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종이 인형작가 김영희
그녀의 책 <뮌헨의 노란 민들레>를 처음 접하고부터 단번에 그녀의 삶에 빠져들어 그녀를 응원하게 되었다
그녀의 예술성, 그녀의 용기, 그녀의 감성까지 모두 책을 통해 혹은 작품을 통해 알아가며
국내 작품전이 열리면 달려가 보고픈 마음이 간절하다
김영희 팬카페 회원들은 유럽 각지에서 열리는 전시회까지 달려가는 열정을 보인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이번 전시회까지 4번째 관람인데 그녀의 말대로 예전작품들과의 변화도 있었다
작품도 진화하고 발전해야 한다는 그녀의 철학이 담긴 듯하다
이번 전시회는 <아트 조선 스페이스>에서 열렸다
조선일보 사옥 미술관 이름이 바뀌었나 했더니 바로 사옥 앞에 새로 만든 전시장이다
전시장을 들어서면서부터 예쁜 아이들 만날 생각에 신났다
전시장에서 작가를 만나면 반가워 인사를 하게 된다
그녀는 관람자들이 저마다 자신을 설명하고 연관성을 피력하려 할 때 얼마나 피곤하겠는가
사진을 같이 찍기를 원하는 사람이 너무 많아 포즈를 취해주지는 않는다
2013년 조선일보 사옥에서 전시할 때는 때마침 커피를 사들고 올라오는 작가를 만나
인사하고 사진도 찍고, 그녀의 책에 사인도 받는 여유가 있었다
딸들이
"엄마 작가와 엄청 친한 척하더라' 하며 놀렸던 기억이 난다
왜 아니겠는가
그녀가 발간하는 책을 모두 찾아 읽으며 그녀 자녀들의 성장기며 남편과의 이야기,
작품에 관한 이야기, 그녀의 내밀한 감정까지도 다 나눈 기분이 들으니
일방적이지만 그녀와는 무척이나 친하다는 착각이 들 수밖에
엄마는 오늘 작가님과 옷컬러도 맞춰 입었네 하며 딸이 놀린다
이 작품 제목은 <자화상>이다
커다란 연잎을 머리에 올려 아이들이 비를 맞지 않게 보호하고 있는 느낌이 든다
큰딸 유진, 장수, 윤수, 봄누리, 그리고 막내 프란츠의 모습인 듯하다
막내 프란츠는 옷을 벗은 개구쟁이 모습을 여실히 보여준다
연잎 줄기로 이 아이들을 모두 끌어안은 모습에서 강한 모성애가 보인다
호박을 들고 있는 아이나, 풍선을 불고 있는 아이의 모습은 많이 익숙하다
그런데 예전의 작품과 달라진 점은
인형의 몸통이 얇아지고 폭은 더 넓어졌다는 것이다
앞에서 보면 전체적으로 어깨가 더 우람해 보인다
또 하나의 특징은 색을 절제해서 더 간결하고 분명한 메시지를 담았다는 점이다
한지 본연의 색 만으로 표정과 감정을 담으니 인생을 오래 살아내며 얻은
침묵과 감정절제가 느껴진다
흰색 한지는 시간이 지나면 누렇게 변색되는데
이 작품을 사간 외국인들에게 제발 유리상자에 담아놓으라 하면 이렇게 말한단다
"그럴 필요 없어요. 사람도 늙고 작품도 함께 늙어가는 거예요 그러다가 언젠가는 사라지겠지요"
참 멋진 철학을 배웠노라고 작가는 말한다
세상을 거꾸로 바라보는 이 개구쟁이는 아마 막내 프란츠일 거라고 생각해 본다
등물 해주는 이 딸은
엄마의 고단했던 삶을 함께 하며 위로가 되어준 큰 딸 유진이 아닐까
이 옷 짓는 아이는 의상디자이너 일을 했던 장수라고 상상하며 감상했다
<겨울밤 와인과 치즈>라는 이 작품을 보면서
그녀의 초기 독일생활에서의 고독함을 감정이입하면서 한참을 서 있었다
아트 조선 스페이스에서 열린 이번 작품전은
장소의 협소함으로 자칫 사람들이 몰려들어 감상할 때 작품이 훼손될 까 염려스러운 부분이 있었다
작품전 기간도 끝났고 김영희 작가도 어쩌면 독일로 돌아갔을 수도 있겠다
올 해가 80이라는데 정정한 모습이 참 보기 좋았다
미디어 영상실에서는 그녀의 독일에서의 생활이 상영되었는데
마치 지베르니에 있는 모네의 집 같은 풍광이 참 멋졌다
그곳에서 정원도 가꾸고 작품활동하는 모습이 담겼는데 그녀의 인생이 참 아름다워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