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에 미국에서 제작한 버킷 리스트( bucket list)란 유명한 영화가 있다.
흑인 자동차 정비사 카터(모건 프리먼)와 재벌 사업가 에드워드(잭 니콜슨)는 우연히 같은 병실을 쓰게 된다.
그들은 죽기 전에 꼭 하고 싶은 일들 즉 버킷 리스트를 작성하면서 하나씩 하고자 병원을 탈출한다.
세렝게티에서 사냥하기, 문신하기, 카레이싱과 스카이 다이빙, 가장 아름다운 소녀와 키스하기, 화장한 재를 깡통에 담아 경관 좋은 곳에 두기, 눈물 날 때까지 웃어 보기 등등 목록을 지워나가기도 하고 더해 가기도 하면서 두 사람은 많은 것을 나누게 된다.
잭 니콜슨은 자가용 비행기까지 있어 돈은 펑펑 쓴다. 그래서 인생의 기쁨, 삶의 의미, 웃음, 통찰, 감동, 우정까지 마음껏 누린다.
그런데 버킷리스트의 마지막 항목은 잭 니콜슨이 루왁 커피(Luwak)의 정체를 밝혀 내면서 둘이 입이 찟어지도록 파안대소하는 것이다.
루왁 커피 는 말레이시아 사향고양이가 땅에 떨어진 커피 열매를 먹고 소화기관을 통과한 배설물로 만드는 커피다. 사향고양이가 커피 열매를 먹어도 커피 콩은 소화되지 않고 배설된다. 베트남에도 위즐 커피라 불리는 비슷한 것이 있는데, 베트남 원산의 족제비 종류가 먹은 뒤 배설물을 커피 열매로 만드는 것이다.
루악 커피는 세계에서 가장 비싼 커피로 우리나라에서 한잔에 3만~6만원한다. 모건프리먼이 병실에서 아침마다 이커피를 소중한듯 마시는데 잭 니콜슨이 사향 커피의 실체를 밝히자 둘이서 배가 터져라 웃는 것이다.
나는 큰 소리로 마음껏 웃어 본지가 언제였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그저 희미하게 웃는 정도다. 인간은 나이를 먹을 수록 점점 기쁨과 웃음을 잃어버린다. 아유는 삶의 한계를 경험하면서 오는 불안과 염려 때문이다. 옥스퍼드 의과대학 연구팀에 의하면 어린아이는 하루에 400번을 웃는데 비하여 어른이 되면 하루 10~15번을 웃는다고 한다.
스탠퍼드 의과대학의 윌리엄 프라이 교수는 웃음의 효과에 대해 30년간 연구했는데, 하루 3분간 유쾌하게 웃는 것은 10분간 노를 젓는 운동을 한 것과 같은 효과가 있고 20초 동안 크게 소리내어 웃으면 5분간의 에어로빅과 마찬가지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한다.
내가 웃으면 상대방도 좋아한다. 즉 기분에는 전염성이 있다. 우리의 마음 상태는 얼굴 표정으로 나타난다. 우리가 웃을 때 행복과 관련된 화학물질 즉 엔돌핀이 분비되고, 얼굴을 찌푸릴 때는 불행과 관련된 화학물질이 분비된다.
내가 의식적으로 웃음을 지으며 기분 좋은 표정을 지으면 상대방도 아니 처음 보는 사람도 더 따뜻하고 친절히 대해 준다.
즐거운 표정은 다른 사람을 끌어당기지만 찌프린 얼굴은 사람들을 등 돌리게 만든다.
우리가 웃음 짓거나 즐거운 표정을 지을 때 우리 스스로도 기분이 좋아지며 다른 사람들 역시 기분이 좋아지고 우리를 더 좋아하게 된다.
웃음은 신이 인간에게만 내린 축복이다. 윌리암 제임스의 말대로 우리는 행복하기 때문에 웃는 것이 아니고 웃기 때문에 행복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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