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이도행 전철 사당역에서
전동차 안으로 아이를 태운 휠체어가 들어왔다
그리고 곧바로 장애자 공간에 정차한다
자폐증상이 있는지 아이는 전철 벽면에 머리를 자꾸 쿵쿵 박는다
아프지 않을까
휠체어 엄마는 자연스럽게 아이의 머리를 두 손으로 감싼다
손을 떼자 잠시 후 아이는 휠체어 손잡이에 다시 머리를 박는다
이번에는 엄마가 메고 있던 가방을 열어 아이의 무릎에 얹어준다
그 안에는 단팥빵이며 소보로 빵이며 새우깡 감자깡 쌀강정 봉지가 수북이 들어있다
아이는 곧 그곳으로 관심을 모은다
엄마는 일상인양 핸드폰을 열심히 보고 있다
아무 표정이 없이 온화하다
맞은편에서 바라보는 할아버지 표정만 걱정이 태산 같은데
아이는 쌀강정을 먹고 있다
자기 제어가 불편한 자폐아들이 종종 전철 안에서 돌아다닌다
이들은 한 곳에 정착하지 못한다
괴성도 지르고 손님들에게 자리를 비켜달라고 요구도 한다
손님들은 조용히 감내하거나 자리를 기꺼이 양보한다
시민의식이 많이 좋아진 결과다
아이가 다시 휠체어 손잡이에 머리를 박기 시작한다
걱정스러운 할아버지가 애 엄마에게 자꾸 손짓을 한다
알아차린 애 엄마는 빙그레 웃으며 아이의 부드럽게 머리를 감싼다
아이가 엄마의 손길을 느끼며 조용해진다
엄마의 손길만이 처방전이다
세상은 불완전하고 불공평하다
엄마가 몸이 불편할 정도로 늙으면 어떡하지
엄마는 언제까지 아이의 휠체어를 밀고 다녀야 할까
그리고 아이가 어른이 되면 어떡하지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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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와 엄마와 할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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