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과부적 衆寡不敵
김사인
조카 학비 몇푼 거드니 아이들 등록금이 빠듯하다.
마을금고 이자는 이쪽 카드로 빌려 내고
이쪽은 저쪽 카드로 돌려 막는다. 막자
시골 노인들 팔순 오고 며칠 지나
관절염으로 장모 입원하신다. 다시
자동차세와 통신요금 내고
은행카드 대출할부금 막고 있는데
오래 고생하던 고모 부고 온다. 문상
마치고 막 들어서자
처남 부도나서 집 넘어갔다고
아내 운다.
'젓가락은 두자루, 펜은 한자루...... 중과부적!'*
이라고 적고 마치려는데,
다시 주차공간미확보 과태료 날아오고
치과 다녀온 딸아이가 이를 세개나 빼야 한다며 울상이다.
철렁하여 또 얼마냐 물으니
제가 어떻게 아느냐고 성을 낸다.
*마루야마 노보루 {루쉰}에서 빌려옴.
----김사인 시집 {어린 당나귀 곁에서} (창비, 2015년 간)
시인과 대학교수와 변호사와 의사와 소규모의 사업자들마저도 자본가들에게 고용된 노예에 지나지 않는다. 마르크스의 말이 옳았다. 만국의 시민들이여 단결하라!
"국립이라는 견장을 단 대은행은 그 출발부터 사적 투기업체들의 회사에 지나지 않았으며, 그들은 정부와 어깨를 나란히 하며 주어진 특권 덕분에 정부에 화폐를 대부할 수 있었다(마르크스, {자본론} 3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