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첫 사랑’이 병원에 실려 갔다는 아버지의 전화에, 마침 출장에서 돌아오며
병원과 얼마 떨어지지 않은 내가 먼저 달려갔습니다.
다행히 몸에는 아무 이상이 없답니다.
토레스 차만 조수석 뒷문이 크게 부서진 상태랍니다.
양방향 좌회전 신호 받아서 좌회전하고 있는데,
음주상태의 운전자 차량이 직진으로 달려들었다고.
누나는 큰 할아버지의 손녀딸이니까, 나랑 촌수가 어찌 되나요?
잠시 후 큰아버지와 큰엄마도 오시고, 매형도 오시고....
(나일론 환자(?) 라네요?)
환자복의 누나모습을 보니 왠지 짠했습니다.
제 첫사랑 누나는 저와 띠도 같습니다.
둘 다 말띠. 누나는 빨간 말, 나는 백마라고.
또 하나는, 누나는 저의 중학교와 고등학교 영어 선생님이었습니다.
중학교 입학 시에 영어 선생님이 누나이다보니....
제가 영어 공부를 안 할 수가 없었습니다.
자주 불려가고, 수업중엔 자주 질문 받고, 심부름도 자주 하고,
개인교습(?)도 자주 당하고, 당시에 유행한 팝송도 많이 알려주시고...
‘Escapade’ 이었던가? Janet Jackson이 부른 노래부터 시작해서
Michael Jackson의 노래는 나오는 족족 알려주셨죠.
게다가 중 2,3학년 때는 담임 선생님이셨다가, 제가 중학교 3학년 졸업 시에
다른 학교로 전근가신다고 해서 고마웠다고 인사했는데,
고등학교에 입학하니....에~~~~?!
새로 오신 영어선생님이시라고 소개가 되었습니다.
웃기는 건 1학년, 2학년 때 또 담임 선생님.
누나에게 추파 던지는 남자 선생님이시거나, 다른 남자들의 방패가 되기도 했습니다.
이러니 수학점수는 나빠도, 영어점수와 국어 점수가 좋은 이유였습니다.
국어는 내가 좋아했던 과목이니까.
내가 군대 갔을 때도 면회도 2번 와 주셨고, 친했는데...
밥도 잘 사주시고, 용돈도 은근히 많이 받은 기억이 새롭습니다.
그러다 누나가 결혼 후에 연락이 없었다가, 이렇게 만나니 반가웠죠.
그런데....예전의 그 모습이 많이 변해서....
내년이면 벌써 50이시라고.... 세월 빠릅니다.
누나 결혼 할 때까지만 해도, 엄청 예쁘다고 생각했는데....
요즘 애들은 말도 안 듣고, 때리지도 못하고, 반에 학생수도 20명(?)정도이고
예전의 열정은 식고, 의무감으로 선생하고 있는 느낌이시라고...
다시 자주 연락하기로 하고 나는 병원을 나왔는데....
정말 자주 뵐 수 있나? 잠시 옛 생각에 빠져 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