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가 변해야 자식들이 결혼한다.

[정찬호]

최근 모 포털에서 방송하는 며느라기라는 드라마를 보면서 참으로 세상이 많이 바뀌었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 세상의 가치관이 걷잡을 수없이 격변하는 것을 수도없이 봐왔지만 한국 젊은 남녀의 결혼관이 예전에 비해 엄청난 변화가 있다는 것을 정말 실감할 수 있다. 물론 드라마이기 때문에 극적인 요소가 다분히 상존하고 있다는 것을 감안해도 그렇다.

그 드라마를 보느라면 결혼을 해야할 당위성을 느낄 수가 없다. 결혼 생활자체가 괴로움이자 피곤함의 연속인데 누가 결혼을 하려하겠는가. 특히 시댁과 결부되면 그 심각성이 더욱 심화된다. 이 드라마의 제목이 며느라기이기 때문에 며느리와 시댁과의 사이의 여러 상황이 주가 되고 있다. 제목이 영원한 손님 사위라면 시월드가 아닌 처월드가 주된 배경이 되겠지만. 이 드라마에 등장하는 두 며느리 그리고 딸, 그 딸도 어느 집의 며느리이니까 세 며느리가 펼치는 생활상이 주된 요소이다.

나도 드라마에 나오는 집처럼 일녀 이남을 뒀다. 그래서 자세히 들여다 보려고 한다. 큰 딸은 결혼을 했고 두 아들은 아직이다. 결혼 정년기이지만 결혼할 생각도 그럴 능력도 없어 보인다. 그래도 간혹 드라마나 영화에서 며느리들이 나오면 관심이 가는 것은 인지상정아니겠는가. 하지만 이 드라마에서 며느리들이 너무 행복해 보이지 않는다. 문제는 시댁 시부모가 그다지 독특한 캐릭터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리고 큰 며느리가 조금 독특하지 나머지 며느리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보는 그런 평범한 며느리이다. 딸도 시누이 행세를 하지않고 평범하게 자기 인생을 살아가려는 이시대 흔한 여성이다. 특이한 성격의 소유자가 있어 피곤한 그런 설정이 아닌데도 시부모는 시부모대로, 며느리는 며느리대로, 아들들은 아들들대로 행복해 보이지 않는다. 아니 상당히 불행해 보이기도 하다. 나같아도 저런 상황에서 참으로 짜증이 나겠구나 그런 생각이 든다.

그렇다면 왜 그럴까. 원인은 여러가지겠지만 일단 시부모가 문제이다.드라마상에서 시부모들은 자신들은 그래도 많이 깨쳤다고 생각한다. 특히 시어머니는 나정도면 며느리에게 잘 하는 편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 하긴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보는 심하지도 그렇다고 며느리를 며느리 입장에서 봐주는 그런 사람은 아니다. 며느리 입장에서는 시어머니가 아직 예전 사고 방식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남편이 시댁에서 설겆이를 하려거나 음식 만드는데 일손을 도우려고 하면 남자가 뭘 이런 것을 하려고 하느냐며 부엌에서 쫓아낸다. 그러면 아들은 어머니를 설득해 아내의 일을 도와주지는 않고 못이기는 척하며 부엌을 나간다. 그러면 아내 입장에서는 부아가 솟아오른다. 시댁에서 나와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나 집에가서 냉전 상태 아니 싸움을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 돼 버렸다.

아들 부부가 사는 집에서도 그다지 행복한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맞벌이인 두사람은 퇴근이 서로 다르다. 아내가 야근일 경우 남편은 편의점에서 저녁 먹을 거리를 사서 집에서 혼자 먹는다. 그리고 식탁에 먹은 것을 남겨 둔 뒤 먼저 잠자리에 든다. 늦게 귀가한 아내는 식탁에 널부러져 있는 남편의 저녁 흔적에 짜증을 느낀다. 야근으로 늦게 피곤한 몸을 이끌고 들어왔는데 식탁에 먹은 음식이 그대로 있다면 대부분의 아내들이 화를 낼 것이다. 그러나 남편은 그정도가지고 화를 낸다고 맞받아친다. 그러면 싸움이 중단될 수가 없다. 사사건건 싸움거리가 즐비한 것이 가정사 아니던가. 남편은 자신의 어머니를 떠올린다. 아버지가 이런 저런 이유로 어머니를 힘들게 해도 무던히도 참아내던 그런 어머니를 생각한다. 하지만 이제 이런 생각은 참으로 어리석은 생각이다라는 것이 요즘 젊은 여성들의 생각이다. 참고 이겨내는 덕목은 이나라 여성들에게 이제는 권장하는 생활자세가 아니라 철저히 버려야할 관습이라고 말이다. 그런 상황속에 조금이라도 가부장적인 행동을 보일 경우 아내는 절망할 것이다. 이런 상황의 연속이라면 그렇게 힘들고, 돈 많이 드는 결혼을 해봐야 뭘하겠는가라는 생각이 당연히 들 수밖에 없다. 이렇게 될바에야 왜 결혼식이라는 돈이 많이 드는 형식적인 절차를 거쳐야하며 더 나아가 이렇게 시댁 그리고 처갓집이 불편하면 왜 결혼을 해야하는냐는 근본적인 질문에 봉착하게 된다. 여기에 아이라는 요소가 가미될 경우 결혼에 대한 혐오감이 더욱 심화되게 된다.

