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회 비룡소 문학상 대상 수상작 『학교 옆 만능빌딩』에는 씁쓸한 학교폭력의 현실이 나온다. 아이들 간에 있는 사소한 말다툼도 법으로 해결하려고 하는 어른들의 허황된 욕심이 나타나 있다. 마치 학교폭력으로 가해자가 됐을 경우 가만히 있으면 아이의 인생도 모두 끝장나는 것처럼 여긴다. 자녀를 보호하기 위해서라면 물불을 안 가린다. 법으로 맞대응한다. 변호사를 선임하고 전략적으로 허점을 파고든다. 잘못을 인정하고 피해 회복을 약속하는 방법을 모른다. 알지만 하지 않는다. 대신 우리 아이만 잘못이냐 당신네 아이도 똑같지 않으냐 하는 식으로 대응한다. 부모들의 입장도 이해가 안 가는 것은 아니지만 이것이 과연 자녀를 위한 것인지 한 번쯤 생각해 보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
지는 게 이기는 기술이다!
어른들의 세계관에서는 얼토당토 한 얘기일 것이다. 어떻게 지는 게 이기는 것일까? 분명한 것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이겼더라도 이긴 게 이긴 것이 아님을 모두 안다. 다만 그 마음을 숨길 뿐이다. 솔직해져야 한다. 자녀 앞에서 정직하라고 말만 할 게 아니라 몸소 실천을 보여야 한다. 지는 게 이기는 것임을 보여야 한다. 진정한 어른의 모습이다.
아이들이 어릴수록 예전에는 학원 뺑뺑이를 돌려야 보육이 되었다. 물론 지금은 학교 안에 늘봄교실도 활성화되었고 지원해 주는 기관도 많이 늘어서 굳이 학원을 여러 곳으로 다니지 않아도 되게 되었다. 『학교 옆 만능빌딩』은 책 제목 그대로 만능빌딩이다. 학원이 없는 게 없다. 다양한 종류의 학원들이 바쁜 부모들을 위해 맞춤식 지도를 한다. 장단점이 있겠지만 아이들은 신체적 성장 속도에 맞춰 움직여야 하고 신나게 뛰어놀아야 한다. 현실은 녹록지 않지만 그런 환경을 만들어가야 한다. 스스로 하나하나 깨우치도록 아무도 가르쳐 주지 않지만 조금씩 몸으로 깨달아가도록 아이들에게 시간을 선물해 주어야 한다.
손해 보면서 살면 안 될까?
이익 대신에 손해 보는 쪽을 선택하는 삶을 산다면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평가할까? 어리석다고 하지 않을까. 장기적으로 멀리 내다보았을 때 손해 보는 삶이 최후의 승자가 되지 않을까 싶다. 먼저 손을 내밀어 용서를 구하고 껄끄러운 사람이라면 더더욱 먼저 다가가 인사를 드리는 것이 이기는 삶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타인을 위해 시간을 내어 이야기를 들어 드리고 지갑을 열어 작지만 마음의 표현을 하면 오히려 더 행복해지지 않을까 싶다. 갈등이 심화되는 문제의 핵심은 지지 않으려고 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