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편 ] 유작가와 신선수 -6-

[달다란]

- 1 년 후 -

그렇게 헤어지고 연락 한 번 오가지 않은 채로 흘러 간 1년의 시간.

처음에는 아팠다. 조금 후에는 그 시간의 일들이 꿈이었던가 싶게 아련해졌다.

더 조금 후에는 그 시간들을 생각하며 웃을 수 있었다.

그 사람과의 1달 이라는 시간을 덮는데 1년이라는 시간이 필요했다.

내가 생각했던 것 보다 내 마음 더 깊은 곳에 그 사람이 있었나 보다.

그 1년 동안 나는 열심히 살았다. 그 덕에 호평과 혹평 속의 단막극 데뷔전도 치렀다.

그 사람 또한 열심히 살았나보다. 간간히 TV를 통해 소식을 접할 수 있는 걸 보면.

"유은호. 여기야, 여기. 얼른 와. "

여전히 나를 불러내대는 김정미양.

"오늘은 또 어인 일로 불러내셨는지요. "

"아니. 글쎄. 우리 순철씨가 나보고 변했다고 막 그러잖아. 우리 방송국일이 워낙 빡빡하잖아. 그래서 요즘 좀 예민했는데

그것도 못 받아주고 그런다. 그래서 나 오늘 너무 열받아서 삐뚤어 질려고. "

굳건히 순철군과 사귀고 있는 우리의 김정미양. 그래. 드디어 정미양의 실체를 파악하기 시작했구나. 흐흐. 이건 시작에

불과하단다. 순철군. 마음 단단히 잡수시게. 아니 근데 욕하면서도 호칭은 어째서 '우리 순철씨' 인거냐.

3대째 이어져 온 유명한 족발집으로 들어 간 정미양과 나. 유명세 만큼이나 꽉 들어 찬 손님들 틈을 비집고 들어가 겨우 앉았다.

쫄깃한 족발과 얼큰한 감자탕의 조화가 나의 식탐을 자극하기 시작했다. 여기에 소주 한 잔. 캬아~ 금상첨화구만.

"어머. 요즘 저 남자 너무 멋있더라. 완전 내 스타일이야. "

"나도 나도. 요즘 인기 장난 아니던데. 진짜 멋있드라. "

족발과 감자탕 그리고 소주의 조화에 빠져 갈 무렵. 갑자기 소란스러워진 가게 안의 여자들. 뭔가 싶어 소란의 원인인 듯 한

TV를 보니. 그 사람이다.

[네. 신도훈 선수. 이번 올림픽에서 값진 은메달을 획득했는데요. 주장으로써 후배들을 잘 이끌고 싸워주셨는데 기분이 어때요? ]

[기분 좋습니다. ]

[역시나 말수가 없기로 유명한 신도훈 선수 다운 간결한 대답이네요. 순위권 진입이 힘들꺼라는 예상을 깨고 은메달을 획득했는데

특별한 작전이나 비결이 있었나요? ]

[모두가 열심히 한 만큼 결과도 좋았다고 봅니다. ]

[네. 역시나 짧은 답변. 그 과묵한 모습에 여자 팬들이 더 반하는 것 같은데요. 어떠세요? ]

[........]

[네. 하하핫. 그럼 여기서 올림픽 은메달의 주역 신도훈 선수와의 인터뷰를 마치겠습니다. ]

대답하기 싫은 듯한 신선수와 어떻게든 한 마디라도 더 끌어내려 애쓰는 리포터와의 신경전 속에 인터뷰는 끝이 났다.

"원래 저렇게 말이 없는 사람이었나.....?"

"응? 뭐라구?.... 유은호, 너 혼자 뭘 그렇게 중얼거려? "

"어? 아냐. 얼른 먹어. 맛있네. "

"근데....너.....그 동안....혹시...도훈씨랑.....연락 한 번도 안 한거야? "

"응 "

신선수 얘기를 물으며 괜히 내 눈치를 보는 김정미양. 연락 없었다는 나의 대답에 도끼눈을 하고서는 따다다다 쏘아댄다.

"정말? 정말 한 번도 안왔어? 어떻게 그럴 수가 있냐. 참 나. 그렇게 연락하고 그럴 때는 언제고. 하여튼 내 그럴 줄 알았어.

