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일이와 수일이』의 작가 김우경 선생님의 유작 동화 출간
인간과 동물, 인간과 자연은 과연 조화롭게 살아갈 수 없는 것일까?
모든 생명이 마음껏 숨 쉴 수 있는 세상을 향한
힘차고 신 나는 발걸음을 떼어 보자!
■ 모든 살아 숨 쉬는 자연과 더불어 조화로운 삶을 살았던 작가 김우경
『풀빛 일기』 『수일이와 수일이』 『선들내는 아직도 흐르네』 등 숨결 고운 작품으로 많은 사람의 가슴에 선한 아름다움과 작은 것의 소중함을 일깨워 주었던 작가 김우경의 유작 동화 『맨홀장군 한새』(전2권)가 출간됐다. 1989년부터 2009년까지 20여 년 동안 꾸준히 소신 있게 작품 활동을 해 온 김우경 선생님은 지난 2009년 7월 7일 오랫동안 앓아온 병을 내려놓고 우리 곁을 떠나셨다. 어릴 때부터 아픔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했고, 내내 몸의 아픔을 견디며 글을 쓰셨던 선생님은 유독 다른 생명의 자그마한 아픔도 그냥 지나치지 않고 소중히 보듬어 주셨다. 그의 글을 잠시라도 읽어 본 사람이라면 그가 얼마나 한 생명 한 생명을 소중히 여기고, 그 생명이 존재하는 이유를 세심하게 들여다봤는지 금세 알아볼 수 있을 것이다. 소중하지 않은 생명은 이 세상에 없다는 것을 선생님은 글로, 자신의 삶으로 보여 주셨다.
어느 글이든 글을 읽으면 그 글을 쓴 사람이 보이기 마련이다. 조금의 과장도 없는 소박하고 진솔하고 수수한 삶을 살았던 김우경 선생님은 작품 속에서도 그 어느 것도 우쭐대지 않고 자기 자리를 묵묵히 지켜 나가는 각각의 생명들의 삶을 묵묵히 그려 냈다. 자연과 함께한 조용하고 정갈한 생활이 작품을 쓰는 힘이자 기반이 되었던 것이다. 한결같이 순하고 배려가 있고, 읽는 이의 마음을 부드럽게 만져 주는 진솔한 글은 그의 삶과 글이 분리되지 않고 일치했기 때문에 가능했을 것이다. 글을 통해 자연스러운 삶의 모습을 보여 주고자 했던 그는 어려서부터 빠르고 치열하고 남들보다 잘해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리는 아이들에게 잠시나마 숨을 돌리고 남들과 달라도 괜찮다며 따스한 손을 내밀어 주었다. 이름만 떠올려도 평안과 안심을 안겨 주었던 이름, 김우경. 이제 그분은 우리 곁에 안 계시지만 그가 남기고 간 작품 『맨홀장군 한새』를 통해 그가 이루고자 했던 아름답고 힘찬 세계를 보고, 묵직한 울림을 경험할 수 있는 것은 참으로 다행한 일이다.
■ 씩씩한 한새와 함께 떠나는 땅 밑 세계로의 여행
『맨홀장군 한새』는 「맨홀장군 김한새」라는 제목으로 『우리 어린이문학』(2004, 창간호)에 1회가 연재되고, 다음 해에 2회가 연재되었으나 잡지가 잠정 휴간에 들어가면서 연재되지 못했다. 그러나 김우경 선생님은 이 작품에 애착을 가지고 계속 써내려가, 2009년 3월에 두 권으로 완성했다. 두 권을 합친 분량이 1,100매가 넘는 걸 생각하면 건강이 허락하지 않은 상황에서도 작품에 대한 열정과 인내가 고스란히 전해져 마음이 아려 온다. 5년 여에 걸친 결코 짧지 않은 시간을 작품을 완성하는 데 보낸 선생님은 3월에 작품을 완성하고 그해 9월에 세상을 떠나셨다. 『맨홀장군 한새』는 주인공 한새의 성격이 생생하게 살아 있는 작품이다. 한새의 경쾌하고 야무진 캐릭터는 시종일관 이 작품을 힘 있게 이끌어 간다. 이 활기차고 모험 가득한 작품을 통해 그가 이 세상에 남기고자 했던 메시지는 무엇이었을까……
김한새는 열세 살의 아주 당찬 여자아이다. 어느 때나 누구 앞에서나 당당하고 웬만해선 절대 기가 죽지 않는다. 선생님 앞이든, 엄마 앞이든, 왕따를 시키려는 아이들 앞에서든 말이다. 그 당당함은 때론 당돌한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틀린 말을 하는 법이 없는 한새 앞에선 다들 말을 잇지 못할 뿐이다. 한새는 한마디로 거칠 것이 없는 아이다. 그런 한새에게 어느 날 믿기지 않는 일이 벌어진다. 길을 걷다가 누군가 맨홀 뚜껑을 열어 놓은 바람에 맨홀에 빠지고 만 것이다. 꿈인지 생시인지 모를 정도로 순식간에 일어난 일 앞에 한새는 어리둥절하기만 하다.
