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줄어드는 이유
사람들 마을에서는
시골 학교 아이들이 줄고 있대요.
벼 이삭 사이에서
톡톡 튀어오르던 메뚜기
논 고랑 우렁이 사라져
아버지 한숨만 길어졌다며
도시로 도시로 이사해
할머니들만 남아 있대요.
침침한 눈으로 별만 세고 있대요.
별들의 마을에서는
도시 학교 아이들이 줄고 있대요.
새까맣고 매운 연기에
눈이 아파
더 있다가는 모든 아이가
안경을 써야 될 것 같다며
시골로 시골로 이사해
할머니 별들만 남아있대요.
침침한 눈만 끔벅이고 있대요.
뿌리와 나뭇가지
뿌리는
두레박 가득
남실남실 물을 담아 올려보내며
물방을 편지를 띄웁니다.
"빛나는 햇살 보내 줘 고마워."
나뭇가지는
빈 두레박에
찰랑찰랑 햇살 채워 내려보내며
햇살 편지를 띄웁니다.
"달콤한 물 보내줘 고마워."
우산 쓴 지렁이
비 오는 날은
지렁이가 목욕하는 날
묻은 흙 씻으며 나들이 하는 날.
이상해, 요즘앤.
비 와도
목욕하는 지렁이가 안 보이니.
"산성비 맞고 다니면 안 된대."
지렁이들도 말을 하는 건 아닐까?
목욕 못 해 나들이도 못 하고......
참 바보 같아
비 오면 재빨리 목욕만 하고
나들이 할 땐
풀잎 우산 쓰면 될 텐데 말이야.
게으름
숨바꼭질 좋아하는
고 녀석은 잘도 숨지.
책상 밑에 쌓여 있는
종이 더미 속에 숨고
길어 버린 손톱 아래
시커먼 때 속에 숨고
옷장문 안, 아무렇게
수셔 넣은 옷 속에 숨고
액자 위에 내려 앉은
먼지 속에 숨고숨고.....
내 요놈을 찾아야지.
숨을 곳도 없애야지.
그런데, 그런데
내일 하면 안 될까?
할머니 머리에 든 도둑
척척박사
우리 할머니 별명이었다구.
식구 생일, 친척 생일, 제삿날까지 척척
구수하고 재미있는 이야기도 술술.
어느 날부턴가
그런 할머니가 이상해졌어.
나하고 형을 헷갈려 하더니
할아버지 제삿날까지 오락가락
금방 밥 먹은 것도 잊고 또 달래.
자꾸자꾸 할머니 머리에 도둑이 드나 봐
머리 속을 야금야금 훔쳐 가는 것 같아
어떡하지?
그래, 그래 좋겠어!
오늘부턴 할머니랑 자는 거야.
어릴 적 할머니가 해 주셨던 것처럼
밤 늦도록 옛 이야기 해 드리며 도둑을 지켜야겠어.
카페 게시글
♤ 추천하고싶은 동시
우산 쓴 지렁이 / 오은영 / 현암사
박태현
추천 0
조회 77
23.12.25 15:02
댓글 1
다음검색
첫댓글 참 기발한 발상입니다.
지렁이가 우산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