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최고 걸음이 될듯.
뒤에서 수고하신 분들이 있어서 보람찬 하루가 되었네요.
집에 있었으면 춥다고 나가지도 않고 무의미하게 보냈을텐데요.
운영진분들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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섶길 공지가 올라왔다. 걸을 거리가 20킬로라고 한다. 너무 길어서 당연히 포기했다. 참가 신청도 미신청도 안 했으니 미련은 있는 거겠지.
알람도 취소했는데 눈을 뜨니 7시 반이었다. 잠깐 갈등하다가 누워 있었는데 다시 눈을 뜨니 8시 반이다. 밖을 내다보니 별로 추워 보이지도 않고 바람도 별로 없다.
가자. Let's go.
번개같은 속도로 준비하고 서둘렀더니 그래도 시간에 맞춰 평택역에 도착할 수 있었다. 9시 반에 역에서 만나기로 했는데 좀 늦었더니 아무도 없다. 어차피 45분 지하철을 타기로 했으니.
4-1칸 쪽으로 가니 시끌 시끌했다. 일행들이 거기서 수다가 한창이다. 잠이 덜 깨서 일단 옆 칸으로 가서 쉬었다.
진위역까지는 금방 갔다. 일행들과 합류했고 진위역에서 기다리고 있던 분들과도 만났다. 총 22명 정도 되었다. 20킬로가 넘게 걷는다고 하니 참석 인원이 적은 거 같다.
늘 하던 준비 운동을 하고 누군가가 준비해 온 떡과 간식을 받아서 먹었다. 안 그래도 서두른다고 아침을 부실하게 먹었는데 든든해졌다. 얻어먹기만 해서 미안하고 또 감사하다.
출발!
비닐 하우스가 많이 있는 곳으로 와서 팜 스토어 설명을 들었다. 초기 비용이 많이 들어서 개인이 하긴 힘들고 결국 거대 자본이 들어올 수밖에 없단다. 나이 드신 분들이 다들 가시면 농사지을 사람이 없을 거라고 해서 스마트 팜을 해야 하는 게 맞나 생각을 했었다. 그러나 아직은 농사짓는 젊은 분들이 꽤 있는가 보다. 그분들의 걱정을 들었다.
꽤 긴 징검다리를 건넜다. 괜히 재미난다.
신장동 쪽으로 이동했다. 여긴 처음 와 보았다. 미 공군들이 체류하고 있는데 영내랑 밖이랑 골고루 거주해서 안정리보다는 뭔가 활기차 보였다. 옆에서 누가 '여기 오면 햄버거를 먹어야 하는데'라고 하신다. 여기 유명한 햄버거 집들이 몇 군데 있긴 하다.
고덕에서 점심을 먹고 몇 분은 돌아가시고 나머지는 소풍 공원 쪽으로 이동했다.
오늘 걷는 길은 전부 처음 걷는 곳들이라 이리저리 구경하느라고 엄청 신이 났다. 신발만 아니라면 더 좋았을 텐데 발에 통증이 오기 시작했다.
14킬로를 걸어서 소풍정원으로 왔다. 가을에 왔을 때 공사 중이었던 곳이 끝이 나서 깔끔한 모습으로 단장이 되었다. 헐벗은 나무들로 휑할 거 같았는데 날이 춥지 않아서 그런가 여전히 이뻤다.
발 때문에 여기서 집으로 갔었어야 했는데 입이 떨어지지 않아서 말을 못 하고 마지막 목적지인 내리 공원으로 향했다.
자전거길로 가서 새로 생긴 다리를 건넜다. 공사 중일 때 보았었는데 완공이 되었다. 하하 완전 새길이다. 이 길은 어떻게 찾아내셨을까. 다음에 다시 여기만 오고 싶다.
눈이 녹고 있는 질퍽한 길을 지났다. 발은 아야하고 신에는 진흙이 달라붙고 있다. 그래도 눈이 즐거운 게 벌써 해가 지려는지 노을이 보이려고 했다. 노을길은 해질 때 걸으면 이쁘다는데 지금 이 길도 충분히 아름답다.
오늘 새로 건설된 다리를 두 개나 건너는 행운이 있다니. 자전거로 지나갔던 좁은 구팽성대교가 새롭게 완공되어서 넓어서 다니기에 편하게 만들어져 있다. 뉴스는 보았는데 올 일이 없었기에 오늘 처음 건너보았다.
팽성대교만 지나면 목적지인 내리공원이다.
일행들은 이미 도착해서 쉬고 있었다. 발이 아파서 꼴찌로 왔다. 인제 집에 가나 했더니 버스 타는 곳까지 2.4킬로를 더 걸어야 한다고 했다.
히잉~~~끝이 아니라니. 다른 분들도 다리가 아플 텐데 아무도 내색하지 않고 잘들 걸으신다.
버스 타는 곳까지 가면서 피츠로이 등반이 떠올랐다. 산 입구에서 숙소까지도 아마 2,3킬로가 되었지. 너무 고통스러운 시간이었는데 여기서 다시 재현하고 있다니.
집으로 와서 발을 보니 오른쪽 새끼 발가락만 물집이 잡혀 있었다. 이 정도면 양호한 거다. 며칠 쉬면 다리 아픈 거도 풀릴 테고 그럼 또 가고 싶어지겠지.
동영상 크기가 커서 업로드가 안되네요. 이룬~~~~
어쩔수없이 유튜브의 힘을 빌려야겠네요.
https://youtu.be/Tyacy-jKeSA?si=slkgrtC_DUiiywsg
첫댓글 폄택의 남북을 가로지는 길의 의미로
저는 '종단길' 을 그대로 불리는 것도 괜찮을듯 싶습니다.
그날 함께한 길의 멋과 맛을 정겹게 정리하셨네요.
잘 읽었습니다.
감상료로 댓글 달고 갑니다요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