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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립공원 내 집단시설지구에 재활센터가 웬 말이냐'. 장애인 숙박시설 공사현장에 주민이 내건 현수막 문구이다.
9일 장애인들이 '하조대 희망들' 공사현장을 방문해 장애인 숙박시설을 혐오시설이라며 건립을 반대하는 하조대 일부 주민과 대화를 시도했으나 농성장을 지키던 주민은 대화 자체를 거부했다.
이날 장애인 단체 대표 등은 주민에게 "왜 장애인 숙박시설을 혐오시설이라고 이야기하는가"라며 설명을 요구했으나, 현장을 지키는 주민은 침묵으로 일관하며 직접적인 대화를 피했다.
이 같은 태도에 분노한 장애인들은 "하조대 건립을 막는 것은 명백한 장애인차별이다", "장애인 숙박시설을 재활센터라고 우기며, 장애인 숙박시설을 혐오시설이라고 하는데 장애인이 무슨 핵폐기물이냐"라고 항의했다. 그러나 하조대 주민은 "장애인 때문에 길바닥으로 나앉게 생겼다"라면서 자리를 피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전장연) 박경석 상임공동대표는 "주민 여러분은 지금 장애인 차별을 하고 있다"라면서 "우리의 말을 듣지 않으시려고 하는데 국가인권위원회조차 하조대의 건립을 막는 것은 차별이라고 이야기하고 있다"라고 설득했으나 끝끝내 주민과의 대화는 이루어지지 못했다. 또한, 일부 주민은 식당에 들른 장애인들에게 음식을 팔지 않아 물의를 일으키기도 했다.
한편, 이에 앞서 전국장애인야학협의회, 전장연,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아래 한자협),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등은 9일 늦은 3시 양양군청 앞에서 '정상철 양양군수 규탄 장애인 총력 결의대회'를 열고 장애인 숙박시설 건축을 반대하는 정 군수를 규탄했다.
이날 결의대회에서 전장연 박 상임공동대표는 "이 지역에서 '하조대 희망들'의 건립을 반대하는 이유는 이것이 혐오시설이기 때문에 상권이 떨어진다는 것인데 그것이 바로 차별이고 편견"이라면서 "여기 군청 앞에 '서울시에 놀아난 양양군은 하조대 주민 책임져라'라는 현수막이 걸려 있는데 장애인 숙박시설과 생존권의 문제가 무슨 관계가 있느냐"라고 꼬집었다.
박 상임공동대표는 "'하조대 희망들'이 지난해에 이미 완공되었어야 하는데 아직 삽 하나 못 뜨고 있다"라면서 "사법부가 '하조대 희망들'은 숙박시설이며 법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다고 했음에도 양양군수는 대법원까지 가겠다고 한다"라고 지적했다.
박 상임공동대표는 "군수에게 인권위도 당신이 장애인을 차별하는 거라고 판단했다고 이야기하니 인권위 판정이 3심보다 상위에 있느냐고 반문하더라"라면서 "정상철 양양군수에게 인권이 뭔지 보여주는 투쟁을 전개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장연 박명애 공동대표는 "이 시대에도 장애인과 관련된 건물을 혐오시설이라고 하느냐"라면서 "이 세상에 비장애인만 사는 것도 아니고 우리 또한 대한민국 국민임에도 우리가 머물면 혐오시설이고 비장애인이 살면 땅값이 오른다는 게 말이 되는 소리냐"라고 분노했다.강원장애인차별철폐연대 변윤태 사무국장 "'하조대 희망들'은 반드시 만들어져야 한다"라면서 "우리도 엄연한 소비의 주체이며, 장애인도 바닷가에 갈 권리가 있음에도 양양군수는 차별적 행동을 자행하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민들레장애인야학 박길연 대표는 "지난달 시설에 들어갈 수밖에 없던 한 장애인이 자신의 소원은 바다를 구경하는 것이라고 이야기했는데, 왜 장애인은 바다 구경 한 번 가는 것이 소원이어야 하느냐"라면서 "장애인은 바다에 가서 구경하면 안 되는 이유를 설명해 달라"라고 전했다.
한자협 최강민 사무총장은 "하조대 주민의 이기심을 이해한다손 치더라도 지자체가 앞장서서 반대하는 것은 상식이 없다고밖에 생각할 수 없다"라면서 "강원도의 이동권, 생존권이 보장이 안 돼 장애인들이 집 밖으로 나올 수 없는 실정인데 '하조대 희망들' 건립을 통해 이 같은 현실을 바꿔나가자"라고 결의했다.
한편, 서울시는 10일 오전 공사를 강행할 예정이었으나 일부 주민이 포크레인을 가로막고 나서며 방해해 공사를 진행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