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몇개의 큰 바위 사이에 터를 잡은 청강사. 바위 사이로 지장전이 눈에 들어온다. |
동산 스님 등 근현대 선지식 주석 봄·가을 1년에 두차례 산사음악회 열어 경남 합천에 위치한 청강사는 아담한 절이다. 특이하게도 사찰이 몇 개의 큰 바위사이에 터를 잡았다. 바위가 먼저고 절이 뒤에 오는 느낌이 든다. 창건주인 청강 거사 부도는 구형 돌 2개를 사이에 넣어 쌓았다. 정교하지 못한 것이 외려 정겹다. 절 입구 400∼500백년 된 정자나무 10여그루는 사시사철 색의 잔치를 열어 아름다운 풍경을 제공한다.
2월 10일 찾은 청강사에는 남도인데도 눈발이 날렸다. 고지가 높아서다. 입구에 들어서자 오른쪽에 수십개의 장독이 보인다. 주지 혜광 스님이 직접 담근 된장과 고추장, 간장들이다. 겨울이라 인적도 없고 을씨년 스러웠지만 청강사는 4월이 되면 국보급 풍광을 자랑할 정도로 아름답다. 특히 4월 둘째주 주말에는 주변에 벚꽃이 만개해 해마다 음악회를 연다. | | | 처마 밑 풍경 사이로 보이는 대웅전(왼쪽)과 지장전. |
아름다운 풍광만큼이나 청강사(晴岡寺)의 역사도 오래됐다. 갑오경장이 일어난 해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대 국학자로 손꼽힌 변영만 선생이 짓고 글씨를 쓴 절 앞에 서 있는 청강사비를 보면, 이 곳의 불사를 시작한 인물은 유학자 정규락 선생이다. 일명 청강 거사라 불렸는데 선대로부터 집안이 부유했고 학문에 전념해 1891년에 약관의 나이로 진사과에 합격해 정진사로 불렸다. 정진사(鄭進士)는 나라가 기울어 일본에 잠식당해 가는 것을 보고 초야에 묻혀 불법을 따르며 살기로 마음을 정했다. 터를 잡은 허굴산은 황매산 첫가지로서, 기암괴석과 물, 골짜기와 구릉이 풍부해 고려 때에 지어진 허굴사가 있던 곳이다. 바로 그 아래에 정진사가 수행하며 말년을 보낼 암자를 1934년에 지어 만귀암이라 이름 짓는다. 하지만 정진사는 사찰 신축공사를 당초 계획대로 마무리 짓지 못하고 착공한지 9년 되던 해 입적했다. 그러자 아들 정방해 선생이 이어 받아 수년간에 걸쳐 완공 했다. 당시의 건물은 대웅전, 칠성각, 산신각, 로전, 첨영각 등 모두 12동에 걸쳐 80여 칸이 되었다. 정방해는 사찰 착공 당시의 절 이름인 만귀암을 부친의 아호를 따서 청강사라 고쳤다. 대웅전에는 거창 연수사서 모셔온 인도 전단향 목불이 있다. 대웅전과 현판 글씨는 독립운동가 오세창 선생, 로전과 산신각 현판은 서예가 오제봉 선생이, 칠성각 현판은 서예가 정현복씨가 각각 썼다. | | | 실내 음악회도 열리는 청강사의 명소인 다실. |
청강사가 불사된 초기에는 동산 스님과 정강 스님께서 2년 여간 주석하시며 수행했을 정도로 유서깊은 수행처로 자리잡았다. 현재 청강사는 정진사의 증손자 혜광 스님이 뒤늦게 불가에 귀의해 주지로 있다. 스님이 취임한 이후 새로운 불사가 많이 진행됐다. 우선 절에서 10분 정도 산을 올라가면 최근에 지어진 약사선원이 보인다. 기도객들을 위해 마련된 방사와 편의시설이다. 대웅전 아래에는 철야정진 후 몸의 피로를 풀 수 있는 찜질방도 있다. 7년 전에 지은 것인데 황토를 1천도 이상에서 구운 벽돌로 돼 있다. 청강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명소가 또 하나 있다. 찻집인데 단순히 차만 마실 수 있는 공간이 아니다. 찬불가수로도 활동중인 주지 혜광 스님이 언제든지 음악회를 열 수 있도록 악기 들을 세팅해 놨다. 명실공히 문화도량이다. | | | 1천℃이상에서 구운 황토로 만든 사찰내 찜질방. |
