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은경 동시집 <꽃향기가 큰길까지 걸어 나왔네>
책소개
걸음의 동시 『꽃향기가 큰길까지 걸어 나왔네』. 어린이 동시집이다. 총 5부로 구성되어 있으며 가족이란, 할머니는 무슨 꽃이 좋아요?, 우리 할머니를 소개합니다, 기름이 거름, 내일 가족, 풍선인형, 뻐꾸기 아빠 등 다양한 작품이 수록되어 있다.
글 유은경
2001년 어린이문화 신인상을 받으며 동시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제1회 황금펜아동문학상과 제4회 푸른문학상을 받았습니다. 2019년 문화일보 신춘문예에 동화 「의자」가 당선되었고, 대산문화재단 대산창작기금과 아르코문학창작기금을 받았습니다.
지은 책으로는 동시집 『생각 많은 아이』, 『내 꿈은 트로트 가수』, 『물고기 병정』, 『괜찮아, 나니까』, 『짱뚱어야, 놀자』 등이 있습니다.
그림 다린
어린 시절 꼼지락거리며 만들고 그리기를 좋아하던 어른아이가 어릴 적 상상의 세계를 그림으로 펼치는 중입니다.
작품으로는 쓰고 그린 책 『커다란 당근의 비밀』, 『하루 10분 아가랑 소곤소곤』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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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를 쓰면서 늘 생각합니다.
내가 쓴 동시에도 손이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요.
행과 행 사이에 숨어있던 손이 읽는 이의 마음을 만져주면 좋겠어요.
뜨거운 이마를 시원하게 짚어주고, 차가운 손을 녹여준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내 동시에 큼직하고 두툼한 손이 있어서, 쓸쓸한 등을 가만가만 토닥여준다면 더없이 좋겠어요.
- 시인의 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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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는 꽃 / 유은경
영하 17도
이렇게 추운 날
꽃이 피었다
이른 아침
버스에 탄 사람들
꽃 보며 가라고
유리창 가득
하얗고 예쁜 성에꽃
피었다
한 아이가
손끝으로 긁어보고
입김으로 호오
꽃을 녹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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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나 줘버려 / 유은경
어머, 어머, 얘 좀 봐,
코딱지를 파서 먹다니,
그 손으로 또 사과를 집어먹네?
에그, 에그.
못된 버릇은 개나 줘버려!
듣고 있던 우리 개 멍구
웡, 웡 짖습니다.
싫어요, 싫어!
왜 나쁜 건 맨날 나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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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은 아이 / 유은경
엄마와 마트에서 수박을 골랐다.
큰 수박들 옆에 있을 땐 몰랐는데
이것도 꽤 큼직하니 괜찮네.
엄마 말 듣고
카트에 담긴 수박은
기분 좋아 흔들흔들
나도 그래요, 엄마
혼자만 똑 떼어놓고 바라보면
나도 꽤 괜찮은 아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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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0번 떨어진 사람 / 유은경
배우가 되고 싶은 사람이 있었어.
그는 오디션에서 800번 떨어졌어.
그러는 동안 연기 실력이 조금씩 늘었지.
결국 헐리우드 스타가 됐어.
그 사람이 누구냐고?
영화 어벤져스의 주연 마크 러팔로야.
몇 문제 틀렸다고 슬퍼하지 말자.
한두 번 넘어졌다고 울지 말자.
괜찮아, 이제 시작인걸.
아직 100번도 안 되는걸,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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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어도 될까요 / 유은경
발바닥 따끔하게 맞고
엎드려뻗쳐 하고 있는데
사범님 하얀 도복 등판에 검정 글자가
오늘따라 도드라져 보인다.
나는 아이들이 참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