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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검 연남천(神劍 燕南天)
깨끗한 석판길, 간소한 집, 그리고 순박한 사람들.......
한 작고 평범한 마을, 한여름이었지만 작열한다기 보다는 오히
려 나른한 볕이 이 마을의 유일한 주점인 태백거(太白居)의 지붕
을 비추고 있었다.
주점은 영업이 잘 되지 않았던지 비스듬히 모자를 쓴 종업원이
상위에 엎드려 졸고 있었고, 오직 한 사람의 손님만이 앉아 있었
다.
그러나 그는 벌로 환영받을 만한 종류의 손님은 아니었다. 그는
이삼 일간이나 계속 술을 마시러 왔다. 그러나 가장 싼 술만 주문
했을 뿐 아니라 안주는 한 번도 시키질 않았다.
그는 여덟 자(尺)의 거구를 벽에 기대어 양 다리를 쭉 뻗고 자
고 있었는데 양 발의 짚신이 다 닿아서 두 개의 큰 구멍이 나 있
었다.
탁자의 술주전자는 벌써부터 비어 있었고 파리가 그의 두 검은
눈썹과 튀어나온 볼, 그의 얼굴 전체에 돋아난 수염에 앉았다 날
아가곤 하였다. 그는 이따금 이맛살을 찌푸리면서 가느다란 큰 손
으로 얼굴을 긁었다. 다른 한손으로는 녹이 슬어서 거의 썩으려하
는 철검을 잡고 있었는데 깊은 잠에 취한 듯 보였다.
때는 정오를 지난 지 얼마 안 되었다. 조용한 마을에 돌연 몇
필의 말이 달려와 주점 앞에서 일제히 멈추었다. 몇 명의 금의(錦
衣) 사나이가 일시에 그 작은 주점으로 들이닥쳤다. 주점은 갑작
스런 손님으로 활기를 띠었다.
앞장선 사나이는 허리에 꽤 좋은 검을 차고 있었는데 그 얼굴이
온통 곰보였다. 그는 주점에 들어서자 큰소리로 웃으면서 입을 열
었다.
"태백거(太白居)! 이 낡은 집도 태백거(太白居)라 할 수 있는
가?"
그의 뒤로 둥근 얼굴에 배가 불룩하게 튀어나와 비록 검은 차고
있었어도 포목점의 주인 같아 보이는 사나이가 웃으며 말을 받았
다.
"뇌노대(雷老大), 당신 말은 옳지 않소. 이태백(李太白)은 몇
귀(句) 시(詩)는 잘 썼소. 그러나 돈도 세력도 없는 그에겐 아마
이런 곳이 가장 잘 어울렸을 것이오."
뇌노대는 고개를 들고 크게 웃더니 말했다.
"하하! 애석하게도 이태백은 죽은 지 오래됐어. 살아 있다면 술
이나 대접할 수 있는데...... 어 이 술파는 놈아, 빨리 좋은 술과
안주를 올려라."
몇 잔의 술이 돌아가자 그들의 떠드는 소리와 웃음 소리는 더욱
커졌다. 아까부터 구석에 앉아있던 사나이는 이맛살을 찌푸리며
허리를 펴더니 드디어는 앉아서 중얼거렸다.
"난 구린내는 못 맡고 저속한 것은 참지 못 해......."
그는 돌연 상을 치면서 언성을 높였다.
"빨리 술을 갖고와. 속기(俗氣)를 좀 풀어야지."
그가 벼락같이 큰소리를 지르자 몇 명의 금의(錦衣) 사나이들이
놀라 손에 든 술잔을 떨어뜨렸다.
뇌노대(雷老大)는 안색이 싹 변했다. 그가 몸을 일으키자 다른
사람들이 그의 옷소매를 잡아 끌며 만류했다.
"총표두가 곧 올 텐데 말썽을 일으킬 필요가 있겠소?"
뇌노대는 "흥"하고 콧방귀를 뀌더니 다시 앉아서 술을 한 잔 마
셨다.