| | | 주지 혜광 스님 |
“찬불가 부르며 나눔 활동할터” 주지 혜광 스님 인터뷰 “청강사는 허굴산 중턱 인간이 가장 살기 좋다는 400고지에 위치한 청정도량입니다. 주변에는 산책로와 등산로가 잘 조성돼 있고 봄에는 꽃과, 가을에는 단풍이 어우러져 아름다운 풍광을 연출합니다. 그래서 1년에 봄과 가을 두차례씩 음악회도 개최합니다.” 청강사를 누구나 와서 기도하며 쉴 수 있는 공간으로 가꾸고 있는 주지 혜광 스님은 기타, 건반, 드럼 등 악기를 다루며 노래를 부르는 일명 ‘찬불가수’다. 그냥 음악만 즐기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재능을 통해 나눔 운동도 펼친다. 해마다 여름이 되면 인근에 있는 합천영상테마파크에 가서 노래를 부르며 모금활동을 한다. 합천군 교육발전 기금과 캄보디아 생명의 물 지원을 위해서다. 혜광 스님은 “어려운 이웃을 돕는 것은 동체대비 사상을 강조하신 부처님 가르침을 여법히 실천하는 일입니다. 앞으로도 시간날때마다 나눔운동을 전개할 생각입니다.”고 밝혔다. 여행수첩 ▲가는길 -대중교통=서울 남부터미널에서 하루 여섯 차례(오전 7·9·11시/오후 1시, 3시30분, 5시) 있는 합천행 시외버스를 탄다. 총 4시간 10분 소요. 터미널에서 내려 대병면 방향 시외버스로 갈아타 장단리 청강사 정류장서 내려 도보로 15분 정도 걸으면 된다. (055)932-5706 -자가용=대전통영고속도로를 이용하면 된다. 내비게이션 주소로는 경남 합천군 대병면 장단 3길 42-37을 찍으면 된다. ▲주변 관광지 -대장경 테마파크=팔만대장경 제작 과정과 의미에 대해 자세히 알 수 있다. 2013대장경세계문화축전이 끝나고 주제관인 대장경천년관을 정비한 탐방 명소다. 실물과 똑같이 만든 대장경판은 물론 대장경 제작 과정 디오라마, 대장경을 제작한 뒤 강화도에서 해인사까지 옮기는 과정을 담은 이운길 영상을 볼 수 있다. 대장경빛소리관에서는 대장경을 테마로 제작된 5D 애니메이션 〈천년의 마음〉을 관람할 수 있는데, 일반 4D 상영관과 차별화된 파노라마형 실버스크린이라 더욱 실감 난다. -합천영상테마파크〈사진아래〉=국내 최고의 촬영 세트장이라는 칭찬이 아깝지 않을 정도로 실감 나게 재현된 건물과 거리 풍경이 인상적이다.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 〈포화 속으로〉 〈전우치〉, 드라마 〈에덴의 동쪽〉 〈빛과 그림자〉 등이 이곳에서 촬영되었고, 현재도 드라마 촬영이 진행되고 있다. 192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거리 풍경이 재현되었으니 과거의 골목을 걸으며 시간 여행을 떠나보자. 뉴스 앵커가 되어보고 성우 더빙을 해볼 수 있는 방송 체험 공간도 특별하다. -황매산 공원=정상 바로 아래까지 자동차 도로가 있어 ‘영남의 소금강’이라 불린다. 일출 명소이자 봄이면 철쭉으로 장관을 이루는 곳이다. 철새들이 한가로이 쉬어 가는 정양늪과 낙동강으로 흘러드는 황강의 절경을 감상할 수 있는 함벽루도 겨울 여행의 묘미를 선사한다. |
첫댓글 잘보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