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간 철 이른 불볓더위가 기승을 부리더니 시원스레 내리는 비로 인해 말라붙었던 대지가 생기를 찾고있다.
얼마 전 까지만도 춥다고들 했었는데....... 벌써 여름인가?
세월은 이렇게 유수처럼 흘러가고만 있는데, 내 삶은 왜 이다지도 힘에 겨워 허덕이는지?
지난 주에 병원에 들어 또 검사랍시고 오장육부 다 헤집고, 들쑤시며 지랄염병을 다 떨고, 오늘은 또
어머님의 성화에 못 이겨 죽은 사람도 벌떡 일어나게 한다고 소문이 자자하다는 이곳 멀리 경주의 어느
한의원을 기웃거리고 있다.
자로가 공자에게 물었다,
<스승님 효란 무었입니까?>
공자가 대답했다.
<자식이 부모 앞에서 아프지 않는 것이 가장 큰 효이니라.>
난 천하에 불효막심한 놈이다. 이렇게 까지 해 가면서 더 살아야 할 이유와 가치가 과연 내게 있을까?
이유야 반드시 있다.-- 어머님이 아직 정정하시게 계시니까.
그럼 가치는 ---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더 살아야 할 가치는 찾기 어렵다.
그러나 어쩌랴! 생명이 고귀하고 삶이 소중한것을, 사는 날 까지는 최선을 다 해야지.
경주!
몇년전에 국내의 어느 여행사에서 50대 이상의 남여 여행객들을 상대로 우리나라의 여러 도시중에서
먹고사는 경제적 문제와, 자녀들의 교육,결혼, 분가문제가 다 해결되고 난 노후에 가장 살고싶은 도시가
어디냐고 설문조사를 했더니, 놀랍게도 응답자의 절반에 이르는 사람들이 이 도시 경주를 꼽았다고 한다.
그 이유인 즉,
이 도시에 들어서면 웬지 모르게 포근하고 편안함을 느끼게 된다고 했다.
생전 처음으로 이 도시에 와 보아도 마치 어릴적의 고향마을처럼 포근함이 느껴지고,
모든 것들이 마치 눈에 익은듯 하여 마음이 평안해진다고 한다.
나 또한 이 도시에 올 때마다 늘 그런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그렇다면
매번 혹은 처음일지라도 이 도시에 올 때마다 느끼게 되는 그 포근함과 평온함은 왜 일까?
경주라는 이 도시가 주는 그 편안함과 포근함은 대관절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국토의 남동쪽에 치우쳐 있어서 교통의 중시지도, 또는 생활의 요충지도 아니고, 그렇다고 빼어난
경관이나 웅장하고 장엄한 자연환경을 소유하고 있는 도시도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후에 가장 살고싶은 도시로 이 도시가 선택되었다는 것은 아마도,
그 첫째로는,
이 작은 도시가 천년도읍지였다는 경륜과 저력이 아닐까 싶다.
천년의 세월동안 권세를 누렸었고,흥청거림과 화려함도 누렸으며, 또 망해도 보았던 도시이기도 하다.
흥함 뒤의 망함으로 그 허망함과 적막도 맛본 도시이기도 하다.
천년의 흥망성쇠를 모두 겪어 본 뒤에 도달하는 그 어떤 초연함과 담담한 기운이 이 도시의 전반에 느껴진다.
이것이 천년고도의 역사적인 경륜이고, 이 도시만이 가지고 있는 힘인 천년고도의 저력인 것이다.
이렁 것들이 바로 이 도시가 주는 안정감과 달관의 경지에 이른 평온함일 것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이 도시를 택했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 두번째로는,
이 도시 전체가 주는 시각적인 안정감일 것이다.
7-80년대 전 국토의 개발열풍이 이 도시라고 온전히 비켜가지는 결코 않았을 것이지만, 그래도 천년고도의
역사적, 문화적인 흔적들을 파손시키지 않고 온전하게 보전하기 위해 민과 관이 협심하고,때로는 강제적으로도
무분별한 개발을 억제시키며 지키고 보전한 결과가 오늘의 이 도시를 유지 시켰다.
웅장하고 거대하며 화려한 자연환경도 이 도시는 갖고있질 않다.
