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연맹 도대체 일을 하기는 하는 것인가
〈충격적인 슈퍼컵 역대 최소관중〉
대표팀의 선전, 월드컵이 열리는 해, 게다가 프로축구 정규리그의 개막 초읽기, 이천수·최진철 등 2006년 월드컵 예상멤버들의 맞대결…. 이런 가운데 열리는 슈퍼컵에 많은 관중이 몰릴 법한 환경은 충분히 조성된 셈이었다.
4일 울산문수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올시즌 프로축구 개막을 알리는 슈퍼컵. 경기장은 많이 비고 말았다. 관중은 겨우 7천356명. 올해로 7번 열린 수퍼컵 중에서 최소 관중이었다. 게다가 역대 수퍼컵에서 1만명 미만 관중이 들어온 것이 이번이 처음. 이천수는 "앙골라전과 슈퍼컵의 경기장 분위기는 너무 달랐다"면서 "경기장에 직접 와서 경기를 보면 더 재밌을 텐데"라고 아쉬워했다. 전혀 예상치 못한 관중가뭄이 왜 발생했을까. 그리고 K리그 개막을 앞두고 발생한 관중가뭄이 어떤 점을 시사하고 있으며 어떤 교훈을 던져주고 있는 것일까.
〈슈퍼컵 관중가뭄의 이유는〉
우선 홍보가 늦었고 소극적이었다. 프로축구연맹이 언론사에 슈퍼컵 관련 보도자료를 뿌린 것은 2월24일. 그것도 그제서야 슈퍼컵 일시를 확정했고 예매를 시작한다는 내용이었다. 슈퍼컵을 불과 일주일 남기고 언론사에 보낸 보도자료가 이정도 수준이었다.
다음은 연맹 보도자료를 그대로 옮긴 것이다.
제목 : 「2006 K-리그 수퍼컵」 일시 확정 및 예매 시작 「2006 K-리그 수퍼컵」이 오는 3월 4일(토) 오후 2시 울산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다. 2005 K-리그 우승팀 울산 현대와 2005 FA컵 우승팀 전북 현대의 맞대결로 2006시즌 K-리그 개막을 알리는 이번 「2006 K-리그 수퍼컵」 입장권은 티켓링크(전화 1588-7890 / 인터넷 www.ticketlink.co,kr)와 전국 ATM기, 울산현대백화점과 전북소재 민중서관 및 음악사에서 예매 가능하다. 예매 시 1,000원 할인된 가격으로 구입 가능하다. 입장권 가격은 성인 8천원, 학생 5천원, 어린이(초등학생) 3천원으로 지정좌석제 없이 좌석 등급은 동일하다. 자세한 정보는 K-리그 홈페이지(www.k-leaguei.com)를 참조하면 된다.
홈팀인 울산 구단의 홍보도 적극적이지 못했다. 슈퍼컵은 리그나 컵 개별 경기와는 달리 연맹 직접 주관으로 열리는 대회이기 때문인지 울산은 리그 경기만큼 적극적인 홍보를 하지는 못했다. 어떻게 보면 연맹의 주관대회이니 만큼 울산이 슈퍼컵 홍보를 하겠다며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것 자체가 말이 안된다. 게다가 슈퍼컵 입장수익이 모두 연맹 몫으로 가니까 구단으로서도 크게 열심히 할 이유도 없었다. 다만 날씨도 좋은데다 슈퍼컵이 휴일에 열렸으니 마음먹고 홍보를 했다면 많은 관중을 유치할 수 있을 것을 거라는 아쉬움만 남을 뿐이다.
〈말만 앞설 뿐 실질적인 조치가 없는 프로축구연맹〉
슈퍼컵은 이미 실패했으니 일단 넘어간다 치자. 그럼 K리그는 어떨까. K리그를 운영하는 연맹은 정말 열심히 일을 하면서 K리그를 완벽하게 준비하고 있는 것인가.
연맹은 올해 초 K리그를 재밌고 흥미롭게 만들겠다며 뭔가를 할 것처럼 떠들어댔지만 실제적으로 한 것은 거의 없다.