"손노삼(孫老三), 노총(老總)이 말한 곳이 바로 여긴가? 확실한
가?"
손노삼은 웃으며 대답했다.
"틀림이 없소. 전이(錢二)도 들었을 것이오."
얼굴이 둥근 사나이는 웃으면서 잘라 말했다.
"그렇지. 바로 여기요. 노총(老總)이 이번에 이곳에 오는 것은
한 분의 대영웅을 만나기 위해서라 하였소. 그리고 우리더러 우선
물을 가지고 이곳에서 기다리라는 것이었오."
뇌노대가 말했다.
"자네는 노총(老總)이 만나는 사람이 누구인지 알고있나?"
전이(錢二)는 미소를 지어 보이면서 작은 소리로 이름을 말했
다.
뇌노대는 놀라서 눈을 둥그렇게 떴다.
"그였구나. 그가 여기에 온다고?"
"그가 오지 않으면 노총(老總)이 어찌 이런 곳까지 오겠소?"
그 사람들은 곧 얘기에 빠져들어갔다. 주거니 받거니 술잔을 돌
리며 입가에서는 쉬지않고 말이 오갔다.
"들리는 말에 의하면 그의 검엔 신선(伸仙)도 죽어나갈 것이라
고 하더군. 그 검은 강철을 자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검빛이 한
밤중의 불빛보다 더욱 환하다지."
"음! 그렇겠지. 만일 그런 보검이 없었다면 어찌 그 짧은 시간
에 음산(陰山) 악당놈들의 목을 모두 절단냈겠나!"
여기까지 이야기가 나오자 그들은 각기 자기 허리에서 검을 끌
어 내렸다. 어떤 사람은 검을 꺼내어 옷으로 닦아내기도 하였다.
뇌노대의 웃음소리가 다시 커졌다.
"내 검도 상당히 좋지만 그의 검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지.
그렇지만 않았다면 난 벌써 이름을 날렸을 거야."
전이가 고개를 가로 저으며 그의 말을 받았다.
"그렇지도 않죠. 검만으로 명성을 얻게되는 것은 아닙니다. 다
른 건 집어 치우고라도 그 사람은 경공(輕功)만으로도...... 흐!
북경성(北京城)이 아무리 높다해도 그가 발을 내딛으며 넘어갈 수
가 있다지."
뇌노대가 혀를 내두른다. 믿지 못 하겠다는 눈치다.
"정말이야?"
"정말이고 말고. 내 들은 말인데, 그 당시만 해도 분명 날저물
녁에는 북경성(北京城)에서 술을 마셨다는데 날이 밝자 이미 음산
(陰山)에 와 있었다는 거요. 음산(陰散)의 악마들은 칼빛만 보고
도 목이 다 날아갔지...... 흐! 그 검빛이 마치 하늘에서 번쩍거
리는 번개 같아서 음산(陰山) 몇 백 리 밖에서도 보였다는 거야."
그때 구석의 그 초라한 옷차림의 사나이가 옷자락으로 낡은 검
을 두세 번 닦고 술을 한 모금 마시더니 크게 웃으면서 입을 열었
다.
"도대체가 말이 안 되는 소리야! 세상에 그런 사람이 있을 수가
있나? 또 그런 칼이 대체 어디 있다는 거야?"
뇌노대는 안색이 변하면서 상을 집고 벌떡 일어섰다.
"네놈은 웬 개소리냐? 뜨거운 맛을 보겠는가?"
초라한 옷차림의 사나이는 들은 적도 하지 않고 여전히 녹슨 검
을 닦으면서 술을 마실 뿐이었다.
뇌노대가 분기가 탱중해 그를 향해 달려가려 하자 전이가 그를
막고 눈치를 살폈다. 그러더니 큰걸음으로 그 초라한 사나이에게
다가가서 웃으며 입을 열었다.
