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6-20
사고 직후 ‘미처리 오염수’ 유출 불구… 12년간 韓 해안엔 이상 없었다
北태평양 해류, 日 동쪽서 시계 방향으로 돌아… 처리수 방류 땐 ‘1조 분의 1’로 희석돼 韓 도착
野, 오염수 선동으로 ‘반일·반핵’ 정서 극대화 노림수… 가짜뉴스는 산업 피폐화·국익 침해 초래
일본 후쿠시마(福島) 원전 오염 처리수 해양 방류가 임박해지면서 여야 대립이 거칠어지고 과학적 진실 공방 또한 격화되고 있다. 일본은 물론 한국 등 전 세계의 공신력 있는 기관과 과학자, 전문가들의 연구 및 조사 결과는 오염 처리수 방류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걸 보여줬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 등 일부 야권과 일부 가짜뉴스 생산자들은 과학적 사실엔 관심이 없다. 이들의 목적은 반핵·반일 감정을 극대화해 국내 정치적으로 이용할 생각뿐이다.
◇ 피폭 희생자 제로
후쿠시마 재난은 2011년 3월 11일 오후 2시 46분 일본 미야기(宮城)현 동쪽 해저 23.7㎞에서 규모 9.0의 일본 역사상 가장 강력한 지진 발생으로 인해 시작됐다. 당시 일본에는 총 54기의 원전이 있었다. 이 중 지진의 영향을 직접 받은 원전은 진앙에서 가까운 순서로 미야기현의 오나가와(女川) 원전(3기), 후쿠시마현의 후쿠시마 제1원전(6기) 및 제2원전(4기), 이바라키(茨城)현의 도카이(東海) 제2원전(1기) 등 총 14기였다.
후쿠시마 제1원전 4·5·6호기는 핵연료 교환 및 정기 점검을 위해 가동 정지 상태였고, 정상 가동 중이던 나머지 11기는 지진 발생 직후 자동으로 정지됐다. 영향 권역에 있었던 14기 모두 지진 피해는 없었으며, 나머지 40기는 지진 영향 없이 계속 가동했다. 특히 진앙에서 가장 가까웠던 오나가와 원전 3기에도 그 어떤 진동 피해는 없었다.
지진 발생 약 50분 후 높이 15m의 해일이 후쿠시마 제1원전을 덮쳤다. 방조제 설계에 적용됐던 최대 해일 높이 5m를 훨씬 초과하는 것이었다. 밀려온 해일로 지하에 설치된 비상용 디젤 발전기가 침수됐고 발전소의 모든 전기시설이 손상됐다. 후쿠시마 제1원전은 원자로 안전을 위한 최소 전력마저도 없는 블랙아웃 상태에 빠졌고 냉각수 펌프 가동도 할 수 없게 됐다.
당시 해일로 2만 명에 가까운 사망자와 실종자, 그리고 수십만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지만, 원전 사고에 따른 피폭으로 인한 인명 희생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사고 후 2년 뒤 나온 ‘원자력 영향에 관한 유엔과학위원회(UNSCEAR)’ 보고서도 원전 방사선으로 인한 사망자는 없다는 결과를 말해준다. 지진 발생 직후 원자로가 자동 정지됐고, 주민들이 모두 방사능 오염지역으로부터 이주했기 때문에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 지금까지 나온 조사 보고에 따르면 후쿠시마 일대의 암 발병률도 일본 내 다른 지역과 비교해 유의미한 차이를 보이지 않고 있다.
◇ 오염 처리수의 과학
하지만 사고 당시 폭발과 화재로 유출된 방사성 물질과 이후 2년 동안 원자로에 떨어진 빗물 및 주변 지하수가 태평양 연안으로 흘러가 바닷물과 생태계에 피해를 유발했다. 일본은 사고 원전 주변에 차수벽을 설치해 2013년 3월부터 방사성 물질의 해안 유입을 차단했다. 또 이때부터 방사능 오염수를 알프스(ALPS)라는 다핵종제거설비로 정화해 탱크에 저장하기 시작했다.
일본 정부는 그동안 오염 처리수에 관해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전문가들로부터 검증을 받고 2021년 4월 13일 해양 방류를 결정했다. 법령 절차와 설비 등을 준비해 2년 뒤부터 방류하는 계획을 세웠다. 현재 해안에서 1㎞ 거리의 해저터널을 완공해 다음 달부터 30년 동안 방류할 예정이다.
일본의 자국 해안 방류 계획을 지난 1972년에 있었던 미국의 고엽제 처분과 비교해볼 필요가 있다. 미국은 1960년대 베트남전에 사용했던 고엽제에 다이옥신이라는 난분해성 유독물이 있음을 뒤늦게 알고 남아 있던 약 520만 ℓ를 1972년 4월 선박에 소각시설을 설치해 공해상에서 태워 처분했다. 일본도 미국처럼 오염 처리수를 태평양 공해상에서 처분할 수도 있지만 자국 해안에 방류하려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공해 투기에 대한 국제적 우려를 피하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오염 처리수에 대한 과학적 자신감이다.
