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올림픽 레슬링 자유형 여자 50kg급 결승을 앞둔 인도 선수가 계체량을 통과하지 못해 실격되는 초유의 일이 벌어졌다.
비네슈 포갓(29)은 7일(현지시간) 사라 힐데브란트(미국)과의 금메달 결정전을 앞둬 은메달을 확보한 상태였다. 그런데 이날 아침 계체량에서 한계 체중인 50kg보다 몇 g 더 나가는 것으로 나와 어떤 메달도 걸지 못하게 됐으며 이 종목 출전 선수 가운데 꼴찌로 기록된다고 영국 BBC가 인도올림픽협회 발표를 인용해 전했다.
인도가 이 소식에 발칵 뒤집힌 것은 물론이다. 포갓은 이번이 세 번째 올림픽 출전이었으며, 가장 메달권에 근접한 성적을 내고 있었기 때문에 엄청난 실망이 쏟아졌다. 전날 준결승에서 유스네일리스 구즈만(쿠바)를 5-0으로 물리치고 인도 여자 레슬러로는 처음으로 올림픽 결승에 오르는 기쁨을 누렸다.
포갓은 16강전에서 도쿄올림픽 챔피언 스사키 유이(일본)을 물리쳐 대회 레슬링의 최대 이변을 일으켰다는 평까지 들었던 터다.
보도에 따르면 전날 밤 한계 체중보다 2kg이 더 나가는 것으로 나와 밤새 사이클에 조깅, 줄넘기 등을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했다. 사실 이렇게 레슬러들이 경기 몇 시간을 앞두고까지 안간힘을 쓰는 일은 드문 일이 아니다. 그런데 이렇게 무리했다가 몸 속의 수분을 너무 빨리 없애버려 위험할 수도 있는 노릇이다. 복싱과 종합격투기 같은 격렬한 운동에서도 마찬가지 위험이 초래될 수 있다.
포갓은 앞선 두 차례 올림픽에서 53kg급으로 나섰다. 50kg급으로는 처음 출전이었는데 이번 대회 예선을 치르면서도 계속 체중 관리에 어려움을 겪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마디로 무리한 체급 조정이 화를 부른 셈이다..
인도올림픽협회는 "대표팀은 바네슈의 사생활을 존중해줄 것을 요청한다. 당장 대회(남은 일정)에 집중하고자 한다"며 더 이상의 입장 표명을 마다했다.
지난해 포갓은 여자선수들을 성희롱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브리지 부샨 싱 레슬링협회장을 반대하는 몇 달 이어진 시위에 앞장선 인물이기도 했다. 물론 싱 회장은 의혹을 부인했다. 여자 선수들이 새 의회 의사당까지 행진에 나서려고 시도하자 경찰은 포갓과 다른 레슬러들을 구금해 세계 여론의 이목을 끌었다.
팬들은 포갓이 여전히 영웅이라며 온라인에 지지와 성원을 보내고 있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챔피언 중 챔피언"이라며 모든 인도인에게 영감을 주는 선수라고 치하했다. 그는 엑스(X, 옛 트위터)에 올린 글을 통해 "오늘의 실패에 상처 받는다. 말로는 내가 겪는 절망을 표현할 길이 없다. 동시에 당신은 놀라운 회복력을 지녔다는 것을 알고 있다. 당신의 본성은 항상 시련에 맞서는 힘으로 작용했다. 더 강해져 돌아오라! 우리 모두 당신을 응원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