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중근 의사는 뤼순(여순) 감옥에서 순국하기 직전 수많은 유묵을 남겼다.
하루라도 책을 읽지 않으면 입안에 가시가 돋는다는 뜻의 ‘일일부독서구중생형극’(一日不讀書口中生荊棘)은 너무나 유명하다.
안중근 의사 유묵은 하얼빈역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하고 체포된 뒤 일본인 간수들에게 써준 게 대부분이다.
1910년 2월부터 3월 26일 사이 그렇게 옥중에서 쓴 글씨가 한·일 두 나라에서 확인된 것만 60여점에 이른다. 우리나라에서는 국내에 들어온 30여점을 일괄적으로 보물로 지정했다.
이 중에서 보물 569-4호가 문제다.
안 의사 유묵 중 유일하게 증발된 글씨이기 때문이다. 현재 문화재청 누리집에는 도난문화재로 분류하고 있는데, 관리자를 ‘청와대’로 기재해 놓고 있다. 이런 모순이 어디 있나?
원래 이 유묵은 1976년 당시 홍익대 이도영 이사장이 국내로 들여와 박정희 대통령에게 기증하면서 3월 17일 청와대로 소유자가 변경된다.
1993년부터 2010년까지 안중근의사숭모회 등에서 발간한 각종 도록과 학술논문에는 소장자 ‘박근혜’라는 기록이 번번이 나타난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은
“소장하지도 않았고, 이를 본 적이 없다”
는 해명을 했다 한다.
궂은 옷과 궂은 밥을 부끄러워하는 자는 더불어 의논할 수 없다는 ‘치악의악식자부족여의’(恥惡衣惡食者不足與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