일본은 도시바사가 후쿠시마 사고 이후 개발한 알프스 설비와 바닷물 희석을 통해 오염수를 완벽한 자연수로 재생할 수 있다는 점을 과학적으로 내보이고 있기 때문에 어민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이 방법을 택했다. 공식 발표에 따르면 일본이 방류하려는 오염 처리수는 세계보건기구(WHO)의 음용수 기준보다 6∼7배나 더 깨끗한 수준이다. 그래서 방사선 분야의 세계적인 권위자인 웨이드 앨리슨 영국 옥스퍼드대 교수는 1ℓ를 마시겠다고 호언장담했다.
◇ 북태평양 환류의 진실
국내외 대부분 전문가는 일본의 과학적 결론을 지지한다. 특히 일본 해역 방류를 시작점으로 할 경우 ‘북태평양 해류의 종착점’에 위치한 대한민국 동·남·서해 바다의 수질과 생태계에는 그 어떤 영향도 줄 수 없다.
일본 인근 구로시오 해류에서 시작하는 북태평양 환류는 시계 방향으로 북태평양 해류, 미국 캘리포니아 해류, 그리고 북적도 해류를 타고 다시 구로시오 해류로 되돌아오는 과정을 거친다. 주요 지역을 보면 일본-사할린-하와이-캘리포니아-솔로몬제도-필리핀-한국을 거쳐 다시 일본 열도로 돌아오는 귀환 과정이다.
해류가 이렇게 한 바퀴 도는 데 걸리는 시간은 5∼10년. 오염 처리수에 포함된 논란의 삼중수소가 설혹 허용치를 넘는다 하더라도 지구 전체 면적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태평양 구석구석을 거쳐 한국으로 돌아올 때엔 ‘1조 분의 1’로 희석돼 흔적도 없이 사라지게 된다. 지난 2011년 3월 11일 사고 후 2년 동안 ‘미처리 오염수’가 후쿠시마 해안에서 그대로 유출됐음에도 12년이 지난 지금까지 우리 동·남·서해 바다에서는 어떤 변화도 관측되지 않았다. 이러한 사실은 우리 바다의 해수와 해양생물 및 퇴적물의 방사능을 감시해오고 있는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인터넷 공개 자료로 국민 누구나 손쉽게 확인할 수 있다.
앞으로 예의주시해야 할 것은 방류 이후 나올 관측 데이터다. 일본은 국제사회는 물론 적어도 자국의 어업과 해양 생태계 보호를 위해서라도 오염 처리수와 방류 해역의 수질을 조사해 공개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IAEA를 비롯한 한국·중국 등의 전문가들도 독립적으로 시료를 채취해 분석할 방침이다.
◇ 과학을 대체한 선동
해양 방류 저지를 외치는 정치세력은 가짜뉴스와 선동을 통해서라도 국민의 반핵·반일 감정을 자극해 선거 등 국내 정치에 이용하겠다는 노림수를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 결과는 어민과 관련 산업 종사자에 대한 막대한 피해와 심각한 국익 손상으로 나타나게 될 것이다.
박석순 / 이화여대 환경공학과 명예교수, 전 국립환경과학원 원장
문화일보
■ 용어 설명
‘알프스’는 오염수 방사성 물질을 제거하는 정화 장치로 2011년 후쿠시마 사태를 계기로 도시바가 2012년에 개발. 오염수에 포함된 세슘·스트론튬 등 방사성 물질을 안전한 수준까지 걸러냄.
‘북태평양 환류’는 여러 해류로 구성돼 순환하는 북태평양의 거대한 물길. 대양의 대표적인 5개 아열대 환류 중 하나로 구로시오 해류-북태평양 해류-캘리포니아 해류-북적도 해류로 구성.
■ 세줄 요약
오염 처리수의 과학 : 2011년 후쿠시마 재난 이후 피폭으로 인한 인명 희생은 단 한 명도 없었음. 일본은 방사능 오염수를 알프스 설비로 정화해 방류하기로. 해외 대부분 전문가는 일본의 과학적 결정을 지지.
북태평양 환류의 진실 : 오염 처리수는 북태평양 환류 과정에서 ‘1조 분의 1’로 희석되므로 한국 수질과 생태계에 악영향 주지 못함. 2011년 사고 직후 ‘미처리 오염수’가 유출됐지만 지금까지 한국 해안엔 이상 없어.
과학을 대체한 선동 : 일부 야당과 가짜뉴스 세력은 일본 오염수 선동으로 국민의 반핵·반일 감정을 자극해 국내 정치에 이용하겠다는 노림수. 그 결과는 관련 산업 종사자에 대한 피해와 심각한 국익 손상일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