"친구, 보아하니 검을 연마하는 사람 같은데 귀를 더욱 열심히
연마한 모양이구려. 워낙 귀가 단단해져서 남의 말이 잘 먹히지
않는 모양이오. 친구는 우리가 말한 사람이 누구인지 아시오?"
초라한 옷차림의 사나이는 허리를 펴며 빙그레 웃었다.
"누구요?"
"연 대협(燕大俠>, 연남천(燕南天), 연신검(燕伸劍)이오......
하하! 친구, 당신이 정말 검을 연마하는 사람이라면 이 이름을 듣
고는 그럴만 하다고 수긍하겠지요?"
그러나 그는 웃음마저도 서두고 시큰둥하게 물었을 뿐이다.
"연남천?...... 연남천이 누구요?"
전이는 베를 잡고 한바탕 크게 웃으면서 다시 말했다 .
"당신은 연 대협의 이름도 들어보지 못 했다는 것이오? 하하!
그러면서도 겸을 연마한다는 거요?"
"그렇다면 당신은 필시 그이를 알겠군요?"
"이거...... 흐흐...... 하하하......."
초라한 옷차림의 사나이가 또 물었다.
"그는 어떻게 생겼소? 또 그 검은......."
뇌노대가 결국 참견하려는지 t딱' 하고 술상을 치며 소리쳤다.
"우리는 비록 그를 직접 본 적은 없지만 당신 같은 비렁뱅이가
아니라는 것은 알고 있소. 그의 검 또한 당신 것처럼 썩은 나무토
막 같지는 않을 것이오."
그러나 그 초라한 옷차림의 사나이는 조금도 동요하는 빛이 없
이 태연했다.
"당신도 보표인 것 같은데 눈이 그렇게 밝지 않아서야 쓰겠소?
내 비록 행색은 초라하나 그러나 이 검은, 이 검은......."
뇌노대가 비웃으며 말했다.
"당신의 썩은 검이 무슨 신물(伸物)이라도 된단 말이오?"
그는 자기의 검을 내려다보며 말을 계속했다.
"이 검은 바로 철강도 자를 수 있는 명검이오."
이 말이 나오자 사람들은 모두 앙천대소하며 배꼽을 잡고 웃어
제꼈다.
뇌노대는 킬킬거리며 말했다.
"당신의 검이 철강을 흙 짜르듯이 할 수 있다면 고주망태가 되
도록 술을 사드리겠소. 그리고......."
그의 말이 채 다 끝나기도 전에 그 초라한 사나이는 자리를 박
차고 벌떡 일어섰다.
"좋아, 검을 뽑아 시험해 보시지!"
그가 앉아 있을 때는 몰랐는데 일어서 있는 모습을 보니 여덟
자(尺)의 거구가 정말 놀랍도록 커보였다. 뇌노대의 몸도 작은 편
은 아니었다. 그러나 그도 놀라서 뒤로 두 걸음이나 물러섰다. 손
노삼도 뚱뚱하지만 그의 거대한 몸과 비교하면 어린애에 불과했
다. 그는 살이 많이 찐 것은 아니었다. 다만 골격이 크고 어깨가
넓었다. 그리고 한쌍의 손을 내리니 무릎밑까지 내려왔다.
이때 언제 들어왔는지 안색이 창백한 파란 모자를 쓴 소년 하나
가 이들을 보면서 벽에 기대어 웃고 있었다.
뇌노대는 결국 그의 강철검을 뽑아 가슴을 펴면서 소리쳤다.
"좋아! 해보지."
"자, 한번 힘껏 공격해 보시오."
"조심하시오. 다치고 나를 원망은 마시고."
뇌노대는 팔을 흔들면서 강검으로 공격해갔다.
그 초라한 옷차림의 사나이는 왼손으로는 술잔을 들고 오른손으
로는 녹슨 검을 들더니 대응했다..탕' 하는 소리가 울리자 뇌노대
는 다시 뒤로 두 걸음 물러섰다. 그의 수중에 있는 장검은 이미
반쪽밖에 없었다.
그곳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깜짝 놀랐다. 자기의 눈을 믿지 못
할 정도였다.