이 드라마에서 큰 며느리가 아이를 낳았다. 그래서 큰 며느리는 시댁일에 아주 소극적이다. 아이를 봐야한다는 대명제를 내세우면서 말이다. 그래도 자신이 아이를 맡아 키우겠다는 큰 며느리 참으로 대견하다는 생각이다. 요즘 상당수의 가정에서 할머니 할아버지가 자식들의 아이들을 보러 원정간다는 상황이 현실이다. 보육시설에서 아이 봐주는 사람들의 일탈행위가 문제화되면서 자식들이 자꾸 부모들에게 아이 돌보미로 나설 것을 강요하기 때문이다. 아이 돌보는 상황까지 이 드라마가 진행될 경우 이집안의 행복은 더욱 찾아 보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요즘 부모들도 자식들로 부터 해방되고 싶어한다. 60평생 결혼해서 아이낳고 아이 키우고 뒷바라지하면서 황혼기에 접어들었는데 이제 좀 편할려고 했는데... 손주들 돌보미라는 엄청난 무게감의 새로운 의무가 지워지는데 어떤 조부모가 즐겁다 하리요. 요즘 집안 대를 이어야한다며 며느리에게 아이 강요하는 사람들 참으로 없다고 나는 본다. 왜냐 자칫 손주를 봐줘야하는 중책을 맡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아들과 며느리 가운데 한명이 휴직하고 아이를 보라고 강요할 수만은 없는 현실 아닌가. 둘이 벌어야 간신히 대도시에서 전세라도 살 수 있으니 번듯한 집 하나 주지 못할 망정 자식이 요구하는 손주 돌보미를 거절할 이유를 만들어 낼 수 없다. 그러니 울며 겨자먹기로 손주 돌보미에 차출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조성되고 만다. 이런 말을 하고 있는 나도 하루의 상당시간을 외손녀 두명을 보는데 소요하고 있는 형편이다.

특히 요즘 코로나 사태로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이 문을 닫으면 아이들 보는 것이 더욱 어려울 수밖에 없다. 아이들이 이렇게 에너제틱한지 요즘 너무 놀란다. 놀아줘도 놀아줘도 지치지를 않는다. 조부모는 힘이 들어 이놈들 제발 좀 잤으면 하는데 어림없는 소리이다. 그래서 손주들 봐주는 조부모들 허리가 성하지 않고 관절도 아픈 경우가 너무 허다하다고 한다. 이제 그만 돌보미 신세에서 벗어나고 싶은데 자식 내외의 입장에서 보면 어쩔 수 없는 그런 상황이 계속 연속되고 만다. 이런 상황을 옆에서 보고 자란 요즘 젊은 세대들이 결혼 그리고 아이낳는 것에 행복감을 느낄까 전혀 그렇지 않을 것이다. 어짜피 앞으로 맞벌이는 더욱 늘어날 것이고 그렇다면 부모들을 아이 돌보미로 동원해야하는데 부모들이 없거나 건강이 좋지 않을 경우 그렇수도 없는 상황아닌가. 그런데 무턱대고 결혼해라 한다고 결혼이 이뤄지겠는가. 정부가 나서 아이들은 보는 시설을 확충한다 하지만 그곳 보모들의 안좋은 행위가 보도되면 젊은 부모들은 가슴이 내려앉고 그런 시설에 보내는 것을 당연히 꺼려 하게 된다. 그러면 정말 출산률 높이려는 그런 시도 자체가 우스운 상황이 되고 마는 것 아닌가.

아이들이 유아기를 지나 어느정도 성장함에 따라 아이들의 부모들은 걱정이 따라서 늘어난다. 대부분의 한국인들이 가진 지상주의가 세가지가 있단다. 일등 지상주의, 학벌 지상주의 그리고 외모 지상주의가 그것이다. 이가운데 내 아이는 어떻게 해서라도 일등을 만들고 최고의 학교에 넣어야겠다는 강박관념에 사로 잡혀 있다. 하지만 그게 그렇게 되는 것이 아니다. 내가 내 아내가 그다지 명석하지 못한데 자식이 명석하길 바라는 것은 사실 도둑놈 심보이다. 그래서 그럴바에야 자식을 놓지 않겠단다. 다른사람 자식들을 받들며 분하게 살아가는 내 자식을 죽어도 봐줄 수없다는 마음이란다. 사실 나도 예전에 그랬지만 자식 일등 지상주의는 참으로 우려스러운 생각이 아닐 수없다. 그러니 가면 갈수록 결혼을 하겠다는 의지는 꺾일 수밖에 없으리라.