그런데....보통 남자들은 술 마시면 기분에 취해서 전화하고 그러던데...."

"내가 술 마시면 생각 날 만한 사람이 아니었나 보지. "

"흐음. 너 뭔가 서운하단 말투다? 응? "

"풋. 또 너무 앞서 나가시는 구만. 김여사. "

"쿡. 그런가? 근데 도훈씨 이번에 은메달 따고 나서 방송섭외랑 장난 아닌가봐. 구단 측에선 출연하라고 하고 도훈씨는

싫다고 하고 그런가 보드라구. 우리 순철씨도 멋있는데 왜 도훈씨만 인기가 있는거야. 쳇. 속상해. "

그러게. 인기가 있긴 있나보네. 주변 테이블의 여자들이 아직도 신도훈 얘기에 빠져 헤어나질 못하는 거 보니.

당신과 나 사이의 적당한 거리는 이 정도인가봐. TV를 통해 소식을 접할 수 있는 이 정도 거리. 쿡. 그 때 그렇게 부정하던

당신도 이젠 인정하지?

다 묻었다 생각했는데 또 가슴이 아프다. 많이는 말고 조금....아주 조금....

"이봐. 김정미양. 정신차려! "

"우음. 으노야....나...괴로워.........우욱. 토할 거 같아......우욱. "

"야! 야! 여기서 토하면 안돼. 좀만 참아봐. 조금만 가면 화장실이야. 응? 야! 제발. "

삐뚤어진답시고 마구 마셔대던 정미양은 결국 정말로 코가 삐뚤어졌드랬다.

"으노야....으노야....우리 순철씨 보고싶다....쑨...철...씨....."

"휴우. 알았어. 너희 낭군님한테 전화할테니까 조금만 더 참아봐. 응?"

"알쏘. 알쏘. 그럼 우리 쑨철씨 오는고야? "

"그래! 그러니까 가만히 좀 있으라구!! "

술 취해선 막무가내로 순철군만 찾아대는 정미양. 욕 해댈때는 언제고 이제는 보고싶단다. 참 나.

비틀대는 정미양을 질질 끌어서는 버스정류장에 털푸덕 앉혔다. 늦은 시간이라 그런지 오가는 차도 드물고 가끔 택시만이

손님인가 싶어 멈춰서곤 한다. 진이 빠질대로 빠진 나도 정미양 옆에 털푸덕 앉아 정미양의 핸드폰 속에서 순철군의 이름을

찾아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네....아....안녕하세요. 저 정미 친구 은호라고 하는데......아....네. 기억하시네요...네....저 늦게 죄송한데 정미가

많이 취해서요....네....네...여기가 3대 족발집이거든요...네....삼거리에 있는.....네네.....그 앞 정류장에 있어요..네....그럼.."

윽. 이런 전화는 난감하단 말이지.

앞으로 고꾸라질려는 정미양을 그 때마다 힘겹게 일으키면서 사투 아닌 사투를 벌이며 순철군이 나타나기만을 기다리고 있는데

"저기...저 모르세요?"

양복을 입은 직장인인듯한 남자가 대뜸 자신을 모르냐며 말을 걸어온다.

"네? 누구....신지...."

"혹시...유은호....?아닌가? 아니세요? "

"저 유은호 맞는데. 근데 누구세요?"

내 이름을 아는 이 남자는 누구지?

"너 유은호 맞구나! 역시! 야. 넌 그대로다. 나 모르겠어? 나 동명초등학교 6학년 7반 서준수. 난 너 딱 알아보겠는데."

"......아!! 서준수. 그 잘난 척 하던 반장 서준수! "

잘난 척 하던 이라는 수식어에 얼굴이 잠시 굳는가 싶더니 이내 웃음을 터트리며 대답한다.

