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문]
토정 선생이
포천 현감에 임명되었을 때 베옷과 짚신, 포립(布笠) 차림으로 관청에 출근하였다. 관아의 아전이 음식상을 올리자 선생은 한참을 살피더니 젓가락도
대지 않고 말하였다. “먹을 게 없구나.” 아전이 뜰에 무릎을 꿇고 “고을에 특산품이 없어 밥상에 별미가 없습니다.”라며 다시 상을 차리겠다고
하였다. 얼마 뒤 진수성찬이 올라왔다. 선생은 다시 한참을 들여다본 뒤 말하였다. “먹을 게 없구나.” 그러자 아전이 두려워 떨며 죄를
청하였다. 선생은 “나라 백성들은 생계가 곤궁한데, 모두들 앉아 먹고 마시며 절제가 없다. 나는 밥상에서 식사하는 것을 싫어한다.”라고
말하였다. 그러면서 아전에게 잡곡밥 한 그릇과 우거짓국 한 그릇만을 삿갓 상자에 담아 올리라고 명하였다. 다음날 읍 중의 관리들이 와서 인사를
할 때, 시래기죽을 쑤어 권하였다. 관리들은 고개를 숙이고 수저를 들었는데, 먹자마자 토하였다. 그러나 선생은 죽을 다 먹어치웠다.
[원문]
先生嘗爲抱川縣監, 以布衣草鞋布笠上官. 官人進饌, 熟視而不下箸曰, 無所食. 吏人跪于庭曰, 邑無土産, 盤無異味,
請改之. 俄而盛陳嘉羞而進. 又熟視之曰, 無所食. 吏人震恐請罪. 先生曰, 我國之民生困苦,皆坐食飮之無節, 吾惡夫食者之用盤. 命下吏雜五穀, 炊飯一器,
黑菜羹一器, 盛之笠帽匣進之. 翌日, 邑中品官來謁, 爲作乾菜粥勸之. 品官低冠擧匙, 乍食乍吐, 先生食之盡. - 이지함(李之菡, 1517~1578),
『토정유고(土亭遺稿)』,「토정선생유사[土亭先生遺事]」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