이제 한새는 자신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자신 앞에 놓인 모험 앞에 순응할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된 것이다. 순응이라니! 은근히 문제아로 살아온 한새에겐 전혀 어울리지 않는 말이다. 한새의 땅 밑 여행이 더욱 기대되는 것은 바로 이것 때문일 것이다. 맨홀 뚜껑을 열어 놓은 사람을 원망하여 어떻게든 나갈 궁리를 하는 한새는 자신의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누가 말을 걸어서 보니 세상에! 그건 사람이 아니라 쥐였다! 게다가 그 쥐는 지하 세계에서 열리는 ‘세계 동물 회의’에 한새가 사람 대표로 초대된 것이라며 알 수 없는 말을 건넨다. 달리 방법이 없는 한새는 그 쥐를 따라 단무지굴을 통해 땅 밑 세계로 들어간다.
■ 더불어 사는 세상을 향한 단단한 발걸음!
쥐나라 동쪽에 있는 ‘오그라든 마름모’에서 열리는 ‘세계 동물 회의’에 사람 대표로 참석하게 된 한새는 험난한 여행길에서 투팍 아마루 라마, 벌새 팅커벨, 구시렁 누룩뱀, 작은빨간집모기, 거미 어떻게, 어린 긴수염고래, 밤송이 성게 등 많은 생명을 만나게 된다. 그들은 모두 ‘사람이 지구를 이롭게 하는가, 해롭게 하는가?’라는 주제로 열리는 회의에 참석하러 가는 길이다. 사람 때문에 열리는 회의인 만큼 한새는 미움과 오해도 받지만 씩씩하게 나아간다. 그러나 땅 밑 여행길이 순탄치만은 않다. 목숨이 위험한 순간도 있고, 길을 잃고 친구들과 헤어질 위기에도 처한다. 그러면서 한새는 깨닫게 된다. 아무리 작은 목숨이라도 그 하나하나가 그 존재 의미가 있으며, 생명은 그 존재 자체로 존귀하게 여겨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동안 사람들의 이기심이 다른 목숨들을 어떻게 위협했는지도 똑똑히 알게 된다.
‘오그라든 마름모’에 가까워질수록 한새는 동물들의 세계에서 또 다른 지배자가 동물들을 지배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흰머리수리는 ‘돌아보지 말라’는 명령으로 모든 동물들을 수렁에 몰아넣고 그 세계를 자기 맘대로 쥐락펴락하고 있었다. ‘돌아본다’는 것은 잘못을 고칠 수 있고, 더 옳은 길로 나아갈 수 있는 힘을 내어 주는 것인데 흰머리수리는 독재자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거짓과 위협을 일삼는다. 하지만 한 가지 명령으로 동물들을 통제하던 흰머리수리에 맞서 한새와 친구들은 빼앗긴 자유를 되찾고 잘못된 것들을 바로잡아 간다. 그제야 비로소 사람 때문에 해를 입었던 여러 생명들도, 사람도 다시 출발할 수 있는 용기를 얻게 된 것이다.
그 깜깜하고 먼 땅 밑 여행길의 이야기가 보여 주는 것은 오롯이 한곳을 향하고 있다. 사람이든, 땅 위의 동물이든, 땅 밑의 동물이든, 하늘을 나는 새든, 모든 생명이 더불어 숨 쉬는 세상, 함께 사는 세상의 조화로움이다. 진짜 숨 쉬는 세상은 지구 위의 모든 생명의 힘으로 일구어 나간다는 걸 한새와 여러 동물들의 흥미진진한 땅 밑 모험을 통해 이야기하는 김우경 선생님의 차분하지만 힘 있는 목소리가 선명하게 들리는 듯하다.
동화작가
김우경(1957~2009)은 1957년 경남 산청에서 태어났다. 1989년 부산문화방송 신인문학상에 입상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하였다. 1990년 계몽사 아동문학상에 단편동화가, 1991년에 경향신문 신춘문예에 동화가, 1993년에 새벗문학상에 동화가 당선되었다. 1995년 동화 『머피와 두칠이』로 대산재단에서 문학인 창작 지원금을 받았다. 그 외 지은 책으로 『풀빛 일기』 『우리 아파트』 『수일이와 수일이』 『반달곰이 길을 가다가』 『하루에 한 가지씩』 『선들내는 아직도 흐르네』 등이 있다. 2009년 7월 7일 작고했다.
전남 영암에서 태어났다. 대학에서 동양화를 공부했으며, 한국안데르센 그림자상(2004), 노마콩쿠르 입상(2005), BIB 브라티슬라바 비엔날레(2007)에 선정되었다. 『날마다 뽀끄땡스』 『벽이』 『사진이 말해 주는 것들』 『내 이름은 타이크』 『앨피의 다락방』 『장수 만세!』 『들소의 꿈』 『멋져 부러, 세발자전거』등 많은 책에 그림을 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