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101)-갈개물(180831 연중21주간 금)
“하늘나라는 저마다 등을 들고 신랑을 맞으러 나간 열 처녀에 비길 수 있을 것이다.
그 가운데 다섯은 어리석고 다섯은 슬기로웠다.
어리석은 처녀들은 등은 가지고 있었지만 기름은 가지고 있지 않았다.
그러나 슬기로운 처녀들은 등과 함께 기름도 그릇에 담아 가지고 있었다.”(마태 25,1-4).
혼인할 혼(婚)의 옛 글자는 어두울 혼(昏)[1]자이다.
어두울 혼(昏)자는 ‘어리석다’, ‘아둔하다’, ‘미련하다’, ‘바보같다’, ‘덜되다’ ...라는 뜻도 있다.
흔히 어둠을 밝히는 아침 해는 총명하게, 대낮의 해는 똑똑하게 여긴다.
흐지부지 빛을 잃어가는 저녁 해를 어리바리하게 여기는 탓이다.
신랑을 맞을 열 처녀 중에는 아침 해처럼 총명한 규수(閨秀)와 어리석은 실녀(室女)가 반반이었다.
내포서북부에 모자라는 사람에게 “시절!”하고 핀잔을 준다.[2]
다섯은 영리하고 다섯은 시절이다.
사회 구성원이나 개인의 내면의 명암(明暗), 곧 슬기와 아둔 확률은 반반이다 ― 그 두 가지는 사회나 개인의 삶의 흐름을 이렇게도 저렇게도 만들 수 있다.
흐르는 물은 이럴 수도 있고 저럴 수도 있다.
인생도 그렇다.
아무데로나 흘러 갈 수 있는 물을 원하는 논이나 밭에 대거나 흘려버리는 것이 갈개[3]다.
정신과 영혼이 신랑(하느님)을 향해 흐르지 못하면 내가 바로 ‘그날과 그 시간을 모르는’ 어리석은 처녀가 될 수 있다.
[1] 회의문자 ‘날 저물’, ‘어두울’ 혼(昏)자의 어원 풀이는 다양하지만 그 뜻은 한 가지다.
① ‘해’ 일(日) + ‘뿌리’ 시(氏) : 해(日)가 나무뿌리(氏)처럼 땅속으로 들어갔다는 데에서 날이 저문다는 뜻.
② ‘해’ 일(日) + ‘낮을’ 또는 ‘근본’ 또는 어리석을 저(氐) : 해(日)가 하늘에서 낮아져 날이 저문다는 뜻. 또한 해가 어두어지면(어리석어지면) 저녁이라는 뜻.
③ ‘서역나라이름’ 지(氏) + ‘해’ 일(日) : 해가 서역나라로 지면 어두어진다는 뜻. ‘서역나라이름’은 나라이름 대월지(大月氏)를 뜻한다(국제퇴계학회 대구경북지부 電子字典). 대월지는 지금의 우즈베키스탄 부근으로, 중국 戰國시대에서 漢나라 때까지 중앙아시아 아무다르야강(江) 유역에서 활약한 이란계 또는 투르크계의 민족이 이룬 나라이다.
[2] 촌스럽게 여기는 충청도 사투리 “~유”라는 종결어미가 한자로 ‘그러할’ 또는 ‘받들’ 유(兪)로 새기면 어른이나 타인을 공대를 하는 양반 어투가 된다. 하지만 공대 받지 못한 사람에게 “~~유”하고 길게 끌어 쓰면 어감상 조롱이 된다.
그렇듯이 “시절”의 <시>를 ‘때’ 시(時) 또는 ‘처음’ 시(始)자로, <절>을 ‘끊을’ 절(切) 또는 버릴 ‘절’(絶)로 새기면 ‘시도 때도 없이 말하고 행동하다’ 또는 ‘밑도 끝도 없이 불쑥불쑥 말하고 행동하다’로 풀 수 있다. ‘시절’은 서산·당진에서 때와 장소를 분간하지 못하고 지껄이거나 행동하는 어리석은 사람 또는 푼수데기를 일컫는다.
[3] 갈개 : 못자리나 모내기가 끝난 논 또는 밭에 물을 대거나 돌려버릴 수 있도록 쌓은 폭이 좁고 낮은 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