그리 높지도 낮지도 않고, 빼어난 경관이나 화려함도 없는 그런 적당한 높이의 마치 어릴적 고향마을의
뒷동산과 앞산같은 정겨운 산들이 사방으로 병풍처럼 둘러 서 있고,거대한 강줄기가 아닌 어린시절에
발가벗고 물놀이와 천렵을 즐겼던 그런 개울같은 정겨운 물줄기 하나가 시가지를 가로질러 흐르고 있다.
하늘을 가릴듯한 높이의 고층 시멘트 빌딩숲도 없다.
<물론 일정 제한 된 구역의 주거용 고층 아파트가 있기는 하지만,>
뾰족하니 날카롭거나, 뻔쩍거리는 외관을 지닌 건물이나, 검은 연기나 소음을 유발시키는 공장들도 없다.
모두가 눈에 익숙한 어릴적 고향마을 같은 얕으막한 집들이 주는 안정감과 물이 흐르듯, 물결이 이는듯
유연한 기와 지붕선들의 여유로움과 날아오를듯 날렵한 전통 한옥의 처마끝선들의 경쾌함들이 낮설지 않다.
시가지를 가꾸고있는 가로수들 역시 모두가 그렇지는 않지만, 크고 화려한 외래종 보다는 어릴적 고향마을에서
흔하게 보면서 함께 해왔던 소나무,미류나무,능수버들,수양버들, 오동나무........등으로 가꾸어져 있다.
도로변 곳곳의 화단을 장식하고있는 꼿들도 화려한 개량종이나, 외래종 보다는 우리의 정서에 잘 맞고,
우리 민족과 애환을 함께 해온 고유의 품종들인 봉숭화, 채송화,맨드라미,해바라기,나팔꽃,코스모스에다
국화인 무궁화꽃등으로 모든것들이 우리의 정서에 전혀 낮설지않은 품종들로 예쁘게 치장되어 있다.
또한 도시 곳곳에 산재해있는 크고작은 연못에는 연꽃이 가득 심어져 있어서 연꽃이 필때면 시가지 전체에
그윽한 연향이 가득 퍼진다고 한다.
사각지고 딱딱한 시멘트 벽돌이나 블럭이 아닌 둥글둥글한 자연의 돌들과 황토흙으로 쌓아올린 나즈막한
돌담들 또한 대도시의 철웅성처럼 높은 콘크리트 구조물 위에 다시 철조망이나 깨진 유리병조각들을
박아놓은 담장들과는 비교도 안되게 포근하고 편안하며 정겨움을 더 해주고 있다.
이러한 평범하고 단순하며 부드러운 토속적인 것들이 주는 시각적인 안정감이 보는 이들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 주는것과 동시에 아련한 향수에 젖게 만들고 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또 이 도시에 살고싶어 하는게 아닐까 싶다.
세번째의 이유로는,
이 도시가 가지고 있으면서 주는 정신적인 안정감이 아닐까 싶다.
시가지 중심부는 물론이고 이 도시의 전역에 골고루 분포되어 있는 천년제국의 흔적들과 문화제, 그리고
죽은 자들의 안식처인 무덤들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도시 전체가 거대한 박물관이며, 근자에 도시 전체를 국립공원으로 지정하여 보호,보존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특히 작은 동산만한 고분들의 존재가 이 도시를 더욱 차분하게 해 준다.
마치 바가지를 엎어놓은듯한 반구형의 거대한 무덤들이 주는 부드러운 곡선의 시각적인 안정감과
산자와 죽은자들이 함께 동거하는데 오는 차분함과 편안함이 다른 어느 도시에서는 그리 쉽게 찾아볼 수 없는
이 도시만이 가지고 있는 정신적인 안정감이다.
죽음이 바로 집앞에 있고, 그 죽음이 평화스럽게 느끼게 해주는 것이 이 도시의 전역에 산재해 있는
150여개의 능을 오가며 하루에도 몇번씩을 마주하고 때로는 죽은자들의 휴식처인 그 무덤으로 산자들이
찾아 와 고단한 삶을 잠시 접어두고 죽은자들의 휴식처인 그 무덤에서 죽은자들과 함께 휴식을 나누기도 한다.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죽음과 죽은자들에 대한 두려움이 사라지게 되고, 삶이 우리에게 주는 고통과 흥분을
이 거대한 무덤-- 죽은자들의 안식처--가 달래주기도 한다.