그 사나이는 녹슨 검을 만지면서 크게 웃었다.
"어때?"
뇌노대(雷老大)는 혀를 내밀고 맥없이 대답했다.
"좋은...... 좋은 검이오. 과연 좋은 검이오."
"이런 좋은 검이 나의 손에서 썩고 있소."
자조하는 듯한 사나이의 말에 뇌노대의 눈이 돌연 생기를 띠었
다.
"친구...... 친구께서...... 그 검을 팔 용의가 없으신지?"
"팔고는 싶으나 살 사람이 없어서......."
"나...... 내가 사드리겠소, 어떻소?"
초라한 옷차림의 사나이는 아래위로 뇌노대를 몇 번 뚫어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당신의 영웅기세를 보니 이 보검에 어울릴 것 같소. 다만 당신
이 이 보검에다 값을 좀 쳐주셔야겠소."
"그건 좋지요. 물론 그래야죠."
그는 동료들과 한 구석으로 물러가서는 한동안을 수근대더니 각
기 주머니에서 은전을 꺼냈다.
그 초라한 옷차림의 사나이는 술상에 다시 앉아 술만 퍼 마시고
있었다.
얼마 후 뇌노대가 걸어와 말했다.
"오백 냥(兩)으로......."
"얼마요?"
그 사나이의 대답이 시원치 않자 뇌노대는 급히 웃으며 다시 흥
정했다.
"일천 냥(兩)으로는 되겠는지. 친구...... 사실, 우리 네 사람
이 주머니를 모두 털어도 이것 밖엔 없소."
초라한 옷차림의 사나이는 한참 침울한 표정을 짓더니 천천히
입을 열었다.
"이검은 본래 무가(無價)의 보물이오, 그러나 옛말에 '보물은
영웅에게 수여 된다'는 말이 있소...."좋소. 천 냥(兩)으로 팔겠
소."
뇌노대는 그가 이토록 통쾌하게 대답을 할줄은 몰랐다. 그가 다
시 생각을 바꿀까 두려워서 재빨리 많은 은전을 두 손으로 넘겨주
었다.
"여기에 있으니 세어 보시오."
"셀 필요는 없겠지, 틀림 없겠지...... 자 보검이 여기있소. 보
검은 덕자(德者)만이 어울리오. 당신도 앞으로는 조심하여야 하
오. 그렇지 않으면 이런 무기도 폐물이 될 수 있으니......."
"네 ! 네......."
양손으로 검을 받아든 뇌노대는 마치 보물이라도 얻은 것처럼
매우 기뻐했다.
그 초라한 옷차림의 사나이는 주머니에서 하나의 은전을 꺼내어
'탕' 하며 상위에 놓았다. 그는 길게 허리를 편후 하품을 하고는
일어섰다.
"나는 가겠오. 여기의 계산은 모두 내가 하지요."
그는 고개도 돌리지 않고 큰걸음으로 걸어나갔다. 이때 안색이
창백한 그 소년도 야릇한 웃음을 지으며 따라나갔다.
뇌노대는 너무 기뻐서 자기의 생일이라도 맞은 기분이었다. 전
이도 기쁨을 감추지 못 하고 한마디 거들었다.
"우리 뇌노대가 이런 검을 얻었으니 정말 영광인데. 금후의 강
호는 우리 뇌노대의 천하일 것이오."
"별말씀, 이건 모두 여러분들의 덕택이야...... 하하, 나 뇌노
대가 이런 명검을 만나는 걸 보니 운이 아주 좋은 놈이야!"
"뇌노대는 이제 이 명검이 있으니 연남천(燕南天)도 실색할 것
이고 우리 표국의 총표두도 함부로 못 할 거야."
뇌노대는 곰보가 꽃이 필 정도로 웃었다.
"금후에 내가 정말 그렇게 된다면야 여러 친구들을 잊을 수야
있겠어?"
