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말론에 대해 다시 정리하고 갈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배운 것을 정리해봅니다.
고대 이스라엘은 거대강국에 늘 둘러싸여 지정학적으로 불안하고 침략을 받고 문화적으로도 영향을 받으며 살아올 수 밖에 없었다. 강대국들의 생성과 몰락 속에 전쟁과 승리와 평화를 거듭 경험하면서 현재에 이르기까지 평화는 폭력적인 승리를 통해서 얻는 것이라고 인류에게 강력하게 저장된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런 팍스 로마 사고가 지금도 전쟁을 서슴없이 일으키고 그렇게 힘으로 굴복시켜 평화를 얻는 것을 개의치 않는 시대이다.
그런 흐름에서 예수 시대의 유대인들도 제국들의 연이은 지배와 착취 속에 악과 불의, 억압과 폭력의 종말인 제국의 종말을 갈망하고 있었다. 그것은 세상의 끝이 아니라 이 땅에서 더렵혀진 하나님의 뜻이 깨끗하게 되는 것을 말한다.
세례자 요한이 선포한 하나님의 나라는 물세례를 통해 죄씻음을 받고, 나머지 깨끗하게 되지 못한 이들에 대한 복수하시는 하나님을 기다리는 폭력적인 사고였지만 예수를 통해 전환된 패러다임은 그와 달랐다. 폭력에 굴복하지 않고 맞서지만 그것은 비폭력적인 방식으로 하나님의 나라를 삶으로 살아내는 것이었다. 오른쪽 뺨을 맞거든 왼편도 내라는 예시는 자주 들어 알고 있었지만, 예수의 도가 굉장히 주체적이면서도 비폭력적이면서도 공세적인 전략이었구나 깨닫게 된다. 예수가 보여주신 하나님 나라 운동은 하나님 혼자서도 할 수 없고, 메시아를 통해 한 순간에 이뤄지는 것도 아니었고, 이미 도래했지만 하나님과 우리가 함께 계속 협력하며 이뤄나가야 하는 운동이었다.
수 천년 동안 내재된 폭력과 지배, 억압과 억울함 속에 유대인들이 갈망하는 종말론이 공감이 되었고, 동시에 예수가 다녀가신 후로도 2000년이 흐르도록 견고한 폭력과 힘을 통한 승리가 나라 대 나라 뿐만 아니라, 개인 대 개인에서도 그런 작동방식으로 살고 있다는 것을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잘 해내야만 하고 그렇게 힘을 쌓고 실력을 쌓아 남보다 더 우수한 자리를 선점해야 한다는 사고가 교육과 삶에 가득하구나 돌아보게 됩니다. 예수의 하나님 나라 운동에 동참하는 자로서 부지런히 그 뒤를 좇아가야겠지만 그것이 자칫 이전 패러다임 속에서 승리와 힘의 논리 속에서 움직여진다면 같은 실수를 반복하게 되겠다 싶어요. 강의 중에 떠오른 것은, 제가 아이에게 "무언가 잘 하려면 이렇게 해"라고 말하면서 내재된 '이김'의 문화를 전수하고 있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작고 사소한 것들에 깃든 그릇된 사고와 문화를 주의경계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