그 누구도 여기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죽은자들을 두려워 하거나 꺼려하지 않고, 오히려 삶의 일상속에서
그들과 함께 하며 친근해지다 보니 인간이면 누구나 맞게되는 죽음에 대한 공포마져도 잊게 해준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은 이 도시에 오면 편안함과 평안을 느끼게 되고, 살고 싶어지게 되는것이 아닐까 싶다.
시가지 전체가 국립공원화 되었음은 물론이거니와 근자에 이 도시의 양동마을이<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제되어 마을과 전통가옥들이 원형 그대로 길이길이 보전케 되어 더욱 다행스럽고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나도 하늘이 내게 조금만 더 살라고 한다면 잠깐일지라도 꼭 이 도시에 살아보고 싶다.
내 어린시절을 보낸 고향(영천)과 내 청소년기의 꿈을 키우며 자랐던 곳(울산)이 모두 한 시간 남짓 거리에 있고
대도시의 번잡함과 각박함,공해, 소음.....등등, 그것들로 부터 벗어나 이 도시에 살고 싶다.
마침 어머님께서 이승에서의 천수를 다 누리시고 난 후에 편안히 쉬실곳도 이곳<경주 하늘공원 천주교 묘지>에
준비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내 아버지, 어머니 그리고 내 고향 또한 그리 멀지 않기에 깊이 생각해볼 일이기는
하나, 다만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저 손주, 손녀놈들을 멀리 두어야 할 것을 생각하니 ........쩝!!
천년고도, 저력의 도시 경주!!
그곳에 살고싶다.
첫댓글 전 일요일 출발해서 울산까지 경주구경하고 돌아왔네요 아이들 어릴때보고 내나이 이제 낼 모레 환갑이라는데 감회가 틀리드라구요 이뿌게 보고왔습니다
좋은곳에 다녀 오셨네요.
학창시절 수학여행 필수 코스가 바로 경주이지요.
좋은 시간되시고 늘 건강하시게 여행 많이 다니시길.
31년동안 울산 사는 사람 여기 있심더. 살고싶은 도시 경주, 참 좋지예.
울산은 1시간 거리에 영남알프스 산군들이 빙 둘러싸고, 일망무제의 동해바다
그리고 언제나 편안한 경주가 위치해 참 좋지요. 경주 땅값은 울산 사람이 다 올려놨다는 전설이... ㅎㅎ
울산분이시라니 반갑습니다.
제가 울산에서 강남초등학교, 학성중학교를 다녔습니다.
학창시절에 자전거 빌려타고 경주까지 하이킹 많이 다녔지요. 그때만 해도 울산-경주간 도로가 한산했었는데
요즈음은 거의 주차장 수준이더군요, 반갑고 감사합니다. 좋은 날 되세요.
서울 토박이로서 경주사람과 결혼을 한 덕분에, 경주를 백번도 넘게 다녀온 사람이지요.
명절이나 큰일때마다 경주를 내려가는데, 그렇게 좋을수가 없었어요.
40여년 전에는 높은 건물 하나도 없이 옛날 기와지붕이 대부분인 곳,
큰왕릉들 하며, 큰 변화없이 보존된 도시전체가 박물관이었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추천하는 경기도의 그 어떤 곳도 마다하고
고향 경주에서 살고 싶다는 남편의 바람을 못들어주고 있네요.
아무리 형제들 일가들 많다지만, 남편 혼자 보내는건 내 마음이 편치않고
같이 내려가자니 하나 뿐인 딸네와 너무 멀리 떨어지기 싫고...어렵네요.
님께서는 영천이시니 가능하겠네요. 저도 경주가 좋습니다. ^*^
시집가서 잘 싸는 딸래미 걱정일랑 접어두시고 그만 부군님을 따라 경주로 가시지요.
저 역시 현 거주지는 서울입니다만, 여러가지 생각중입니다.
고맙습니다. 좋은 저녁 되세요.
@정거장 아 서울에 사시는군요..ㅎ 하나뿐인 딸이
시집가서 잘 살지만, 어찌나 효녀인지ㅎㅎ 20년동안 격주로 우리 집에와서 자고 갑니다.
