 예수님이 구원의 동아줄이 되기 위해 태어난 날.
개인적으론 55번째의 성탄절을 맞아, 울님들의
메리&해피 크리스마스를 기원합니다.
그 어느 고운 눈 내리는 성탄
종달님과
모든 둥지 식구와
손 맞잡고 캐럴 부를 날을 고대하며...
첫댓글 그 인생샷 궁금합니다.^^
아휴~ 잠도 없으신 봉섭님.
그 인생샷. '인생의 사진 몇 장'의 첫 샷이어유.
@낭만배달부 제가 있는 캘리포니아에선 지금 오전이라... ㅎㅎㅎ 아, 그 인생샷이군요. 알퐁스 도데의 별 같은.^^
@bongsub 맞다, 켈리포냐 계셨지. 예전에 그곳 사진도 올리셨고.
헉, 알퐁도데씩이나. 부끄부끄~
특별한 하루 되시길 멀리서 기원하며, 성탄 배달을 위해서 지는 그만 잘래유~
메리크리스마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