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곡 시기와 질투의 죄, 사랑을 권유하는 채찍
우리는 계단 꼭대기에 있었습니다. 두 번째 둘레입니다.
그곳에는 영혼도, 조각의 흔적도 없었다.
절벽과 길은 아주 말끔했다.
돌의 색깔만 납빛을 띠고 있었다.
우리는 이미 그 단지를 따라서 가고 있었습니다.
그때 보이지는 않았지만, 영혼들이 우리를 ‘사랑의 향연’에 초대하는 말이 들려왔습니다.
"그들에게 포도주가 없었네."라는 첫 번째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가나의 혼인잔치에서 잔치 도중 포도주가 떨어지자 예수의 어머니는 예수에게 포도주가 떨어졌다고 말했고 아들은 물을 포도주로 바꾸는 기적을 행합니다.
질투에 반대되는 사랑을 권유하는 채찍으로 타자의 배려에 대한 첫 번째 예입니다.
가나의 혼인잔치 그림입니다.
파올로 베로네세 가나의 결혼식 파리 루브르 박물관
- 2019년 파리 루브르 박물관 여행에서
모나리자 바로 앞 정면의 벽에 베로네세의 '가나의 결혼식'이 있습니다. 엄청나게 큰 대작입니다.
루브르박물관의 소장품 중 가장 큰 그림입니다. 가로 10m, 세로 7m의 큰 그림속에 130여명이 결혼식에 와 있습니다.
루브르박물관에 네 번 째 가서야 찍은 사진입니다. 첫 번째 갔을 때는 모나리자를 보려고 옆의 그림은 사진을 찍을 생각을 못했습니다. 아니면 너무 그림이 커서, 사람들이 많아 멀리 떨어져서 찍어야 하는데 그럴 여유가 없었거나요.
딸과 함께 2019년에 갔을 때는 모나리자가 네 번째여서 사람이 많아도 여유로웠는데 안내하시는 분들도 여유롭습니다. 우리 둘을 세워놓고 모나리자 앞에서 사진을 찍여주며 재미있는 농담을 하십니다.
모나리자 정면이어서 이 많은 사람들 뒤에서 찍어야 합니다.
그 목소리가 완전히 사리지기 전에 또 다른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내가 오레스테스다!"
오레스테스는 친구 필라데스와 함께 아버지 아가멤논을 살해한 어머니에게 복수를 하러 아버지의 사촌이자 어머니의 정부로 아가멤논을 죽인 아이기스토스를 죽이러 갔다가 오히려 사로 잡혔습니다. 필라데스는 친구의 목숨을 지키려 했고 오레스테스는 친구의 희생을 원하지 않아 서로가 "내가 오레스테스다." 라고 주장했습니다.
질투를 없애는 두 번째 덕성인 우정과 관용에 대한 예입니다.
세 번째의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너희에게 해를 끼친 자를 사랑하라."
이는 질투에 반대되는 사랑을 권유하는 세 번째 덕성인 그리스도의 말씀입니다.
그러자 선한 선생님이 말했다. “이 단지에서는
질투의 죄를 응징한다. 그렇기에
여기서 사용되는 채찍은 사랑에서 나오는 것이다.“
채찍과 재갈은 연옥에서 죄를 정화하는 두 가지 기본 방법들입니다. 세 개의 일화는 사랑을 권유하는 채찍을 상징하고 질투로 인해 받는 벌들은 질투를 억제하는 재갈을 의미합니다.(연옥편 14곡)
선생님이 이제 앞을 보라고 하였습니다.
단테는 눈을 커다랗게 뜨고 앞을 바라보았습니다. 자기가 기대어 선 바위와 같은 색깔의 옷을 두른 망령들이 보였습니다.
그들의 눈썹은 모조리 철사로 뚫려 꿰매어 있었습니다.
내가 거기서 본 것을 보았다면
어떤 강심장을 지닌 사람이라도
가여움에 사무쳤을 것이다.
더 가까이 다가서서 그들이
견디고 있는 고통을 눈으로 보자
나의 눈에서는 큰 고통의 눈물이 흘러내렸다.
단테의 마음은 연민과 가여움, 슬픔과 아픔을 같이 하는 따뜻한 정이 가득한 아름다운 심성입니다.
그들을 따라가면서, 자기는 보이지 않으면서
다른 사람을 보는 것이 무례하게 느껴졌기에,
나는 현명한 길잡이에게 몸을 돌렸다.
이 시구를 보면 단테를 좋아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자기는 보이지 않으면서 다른 사람을 보는 것이 무례하게 느껴졌기에’ 라는 시구에서 섬세한 감성의 겸손과 배려, 진정한 예의를 느낄 수 있습니다.
상대의 마음을 잘 헤아려 배려하는 마음과 진심어린 예의가 잘 나타나는 시입니다. 나는 단테의 이런 마음이 참 좋습니다. 남들은 잘 이해하지 못하는 말과 행동에서, 상대방에 대한 무례함과 미안함, 예의를 느끼고 표현합니다.
나의 다른 쪽에 경견한 망령들이 있었는데 끔찍하게 꿰매져 있습니다. 단테는 그들에게 그대들 가운데 라틴의 영혼이 있는지 물었습니다.
그들 중 한 영혼이
"나는 시에나 사람 사피아라 불렸지만 나의 행복보다 다른 사람의 불행을 즐겼지요." 라고 합니다.
사피아는 살바니(11곡에서 피렌체 전투에 패한 뒤 처형되었는데 그의 죄는 일시적인 권력을 휘두르는 교만)의 아주머니뻘로 살바니가 피렌체에서 패했을 때 기뻐했다고 합니다. 사피아는 삶이 끝나갈 무렵 하느님께 회개했는데 시에나의 빗 장사(나중에 수도사가 됨)가 기도해 준 덕분에 회개했다고 합니다.
사피아는 "그런데 당신은 누구이기에 열심히 묻고, 당신은 숨을 쉬고 있느냐?"고 물었습니다.
단테는 내 눈은 질투의 죄를 거의 저지르지 않았는데 하며...
내 영혼을 짓누르는 더 큰 두려움은
방금 거쳐 온 단지의 영혼들이 지은 죄 교만일 테니
그들이 지고 다니는 무게가 느껴진다오.
역시 단테는 자신의 능력에 교만, 자만이 가득합니다. 남들 보다 뛰어나다는 생각이 있어 질투는 느끼지 않았나 봅니다.
단테가 "나는 살아있는 사람이니 저 너머로 옮기길 바라거든 부탁하라."고 하니 그 영혼은 "혹시 토스카나 땅에 가거든 내 일가들에게 내 이름을 일깨워 주라."고 합니다.
그리고 토스카나 지방의 작은 항구 탈라모네에 바다로 진출할 거점 항구로 삼으려 하나 수많은 인재들을 잃을 큰 좌절을 맛볼 것이라고 예언합니다.
영혼들은 현재의 일은 잘 모르나 과거나 미래의 일을 잘 알 수 있어 예언을 잘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