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억원 들인 정비공사 준공식 하루 만에 사고
1㎜ 비에 공장·주택 오폐수 유입…환경단체 "예견된 일"
(부산=연합뉴스) 김선호 기자 = 수백억원을 들여 정비공사를 마친 부산 사상구 삼락·감전천에서 준공식 하루 만에 물고기가 떼죽음을 당했다.
부산지역에 불과 1㎜의 비가 내렸지만, 분류식 하수관거가 설치되지 않아 인근 사상공단과 주택가의 각종 오염원이 빗물과 함께 하천에 흘러들었기 때문이다.
22일 오전 9시께 부산 사상구 괘법동 삼락천에 붕어 수백 마리가 물 밖으로 배를 드러낸 채 죽어 있다는 신고가 경찰에 접수됐다.
죽거나 겨우 숨만 붙어 있는 물고기는 삼락천 18호교 일대에서 르네시떼 앞 음악 분수대까지 1㎞의 하천에 걸쳐 발견됐다.
경찰로부터 신고를 전달받은 사상구청 관계자들은 물고기를 그물망으로 건져 수돗물로 헹군 뒤 살아난 물고기를 실어 낙동강에 풀어줬다.
사상구청 측은 500여 마리의 물고기를 낙동강으로 돌려보냈고 죽은 고기는 몇 마리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 부산 삼락천서 떼죽음 당한 붕어
- (부산=연합뉴스) 수백억원을 들여 정비공사를 마친 부산 삼락·감전천에서 준공식 하루 만에 물고기가 떼죽음을 당했다. 22일 부산 사상구 삼락천에서 죽은 채로 발견된 붕어. 2013.8.22. << 지방기사 참조, 학장천살리기시민모임 제공 >> wink@yna.co.kr
사상구 관계자는 "오전에 비가 내렸는데 인근 주변 주택과 공장의 생활 오폐수가 하천에 흘러들어 물속 용존산소가 급격하게 감소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장에 나온 환경단체는 살아난 물고기 외에도 어림잡아 500여 마리의 물고기가 떼죽음을 당했다며 이번 일이 예고된 사고였다고 지적했다.
574억원을 들인 부산 낙동강 살리기 43공구 '삼락·감전천 정비공사'가 친환경 생태하천을 표방했지만 사실상 대규모 토목구조물 사업이어서 오염대책이 부실했다는 점이다.
현재 삼락·감전천에서 빗물과 오수를 각각 흘려보내는 분류식 하수관거가 빨라야 2016년 완료돼 수년간 인근 주택과 공단의 오염원에 노출돼 있다.
또 사상공단 내 업체의 오폐수 무단방류와 비점오염원 유입도 사실상 무방비 상태다.
강미애 학장천 살리기 시민모임 대표는 "삼락·감전천은 낙동강 물을 펌프로 퍼올려 유지용수로 쓰기 때문에 같이 유입되는 물고기가 오폐수 유입으로 떼죽음을 당할 가능성이 커 당분간 '죽음의 하천'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