통계자료에서도 잘 나타난다. 취업포털 잡코리아와 알바몬이 지난해인 2020년 12월 20~30대 미혼남녀 1025명을 대상으로 ‘비혼(非婚)에 대한 인식’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전체 25%가 ‘결혼하지 않을 것’이라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남성들은 ‘경제적 요인’, ‘개인의 행복’ 등을 비혼 사유로 꼽았다면 여성은 ‘가부장제로부터의 탈피’를 들었다고 한다.

또한 2020년 인구보건위원회에 따르면 결혼을 꺼리는 이유로, 남자는 ‘현실적으로 결혼을 위한 조건을 맞추기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되어서(집 마련, 재정적 부분 등)’가 51%, ‘혼자사는 것이 더 행복하다고 생각되어서’ 30% 순이었다. 반면 여자는 ‘혼자사는 것이 행복하다고 생각되어서’ 25.3%, ‘가부장제 및 양성불평등 등의 문화 때문에’ 24.7% 순으로 응답했다.

그렇다. 그렇다면 이제 어떻게 해야할 것인가. 요즘 젊은층에서 생각하는 것을 받아드릴 수밖에 다른 방도가 없다. 자식이기는 부모는 동서고금을 통해 존재하지가 않는다. 그렇다고 경제력이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것은 결코 아니다. 혼자 사는 것이 행복할 것이다라고 생각하는 것을 막을 수는 없다. 그렇지만 가부장제 및 양성불평등같은 문화는 해결해 갈 수 있는 것 아니겠는가. 요즘 젊은이들 가운데는 가부장제의 흔적을 그다지 찾아 볼 수없지만 더욱 그런 흔적을 지워야 할 것이다. 그리고 시댁에서 그런 가부장적인 요소를 덜어 내야한다. 시아버지들 자신의 밥은 자신이 챙겨먹고 설겆이도 당연히 자신이 해야한다. 그리고 집에서 요리를 할 때 아들도 당연히 부엌에서 일손을 도와야 한다. 그리고 식사후 설겆이도 당연히 맡아서 처리해야 할 것이다. 그정도는 할 수 있지 않은가. 그리고 명절때 거실에서 술마시고 화투치지 말고 부엌에서 같이 음식을 만들어야 한다. 같이 일하고 같이 쉬면 어느 며느리가 반기를 들겠는가. 철저하게 분업을 해서 일을 처리하는 풍습을 이제 제대로 갖춰야 할 것이다.

그리고 한해는 시댁에 와서 그리고 그 다음해는 처가에 가서 명절을 보내도록 하면 어떨런지. 설날과 추석을 번갈아 시댁과 처가에 갈 수 있도록 시부모와 장인장모가 허락하면 되는 것이다. 그러면 평등하지 않겠나. 이런 것은 충분히 지금부터라도 시행할 수 있는 것 아니겠는가.

며느라기라는 드라마를 보면서 이번 설에는 상당한 변화가 있을 것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그리고 지금은 코로나 사태로 명절에도 찾아가지 않는 것이 상책이다. 오라는 말도 하지 마시길. 그리고 정 보고 싶으면 적당히 코로나가 수그러지면 편하게 모임을 가지면 될 듯 하다. 며느라기가 불편한 짓을 하지말자. 그리고 사위가 싫어하는 행위나 말은 절대 하지 말자. 내 주장만 펼때는 정말 아니다. 이러다 결혼이 없어지는 세상을 한국만 맞게 될지 모를 일이다. 그리고 아이의 울음소리가 그친 그야말로 폐허속에 한국이 놓이지 말라는 법이 없다. 젊은이들보고 변하라 하지 말고 나이든 부모들부터 바뀌어야 한다. 그리고 정부는 아이들을 대신 맡아 양육할 사람들과 시설을 충분히 확보해야 한다. 그리고 신혼 부부들을 위한 주거대책에 발벗고 나서야 한다. 결혼해 살 공간이 없는데 어떻게 결혼하라 할 수 있는가. 결혼해서 비록 좁지만 부부가 나름 편하게 거주할 공간이 있고, 시댁이나 처갓집에서 불평등스럽게 생활하지 않아도 되고, 명절때 공평하게 오가고, 아이낳으면 정부에서 충분한 양육시스템을 갖춘다면 왜 젊은이들이 결혼을 하지 않겠다고 하겠는가. 이제는 정말 바뀌어야 한다. 시끄럽다...내 하고 싶은데로 하고 가겠다...그런 심보라면 앞으로 이나라에서 존재할 부모자격이 없다는 것을 분명히 밝힌다.

2021년 1월 24일 화야산방에서 정찬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