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의 수난 너머의 영광을 향하여
2025년 3월 16일(다해) 사순 제2주일
지난 3월 5일 재의 수요일과 함께 시작된 사순 시기는 어느덧 제2주일에 다다랐습니다. 이 사순 시기 동안 우리 가 쉽게 떠올릴 수 있는 예수님의 이미지는 광야에서 40 일간 단식하셔서 몹시 지치셨거나, 겟세마니 동산에서 피 땀을 흘리며 아버지께 기도하시고, 고뇌에 가득 찬 모습 이 아닐까 싶습니다. 하지만 사순 제2주일인 오늘 루카 복음사가가 들려주는 본문 속 예수님은 수난과는 거리가 먼 것처럼 느껴지는, 영광스럽게 변모된 모습입니다. 언 뜻 보기에 수난과 영광은 서로 잘 어울리지는 않는 듯합 니다.
사실 오늘 복음인 루카복음 9장의 말씀은 예수님께서 세례를 받으신 후 시작하신 갈릴래아 전교 활동을 전하는 4장부터 9장까지의 여정을 마무리 짓는 부분이며, 특히 9,51은 새로운 국면, 즉 “예수님께서 예루살렘으로 가시 려고 마음을 굳히셨다.”는 이야기를 전합니다. 이러한 예 루살렘을 향한 여정의 시작은 예수님의 공생활에서 전환 점이 되며, 예수님께서 성부 하느님께 파견 받으시어 이 세상에 오신 목적을 완성하려는 출발점이라 할 수 있습니 다. 예수님과 제자들이 향하고 있고 거룩한 도시라고도 불리는 예루살렘은 이미 구약시대부터 하느님께서 거하 시는 곳으로 여겨졌으며, 루카복음에서는 예수님의 십자 가 수난과 부활의 장소가 될, 하느님의 아드님이 지상에 서 하신 여행의 최종적인 목적지로 나타납니다.
루카 복음사가는 예수님의 변모를 서술하면서 그분의 달라진 얼굴과 하얗게 빛나는 의복이 상징하는 영광스러 운 모습만을 언급하지 않고, 그분께서 구약을 대표하는 모세와 엘리야와 나누신 이야기도 함께 전합니다. 이는 “예루살렘에서 이루실 일”과 “곧 세상을 떠나실 일”로, ‘떠 나실 일’은 이 문맥 안에서 ‘죽음, 부활, 그리고 승천이라 는 예수님의 모습’을 묘사하고, ‘이루실 일’은 예수님에 관 하여 모세의 율법과 예언서와 율법에 기록된 모든 것이 다 이루어져야 하는 ‘예언의 성취’를 뜻합니다.
그러므로 예수님의 영광스러운 변모 사화는 영광만이 아닌 그분께 서 하느님의 뜻에 따라 예루살렘에서 이루셔야만 했던 일 에 대한 예고를 이미 포함하고 있고, 하느님의 아드님이 신 예수님의 영광이 사람들에게 거절과 수난을 당하시고 부활하신 후에야 비로소 이루어짐을 말해 주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전망 안에서 오늘 복음의 변모 사건은 예수님 의 수난과 영광을 앞당겨 보여주며 앞으로 맞이하게 될 기 쁨과 희망의 시기인 부활을 준비시켜 준다고 할 수 있습니 다. 동트기 전이 가장 어둡다는 말이 있듯이 수난이 끝이 아니라 영원한 영광을 위한 준비의 시간임을 잊지 않고 우 리의 신앙생활도 희망으로 이어가면 좋겠습니다.
- 강병완 브루노 신부 | 성바오로수도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