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초등학교 시절 날아다니는 꿈을 자주 꾸었다.
일학년과 이학년 일학기를 전농동에 있는 학교를 다녔다. 학교에서는 이름이 홍비인가 잘 기억이 안나는 여자아이와 거의 매일 놀고 방과후에도 우리 동네에 와서 함께 놀았다. 한번은 갖난아이였던 막내를 유모차에 태우고 신나게 함께 달리다가 녀석을 떨어뜨린 적도 있다. 그 여자아이를 거의 평생동안 그리워하며 살았다. 그 아이집에 놀러간 기억이 나는데 아버지는 운전사였고 그 집이 어둡고 좁은 판자집으로 기억이 된다.
이학년 여름방학 때에 서울을 가로질러 연신내로 이사왔다.
그리고 한학년이 두반 뿐인 사립학교로 전학을 했다. 어렸을적 입었던 화상이 얼굴 한쪽에 남아있던 나는 아이들에게 따돌림을 당했다.
밤에는 날아다니는 꿈을 자주 꾸었는데 날기 시작하는 장소가 학교 가는 길에 있었던 약국 앞 이었다.
하도 꿈을 자주 꾸어서 실제로 등교길에 주위에 아무도 없으면 가방을 내려놓고 몸을 가볍게 하며 공중으로 뜨려고 시도한적도 있다. 나는 그 순간이 나만의 기억인줄 알았는데 얼마 전 동생이 그 장면을 기억하고 있어서 놀랬다.
일단 날아 오르기 시작하면 점점 길과 집들이 작아지고 바람이 불기 시작한다.
한동안은 재미가 있다. 문제는 내려가고 싶을 때 점점 더 높이 날아 오르는 것이다.
금방 바람과 구름에 밀려 낯선 곳으로 엄청난 고도로 날게 된다.
애써서 고도를 낮추게 되면 그때부터는 점차 빨라지는 속력이 위협적이다.
번개같이 다가오는 전선줄과 전봇대 그리고 건물들을 간신히 머리를 숙이고 몸을 틀면서 피하느라 진땀을 흘린다.
어릴때의 전체적인 기억은 어둡다.
시력이 너무 좋지 않았는데도 왜 안경을 끼지 않았는지 모르겠다.
한번은 중요한 배구시합 결승이 장충체육관에서 열렸는데 상대방의 써브가 잘 안보여서 어설프게 받았다가 우리 팀이 결승점을 내주고 진 기억이 뼈아프게 남아있다. 아! 그때 안경이나 렌즈만 있었다면...
그날은 우리 학교 전교생이 응원을 왔고 시합전에는 불고기까지 먹었는데...
시합이 끝나고 밖에 나왔을 때 비가 내리고 있었다.
요즈음 40냔만에 초등학교 동창들과 자주 이야기를 한다.
나는 기억도 못하거니와 내 성격이 아주 조용하고 얌전하게 지냈는데 의외로 나에게 얻어맞았다는 애가 둘이나 있어 놀랐다.
그래도 아이들과 이야기하면 어렸을때 날던 기분이 약간 든다.
아마 내가 존재했었다는 근거 즉 내 뿌리의 흔적을 수십년 만에 찾아와서 무릎꿇고 두손으로 더듬는듯 하다.
유난히 이뻤던 아이 그리고 아주 심술궂었던 아이 벌써 죽었다는 착한 아이 아무 특징도 없고 친하지도 않았던 아이
돈을 밝히고 흥분을 하면 미친듯이 아이들을 때렸던 선생의 기억...
어쩌면 어렸을 때의 날아보려던 욕구가 나를 이땅으로 이민오게 했는지도 모르겠다.
미치도록 보고싶었던 그 아이는 어떻게 되었을까?
또 다시 그 날던 꿈을 꿀수 있을까? 만약 그럴수 있다면 잃어버린 고향에 가볼수 있을까?
첫댓글 저도 고딩때 전농동에 살았습니다. 이젠 오래되어서 잘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확실한 건 뒷산이 있어 산책을 자주 한 기억이 납니다.
남자아이들은 나르는 꿈을 자주 꾼다고 들었습니다.
여자아이들은 짖굿은 남자아이들이 고무줄 놀이하는 여자아이들을 골탕을 자주 먹입니다.
저는 억울해서 잠에서 깬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글 감사합니다. ❤️❤️
아 그러세요? 전곡국민학교를 다녔어요 저는. 근처에 여고도 있었고 개천가에는 수양버들이 있고 서울농대쪽으로는 산이 있었죠. 학교에서 겉이 딱딱하게 밀가루가 허옇게 묻어있던 빵 배급을 받은 기억 일 년에 한 번 회중약을 먹던 기억...
@david 제가 우리 전형 초등학교 선배였네요. 제 둘째동생과 같이다녔겠습니다. 우리 3남일녀 모두 전곡을 나왔지요. 우리 형제모임을 우린 동문회라고 부르고 저를 회장님이라고 부릅니다. 저는 거기서 대학교2한년때까지 한집에 살았어요. 시립농대뒷산은 배봉산이에요. 제놀이터였지요. 수일내로 전농동에 가볼생각입니다. 아버지가 식구들데리고 짜장면 사주었든 중국집이 아직도 있거든요. 많이 변했으나 아직도 거기는 제손바닥같은곳이죠
꿈이 현실이 되어버렸네요
날아서 오셨잖아요
ㅎㅎㅎ 빵 터졌습니다.
내일은 날으는 사진을 올렸야겠습니다.
제목 - 비상 -
전 어릴적 왜 그리 계단을 헛밟거나 절벽에서 떨어지는 꿈을 자주 꿨을까요?
엄마 말로는 키 클려고 그런다고 했지만 한번도 믿은 적은 없는 게 그렇게 자주
떨어졌으면 2미터는 됐어야지ㅋ 어린시절을 소환해주신 글 재밌게 봤습니다.
연신내 반갑네요. 저는 어린시절 연시내 옆동네인 대조동에 살았었는데 그때는 연신내 겨천이 복개되기전이라 개천에서 놀았던 기억이 있네요.
신혼때 대조동 살았지요. 직장은 후에 은평구청 직전 테니스 코트였지요
저도 잠깐 대조동에 살았습니다
은평구청에서 근무도 했구요
저는 종로 5가쪽이 고향입니다. 충신동인데 지금은 대학로에서 동대문으로 가는 대로변이 되어버려 흔적도 없어요. 연신내쪽도 많이 개발되어 옛모습이 없을 걸요. 오셔서 실망하지 마셨으면 합니다. 한국은 변화가 넘 심해요.
또한번 날아 한국 오세요^^
살던 곳을 가보니 정말 너무 낙후되었더군요. 그리고 무슨 음식점이나 주점 천지인지 도무지 깨끗하고 조용한 주택가를 찾기가 힘들더군요.
@david 그러다 어느 날 갑자기 한꺼번에 밀고 빌딩 들어서거나 아파트 단지 되거나 한답니다
한국은 정말 많이 빨리 변하는 것 같습니다. 저도 가끔 한국 나가서 예전에 알던 곳 찾으려다 애먹은 적이 많이 있습니다. 그래도 여러분들과 예전의 추억을 되새기는 것도 기쁨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