우리가 경주로 가면, 딸 사위 외손주들이 주말에 우리를 보러 올려면 얼마나 힘들겠어요,
저도 시댁에 다니르라 40여년 동안 고생한 생각을 하면 그게 쉬운일이 아니네요. ^*^
이 세상 을 잠시 왔다가 가는 정거장 이라고 누군가 그랬다죠
어디가 편 찬으신지? 많이 안타까운 심정 입니다 편안한 도시 경주에서
쾌유 하시기를 기도 합니다
경주에서의 추억 ㅡ
대구에서 따라다니던 군인 한테 잡혀서 도망 가지도 못 하고
아들 낳고 딸낳고 살던 곳이 경주 입니다 ㅎ
어느 고려대생 오빠가 제게 준 시 하나도 생각 나는 도시 입니다
천년 묵은 안압지 도
돌 던지니 풍덩 하더라
수무 한살 가시네야
너는 눈이 없니 ?
귀가 없니 ?
ㅎㅎ
기억 나서 써 보았습니다
이제는 지나간 추억 을 회상 하는 싯점에 온거 같네요
흐흐흐... 스무 한살 가시내가 왜 그리 남자를 애닳게 했나요?
몇해 전에 대장암으로 고생하다 지금은 쬐끔 좋아지고 있습니다.
90에도 정정하신 어머님을 위해서라도 부지런히 숨을 쉬고 있습니다.
좋은 저녁 되시고 좋은 추억 많이많이 건져 올리세요.
"죽음이 바로 집앞에 있고 그 죽음이 평화를 느끼게 해주는"
산자들이 "죽은자들의 안식처에서 죽은자들과 함께 휴식을나누는"
참으로 색다른 도시가 아닐수 없네요.
경주가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다니 정말 반가운 소식입니다.
죽음과 삶이 공존함으로 삶도 죽음도 두렵지 않을 수 있는 도시이지요.
경주시가지 전체가 국립공원화 되었답니다. 앞으로 더욱 잘 보존되겠지요.
감사합니다. 좋은 저녁시간 되시길....
대구아짐이라
마음 무그마 휙 달려가는곳이 경주입니다
주유소조차 기와로 지붕을 이고있는 도시
그래서 참 푸근해지는 곳이지요
안압정 야경의 몽환적느낌은
환상이지요
얼른 쾌차하시기를요
네~ 감사합니다.
대한민국 미인은 다 대구에서 난다고 했는데......
안압정의 몽환적인 느낌을 아신다면 틀림없이 아름다우신 분이라 생각됩니다.
좋은 저녁 되세요.
어머님의 애타는 마음 짐작이나 할수가 있을가요
살고 싶은 경주에서 요양 하시면 어떨가요 저또한 가까운 경주는
답답할때면 다녀 옵니다
그렇지요. 어찌 자식이 부모마음을 다 헤아릴 수 있겠습니까.
저 역시 경주생활을 생각만 할 뿐 아직은 여러가지로 쉽지만은 않네요.
감사합니다. 좋은 시간 되시고 좋은 경주도 자주자주 다녀 오십시요.
지난해 여고동창들과 한옥타운에서 숙박하며 오랫만에 경주나들이 즐기고 왔네요~~머물러 살고 싶었지요~~개울이 흐르는 양동마을에서요~~
경주 대추밭 한의원 유명했지요
mbc울산방송 광고에도 자주 등장하던 이름조차 부자밭..
그러고 보니 벌써 40여년이 지났어요
천년도읍지를 정할때는 풍수지리적으로나 다른 여러가지가 좋으니 그리한게 아닐런지요
한때 근처에 살았던 적이 있어요
오래된 도시라 대대로 내려오는 훌륭한 한의원이 있을겁니다
좋은 한의원 만나셔서 건강회복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안동이 고향이고 대구에서
좀살았는데 경주는 가보지도 못했지요
먹고 살기도 어려운 형편에
어린 우리들은 뭐..아버지가 계 모임으로 해인사에
다녀와서 사진으로 남았던 추억은 있네요
경주라 몇십년만에 몇년전에 가보았는데요
사는곳은 몰라도 여행을 가볼만한것 같어요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