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난 집 맛난 얘기] <옛골토성> 부산 연산점
예전에 부산이나 경남지방으로 출장명령을 받으면 밥 먹을 일이 은근히 걱정됐다. 장기출장일 경우는 더욱 그랬다. 간이 너무 세고 자극적인 이 지역 음식 맛이 영 입에 맞지 않았다. 끼니때면 다른 지방 지명이 앞에 붙은 식당 간판을 찾거나 기사식당을 기웃거렸다. 그도 여의치 않으면 중국집에 가서 짜장면이나 짬뽕을 주문했다. 이젠 이런 일은 옛 추억이 되었다. 요즘엔 부산 경남지역에도 다양한 기호의 맛을 반영한 음식들이 적지 않다. 더는 <*주 식당>이나 <*거리 기사식당>을 찾아 헤매지 않아도 된다.
순한 양념갈비와 함께 맛있는 반찬들을
양념갈비는 그 자체로 간이 셀 운명을 타고났다. 돼지갈비라는 재료에 맛을 입히고 고기 잡내를 없애려면 아주 달고 짜야 했다. 먹는 사람도 으레 그런 맛으로 알고 먹는다. 조미료와 설탕의 지원을 받은 캐러멜은 색깔 좋아 보이게 하고, 불에 타면서 입에 짝짝 붙는 달달한 맛을 내준다. 이쯤 되면 양념이 고기의 맛을 부각시켜주는 보조재료가 아닌 주재료의 자리를 꿰찬 격이다.
진도아리랑이 슬픈 듯 구성진데 비해 밀양아리랑은 밝고 활기차다. 경남지방은 민속음악만 활달하고 화끈하게 아니라 음식 또한 그렇다. 본시 양념 돼지갈비는 간이 센 편인데 역시 음식 간이 센 지방인 부산의 양념갈비라면 얼마나 간이 셀까?
부산 한 가운데 자리한 고깃집 <옛골토성> 부산 연산점의 수제양념 돼지갈비(300g 1만4000원)는 전혀 ‘부산’스럽지 않다. 일명 뼈삼겹 부위를 간장과 고추기름으로 간을 했다. 여러 과일즙에 갈비를 잰 뒤 숙성고에서 숙성시켜 맛이 순하고 육질은 연하다. 숙성이 끝난 갈비는 400℃ 온도로 주방에서 초벌구이를 해 육즙을 가둬둔다. 손님에게 내올 때는 이미 한 번 익힌 상태다. 연기 없고 화력 좋은 비장탄에 구워먹는다. 굳이 오래 익힐 필요가 없어 레버를 조절해가며 약불에서 익혀도 된다.
잘 익은 갈비는 아주 부드러워 마치 그 맛과 식감이 장어구이를 떠올리게 한다. 연한 양념을 한 장어구이 같은 느낌이다. 간이 연해서일까? 이 집 갈비의 또 다른 특징은 밥처럼 반찬과 먹는 돼지갈비다. 곁들이 반찬들 가짓수가 여럿이고 맛도 수준급이다. 무 고추 양파로 담근 장아찌와 갓김치는 역시 돼지갈비와 찰떡궁합. 갈치속젓에 찍어먹으면 개운한 데친 양배추와 다시마, 각종 샐러드를 구비했다. 주부들이 좋아하는 가오리무침에 남부지방에선 보기 힘든 수수 부꾸미도 보인다.
양념갈비로 점심식사도 가능하다. ‘수제양념 돼지갈비 정식’은 돼지갈비(300g)에 된장찌개나 김치말이 냉면을 곁들인 점심식사 메뉴. 가격은 평일 1만2000원, 주말 1만3000원으로 가성비가 높다.
날 배추 우러난 단맛에 곱창 대창 푸짐해
본시 간이 센 음식인데 이 집에서는 순한 음식이 또 하나 있다. 특미해장국(8000원)이다. 양지로 육수를 내고 대창, 곱창, 양지, 염통을 넣고 끓였다. 고춧가루로 직접 양념장을 만들어 맛을 냈다. 내장 잡내가 없고 날배추에서 우러난 단맛이 압권이다. 요즘 서울 강남에서도 내장으로 끓인 해장국이 젊은 직장인들 사이에 적잖이 인기다. 이 집 해장국 역시 국물이 칼칼하되 간이 세지 않고 뒷맛이 깔끔해 강남 해장국 맛과 크게 다르지 않다.
먹다 보면 은근히 양이 많아 든든하다. 먹을수록 개운해 식사뿐 아니라 해장을 겸할 수 있는 메뉴. 손님 기호에 따라 청양고추를 강화한 것과 소금과 후추를 강화한 두 가지 스타일이 있다. 맵거나 짜게 먹고 싶으면 미리 자신이 원하는 스타일의 해장국으로 주문한다.
이 해장국의 상위 버전은 곱창전골(중 2만5000원, 대 3만2000원)이다. 육수는 해장국과 동일한데 해장국에 비해 곱창과 각종 채소가 더 들어갔다. 거기에 우동사리를 더했다. 바람 찬 저녁, 시간적 여유를 두고 여러 벗들과 둘러앉아 뜨끈하게 먹기에 좋은 음식이다.
부산 연제구 월드컵대로 179 051-864-9797
글 사진 이정훈 음식문화연구자(월간외식경영 외식콘텐츠마케팅연구소 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