그는 손에 그 검을 들고는 앉지도 서지도 못 하고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몰랐다. 마치 검을 입에 물면 녹을까 걱정이고 어깨위에
올려 놓으면 떨어질까 걱정하는 꼴이었다.
"하하하! 여러분들은 무슨 일로 그토록 기분이 좋으십니까?"
웃음소리와 함께 키가 작고 눈동자가 불덩어리 같은 금의 사나
이가 큰걸음으로 성큼성큼 걸어 들어왔다.
그는 몸이 작았으나 정기가 돌았으며 한 걸음을 움직이는 데에
도 위엄이 드러났다. 이 사람은 한눈에도 평상시에 명령을 많이
하는 사람 같았다.
전이를 위시한 몇 사람은 모두 달려와서 공손히 읍하며 예를 올
렸다.
"총표두......."
몇 사람은 곧 이곳의 경과를 샅샅이 보고했다.
그 총표두는 눈을 움직이면서 차분히 말했다.
"정말이냐? 그건 정말로 기뻐해야할 일인데, 천운(天運)이군."
뇌노대는 웃으며 달려왔다가 머뭇거렸다. 그는 보검을 얻었으니
신분이 이제까지와는 달라졌다고 생각하는지 뒤로 물러났다.
"총(總)...... 심(沈)형의 말이 맞소. 이건 오로지 제가 운이
좋았을 뿐이오."
그는 칭호까지도 변경하여 불렀다. 심 총표두는 아무 것도 모르
는 것처럼 미소를 띠울 뿐이었다.
"사실 말이지만 이런 좋은 검은 나도 처음 보는 것이니 뇌형께
서 선을 좀 보여주시는 것이 어떻겠소?"
"그런 것쯤이야 좋습니다. 심형(沈兄)이 직접 시험해보면 아실
거요."
심 총표두가 말했다.
"전형(錢兄)의 검을 좀 빌립시다."
전이는 검을 들고 옷소매를 거둔 뒤 미소지으며 말했다.
"뇌형, 조심하오."
뇌노대는 총표두가 검을 때자 그 초라한 옷차림의 사나이와 같
은 자세를 취했다. 그가 막 왼손으로 술잔을 들고 술을 마시려 하
는데 검빛이 갑자기 번뜩이자 술을 마실 틈도 없이 황급히 한손으
로 막아냈다.
'탕, 탕, 쨍, 퍽' 하는 소리가 나면서 과연 검이 두 토막으로
갈라져 땅에 떨어졌다. 그러나 심 총표두 수중의 검은 아니었다.
뇌노대의 그 '보검'이었다.
첫번째의 소리는 양검이 부딪치는 소리였고, 두번째는 검이 땅
에 떨어지는 소리였다. 그리고 세번째의 소리는 술잔이 산산조각
나는 소리였으며, 네번째 소리는 뇌노대가 땅에 쓰러지는 소리였
다.
이렇게 되자 뇌노대의 안색이 크게 변한 것은 몰론이고 다른 사
람들도 모두 멍하니 서서 소리도 내지 못 했다.
심 총표두는 수중의 장검을 거두며 싸늘하게 웃었다.
"이것이 보검인가?"
"그러나 조금 전엔 분명히..... 분명히......."
"자네는 분명히 남에게 속은 게로군."
뇌노대는 돌연 날뛰면서 큰소리쳤다.
"내가 그 녀석을 찾아서......."
심 총표두가 소리쳤다.
"잠깐!"
뇌노대는 싸늘한 총표두의 말에 얌전히 걸음을 멈추면서 뒤를
돌아보았다.
"총...... 총표두께서 무슨 분부라도?"
"그 사람의 생김새가 어떻던가?"
"무뢰한인데 가난하고 키가 좀 큰 사람이었소이다."
심 총표두는 한동안 침울한 표정으로 생각하다가 돌연 안색이
변하면서 말했다.
"그 사람의 눈썹이 특히 검지 않던가? 골격이 특별나게 크지?
눈을 반쯤만 뜨고 반은 감고 있어 마치 며칠 동안 잠을 못 잔 사
람 같지 않았나?"
