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12. 14. 수요일. 맑음. 강릉에서는 그렇게 춥지 않았음.
생소했던 말 '러셀russell' : 등산에서 선두에 서서 눈을 쳐내어 길을 다지면서 나아가는 길.
은빛님의 반가운 문자.
해산화님 화요산행도 눈 때문에 취소되고,
정기걷기도 못 가고
눈 때문에 1주일을 걷지도 못 한 이 때,
"내일 가까운 산에 가실래요?"
"가고 말고요 !"
하며 후다닥 따라 나섰지요.
산은 갈 때마다 다른 몸짓과 표정을 짓고 있다는 것을 알았어요.
이 날은 하늘이 새파랗게 추운 얼굴.
은빛님이 토요일 정기걷기에서 국사성황당 쪽으로 길을 내어 갔다는 얘기를 해주었어요.
"저쪽으로 길을 내어 갔어요."
아마 이 사진에서 오른 쪽인 듯...^^
바람 자국이에요.
바람은 눈이라는 거대한 화판을 가지고 있네...
여기는 이런 그림을...그렸고,
여기는 요런 그림을...
여기는 할퀴고 지나간 것 같아요.
평화로워라...
눈이 쌓여 담이 낮아져 있었어요.
문지방처럼 그냥 넘어서 양떼 목장 안으로 들어갔어요 !
묘하게 기분이 좋았지요.^^
양떼목장으로의 문지방 월담을 은밀히 사주했던 씩씩한 은빛님~ㅎㅎㅎ
이제는 이렇게 눈에 만들어진 눈길이 예사롭게 보이지 않아요.
길을 이렇게 만들어 준 사람들에게 감사한 마음이 들지요.
여기도 길... 러셀
눈 위에 그림자가 예쁘다는 것을 초당은자님의 사진을 보고 알았어요.
이쯤 오자 바람이 불기 시작했어요.
갑자기 산에 오게 되어서 미처 저장된 사진을 지우지 못했어요.
저장 공간이 없어서 찍을 때 애를 먹었지요.
손도 시렵고요.
여기까지는 손이 시렵고 저장공간 없는 것 빼고는 별 문제가 없었습니다.
바람이 부는 것하고요.^^
바람이 저기서 불기 시작하면 제게 도착할 때 쯤은 바람을 등지고 섭니다. 그러면 등을 때리고 지나가지요.^^
그런데 문득 아무리 봐도 길이 없었어요.
분명 내려오는 사람이 둘이나 있었는데요.
12월 6일에 선자령에 왔을 때 해산화님이 많이 쌓인 눈 위에서 아기처럼 기어가시는 것을 보았어요.
사실 그때 해산화님 안 보실 때 조금 웃었지만,
이 날은 바로 저도 그렇게 했죠.^^
은빛님은 뒤에서 오면서 제 모양이 우습다고 웃기 시작했어요.ㅎㅎ
하지만 기어가는 것이 훨씬 힘이 덜 들었어요.
눈이 1m가 넘는 것도 같았거든요.
푹푹 빠지기도 하고 좀 단단하기도 하고요.
걸어가다 기어가다 했습니다.
아이고 힘들어라~~~
길이 어딘지 몰라 돌아가려고 했어요.
은빛님도 망설였지요.
그런데 리본들이 달려 있는 것을 발견하고 길이란 것을 알았지요.
또 은빛님이 조금만 더 가면 능선이라고 알려 주었고요.
그리고 제가 지쳤을 때 은빛님이 앞에서 러셀을 만드는 법을 보여주면서 갔어요.
이제 러셀이 무엇인지 확실히 안답니다.
뒤를 보니까 우리가 남긴 자취를 따라 다른 사람들이 오고 있었어요.
"악, 엄마~" 하고 소리를 지르면서요.^^
그리고 우리와 능선에서 마주친 두 사람이 또 그 길로 갈거구요.
러셀이 다시 만들어지고 있는 거지요.
강릉 시내가 보이는 것을 처음 본 것 같아요. 날이 흐릴 때만 가서 그런가?
내려 오는 길도 바람이 많이 불었어요.
사진기가 흔들리고 걸음도 조금은 비틀거릴 지경이었어요.
그렇지만 예쁜 풍경은 또 사진을 지워가면서 찍었지요.
은빛님이 웃었어요.
이 사진이 이 날의 바람과 추위를 말해주는 것 같아요.
이런 느낌.
조금 더 내려오니 바람이 점점 잠잠해졌어요.
토끼 발자국인가요? 아주 작은 동물의 발자국도 있습니다.
참 예쁜 러셀이에요.
이제 러셀은 제게 많은 의미를 가지고 있어요.
감사합니다, 이 길을 가신 분들, 모두.
은빛님 차 안에서 손을 녹이고, 커피를 마셨습니다.
음, 오늘 배운 것.
앞뒤는 없지만
산을, 자연을 존중해야 한다는 것.
그리고 자연 앞에 겸손해야 한다는 것.
사람은 사람이 간 길을 따라 간다는 것.
은빛님, 감사했어요.
김치도 맛있었고요.
따뜻한 일회용 손난로도 잘 썼어요.~
꼭 은빛님 마음 같았지요.
첫댓글 눈길을 걸으면서 느끼는 행복함.....지솔님은 난다데비 ..^*^
은빛님~~~난다데비가 뭔지 찾아봤어요. 감솨해요...
전 좀 힘들었었나 봐요. 그런데, 그러면서도 이상하게 힘이 솟는 듯...
산이 이상한 힘이 있다는 것을 느껴요.^^
두분 모두 난다데비...제인이는 난다데비 그리워하는 니임...
ㅎㅎㅎ~
두분의 눈길행복감이 무지 눈꼴시려라(어떤님이 부러우면 지는거라고 해서...ㅎㅎ)...나도 가고자바라 ㅎㅎ
눈빛,산빛,은빛...이뻐요^^
이쁜 가운데서도 무서움이 있다는 것도 살짝 체험했어요.
산에 다니면서 세상의 이치도 체험하는 듯...
무조건 좋은 것은 엄따!
가야트리님 쓰리빛으로 바꾸세요 닉을...ㅋ
바람님은 센스쟁이...
지솔님과 걸으면서 가야트리님 생각 많이했어요 다음에 시간나실때 우리 함께해요.^^*
바우길바람이 무섭습니다요..
마음 한가운데 바우길하트가 꽉차서 정신 못차리고 있지요..ㅎㅎ
닉을 바꾸라구요?? 쓰리빛or삼빛..... ㅋㅋ
역시 지솔님의 사진이 있어야 기분이납니다 다음정기걷기 참여하시면 많은사진올려주세요 보는재미가있습니다^^*
네, 못 찍어도 무조건 올릴게요.ㅎㅎㅎ~ 패랭이꽃님 잘 계시죠?
예쁜 겨울동화 고마워요....
네, 저도 감사드립니다.^^~* 좋은 하루하루 되세요~
화요산행이 왜 안올라올까? 했었습니다 ㅎㅎ
대신 멋진경험을 하셨네요 축하 합니다^^
네, 정말 그랬어요, 라벤더님~^^~* 감사~~~
만감이 교차되면서 오르셨을 듯...
거움..두려움...기쁨..힘듬..차거움...뜨거움...등등등...잉
제인이도 근처에서 열심히 걷고 있네여...
만나는 그날까지 화이티
네, 이 지솔 제인님을 언제까지나 기다립니다~
그런데 제인님 kin거움이란? 궁금...^^
산만 좋아하지 인터넷의
ㅎㅎ그렇군요.~~~제인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