"쿡. 그랬나? 그래. 그래. 그 땐 그랬던 거 같기도 하네. 쿠하하. 이거 나의 과거를 아는 사람을 만나니 반갑기도 하고

쑥스럽기도 하고 그러네. "

"쿡. 정말 오랜만이다. 초등학교 졸업하고 처음 보는 거 맞지? "

"그러게. 넌 동창회도 안 나와서 많이 변했으면 모르고 지나 칠 뻔 했다. 뭐하고 사느라 동창회도 안 나왔냐? "

"그러게. 희한하게 동창회 날만 되면 약속이나 일이 생기더라고. 다들 보고 싶은데. 아. 그 시절이 그립다. 쿡. 근데 넌 집에

가는 길 아니었어? "

"이제 회식 겨우 끝내고 집에 가려고 택시 잡으러 나왔는데 널 딱 만난거지. 정말 행운이다. 행운. 아니다. 인연인가? 흐흐 "

"오버하기는 "

"넌 집에 안가고 뭐하냐? 이 야심한 밤에. "

거의 고꾸라질 듯이 앉아있는 정미양을 고갯짓으로 가리키자 준수는 이내 알았다는 표정이다.

"친구분이 거나하게 취하셨구만. 너 혼자는 힘들겠는데 내가 같이 데려다줄게. 오랜만에 기사도 정신 발휘하지 뭐. "

"됐거든요. 얘 남자친구가 데리러 오기로 했으니까 걱정마. 너도 피곤할텐데 그만 가봐. "

"에이. 섭섭하게 이거 왜 이래. 그럼 내가 같이 기다려줄게. 이대로 헤어지긴 너무 아쉽짆아? "

"쿡. 그래. 혼자 앉아있으려니 심심했는데 잘 됐네. 근데 넌 뭐하고 살아? 회사원 같기는 한데. 쿡. 의외로 양복이 어울리네. "

"그래? 어울려? 내가 옷발이 좀 받지? 이래뵈도 내가 우리 회사 킹카야. 이거 왜 이래. "

양복이 잘 어울린단 말에 벌떡 일어나선 모델마냥 포즈를 취해대는 준수. 초등학교 땐 잘 생기고 공부 잘하고 집안도 부자라는

소문이 돌아서 아이들이 괜히 샘내고 그랬던 깍쟁이 반장이었는데. 어느 새 넉살 좋은 26살 회사원이 되어 나타 난 어릴 적 친구.

제 말 마따나 회사에서 인기 꽤나 있을 법한 잘 생긴 외모는 아직도 그대로다.

준수와 옛날 옛적 초등학교 시절 얘기, 먹고 사는 애기들을 이러쿵 저러쿵 하다보니 다시 초등학교 시절로 돌아간 듯 하다.

살아가는 걱정도 없고, 쓸데 없는 고민도 없는 유쾌한 대화가 나를 설레게 해서 기분 좋다. 심장이 붕 떠올라가는 기분이랄까.

빵- 갑자기 울리는 클락션 소리에 깜짝 놀라 우리의 유쾌한 대화도 멈췄다. 차에서는 순철씨가 내렸는데 어찌된 일인지 운전석이

아닌 조수석에서 나온다.

"아. 순철씨 오셨........"

그리고 열리는 운전석에서 나오는 사람은 전혀 생각지도 못한 신선수가 아닌가.

어? 뭐지. 어떡해야 하지...?

갑작스런 신선수의 등장에 거의 다 덮었다 생각했던 감정들이 틈을 비집고 나오려는 듯. 가슴이 찌릿 찌릿 한게 또 아파온다.

이런 만남이 당황스럽기도 하지만 반가운 마음이 앞서 인사를 해야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 하는데 신선수의 표정은 뭐 씹은

뭐 마냥 찌푸려져 있다. 신선수의 날카로운 시선은 내 옆에서 눈만 꿈벅대고 있는 준수에게 멈춰있는 듯 하다.

[영이와춤을]

오랜만이예요ㅠㅠ왜이렇게 늦게오셨어요~얼마나 기다렷는데 ㅋㅋㅋ신선수 넘 멋져요 !!

[꿋꿋한호박꽃]

재미있게 잘읽고있어요 ..신선수 좋아요 . .준수도나타나고 ㅎㅎㅎ

[heyo-_-]

꺄아아악! 재미있어요>ㅁ< 신선수랑 은호랑 러브러브하게.. >ㅅ<

[NHolic]

신...선...수...납셨다!!

[qofus]

넘 잼있어요.^^빨리 오려주세요.ㅎㅎ신 도훈 선수 짱 좋아요.^^

[lovesick]

우와우와. 신선수..클클.. 눈독드리고 있다규! 작가님도 어쩜! 멋있어용 신선수!

[世♥]

갑자기 일년지나가서 놀랐지만 ㅋㅋㅋㅋ 등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