지난해 K리그에서 관중을 짜증나게 하는 행동이 고의적인 경기지연행위, 불필요한 항의 등이었다는 보도자료를 뿌린 것이 연맹이었다. 또 이사회와 대의원총회를 통해 2006년 K리그 운영방침을 ▲경기의 질적 수준 향상 ▲리그 구조의 혁신과 선진화 ▲구단 경영 수지 개선 ▲월드컵과 K리그 붐업 등이라며 외친 것 또한 연맹이었다.
그렇다면 연맹은 이를 위해서 도대체 무엇을 했는가. 드래프트를 실시하고 용병 티오를 3명으로 줄인 것이 구단의 경영수지개선을 위한 최대한의 노력이라고 할 수 있는가. 기존 선수들의 계약 문제, 월드컵경기장 사용료 인하 등 할일이 태산같은데 구단의 수지개선을 위해서 할 수 있는 일이, 그리고 해야만하는 일이 고작 그것 뿐인가.
또 경기의 질적 수준 향상을 위해서 연맹이 한일은 무엇인가. 얼마전 FIFA 심판 교육관을 초빙해 그나마 며칠 동안 심판들을 교육시킨 것이 전부일 뿐이다. 그런데 심판을 며칠 동안 교육한다고 심판 수준이 갑자기 높아지면서 리그 수준이 동반 상승하는 것인가. 리그 수준이라는 것이 그렇게 쉽게 높아질 수 있는 것인가.
최근 연맹은 신인선수들을 대상으로 프로의 정신자세와 행동, 미디어 대응법 등에 대한 교육을 실시했다. 그러면서 연맹은 "분야별 전문 강사 초빙을 통해 적용 가능한 실질적 교육 프로그램으로 구성된 이번 신인선수 교육은 K리그의 구성원으로서 프로선수로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선수들에게 프로의식을 함양케 해 팬과 리그, 심판의 중요성을 인식하게 해 K-리그의 질적 향상과 저변확대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엄밀히 따져보자. 신인선수가 입단 첫 해 K리그에 얼마나 뛰겠으며 많이 출전한다고 한들 얼마나 뛰어난 활약할 수 있겠는가. 박주영처럼 K리그를 뒤흔들 신인이 많아봐야 얼마나 많겠는가. 즉 교육을 시키려면 기존 선수들과 코칭스태프를 해야지 신인들에게 해봤자 뚜렷한 효과가 떨어질 뿐이다. 그저 "연맹은 리그 수준을 높이기 위해서 이런이런 일을 했다"고 면피하기 위한 전시성 행사였을 뿐이다.
월드컵 붐업을 위해 연맹이 하고 있는 일은 무엇이 있는가. 지금 연맹의 태도를 보면 월드컵에서 우리대표팀이 좋은 성적을 내면 함께 묻어가겠다는 심산일 뿐, 만의 하나 월드컵에서 실패할 경우 리그의 충격을 어떻게 최소화할 것이며 어떻게 살 길을 도모할 것인가에 대한 심각한 고민이나 대처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찾을 수 없다.
〈K리그 개막이 눈앞인데…〉
정규리그 개막이 일주일도 안남았다. 하지만 연맹은 지금 가장 기본적인 것 또한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리그 개막을 코앞에 뒀는데 연맹은 메인 타이틀 스폰서도 아직 정하지 못하고 있다. 또 지난시즌으로 K리그 중계권 계약이 만료됐는데 올해는 누가 어떻게 K리그를 중계하겠다는 계획도 밝히지 않고 있다. 도대체 리그 개막을 앞두고 일은 하고 있는지 의혹만 생길 뿐이다.
프로축구연맹, 시즌 개막을 앞둔 지금 도대체 무슨 일을 하고 있는가. 아니 놀지 않고 일을 하기는 하고 있는 것인가. 김원동 총장의 책임있는 답변, 일회성 구호가 아니라 정말 지킬 수 있는 약속, 자리보존을 위해 내놓는 땜빵식이 아닌 장기적이고 실제적인 발전을 위한 미래지향적이고 현실적인 조치를 내놔봐라. 제발 부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