"그렇소. 총표두께서는 그를 알고 있나요?"
심 총표두는 그를 바라본 후 다시 전이를 힐끗 보더니 하늘을
향해 길게 탄식을 하면서 입을 열었다.
"너희들은 나를 다년간 쫓아 다녔어도 모두 눈이 멀었어!"
여러 사람들은 서로 바라 보면서 어리둥절하여 물었다.
"그가 누구지요?"
심 총표두는 무겁게 입을 열었다.
"그가 바로 강호제일 신검(江湖第-伸劍)이에. 내가 오늘 바로
그분을 만나 뵙기 위해 온 것이야."
주점을 나선 그 초라한 사나이는 유유히 길을 따라 걷고 있었고
그의 뒤를 창백한 청의 소년(靑衣少年)이 총총히 따르고 있었다.
그들이 길모퉁이를 돌자 소년이 禁아 달려가서 작은 소리로 말했
다.
"연 큰아버지 이신지요?"
연남천은 걸어가면서 고개도 돌리지 않고 말했다.
너는 강이제(江二弟)의 심부름으로 왔는가?"
"소인이 바로 강이야(江二野)의 서동(書重) 강금(江琴)입니다."
연남천이 돌연 고개를 돌려서 무서운 소리로 말했다.
"너는 어찌 지금에야 오느냐?"
그의 눈빛은 마치 공중에서 내려온 번개와 같았다. 강금은 자기
도 모르게 소름이 끼쳐서 손을 내리며 말했다.
"소인...... 소인은 행적이 남의 눈에 될까 걱정이 되어서 밤에
만 다녔습니다. 그리고...... 소인은 비록 어릴 때부터 공자(公
子)님을 따라다녔지만 경공은 매우 가련하죠."
"너희 집 공자가 일 년 만에야 보낸 전서구(傳書鴻)에는 여기서
기다리라고만 하고 이유를 밝히지 않았다. 필시 무슨 일이 있을
것이다. 어떻게 된 것이냐?"
"말씀대로 저희 집 공자께서는 일 년 이상 소식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돌아오셔서 집안 사람들을 모두 분산시키고 저만
남게 했어요. 그리고는 저더러 여기서 나으리를 만나 뵈오라 했
죠. 말씀인즉 이쪽 폐허가 된 길로 오시면 나으리를 만날 수가 있
고, 자세한 사정은 만나서 이야기를 하시겠다는 거예요. 보아하니
저희 집 공자님은 무슨 큰 위험을 피하고 있는 것 같았어요."
"어! 그런 일이 있었다구! 왜 일찍 나에게 알리지 않았을까? 둘
째가 하는 일은 항상 이렇다니까. 우리 형제가 대체 뭘 두려워하
겠어?"
"큰아버지 말씀이 맞아요."
"너희 집 공자는 출발한 지 얼마나 되었지?"
"시간으로 보아서는 이미 장도에 올랐는지 모르겠어요. 하지만
아씨마님의 몸이 무거운지라......."
"아씨마님?"
"예! 저도 자세한 내막은 모르오나 공자님은 만삭의 아씨마님과
함께 오셨습니다."
"어허! 도대체 모를 일이다. 그나저나 네놈은 더 일찍 왔어야
했다. 만일에......."
이때 한 사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연 대협...... 연 대협(燕大俠)......"
몇 사람이 급히 달려왔다. 앞장 선 사람은 신법이 날씬하고 가
벼운 것이 심 총표두였다.
연남천은 약간 이맛살을 찌푸리면서 무거운 소리로 말했다.
"오신 사람은 위원(威遠), 진원(鎭遠), 영원(寧遠) 삼대표국의
총표두인 비화만천(飛花萬天) 낙지무성(落地無聲) 심경홍(沈輕班)
이 아니십니까?"
심경홍은 공손히 인사를 한 후 입을 열었다.
"감당하기 어려운 말씀입니다. 바로 소인이 그렇습니다. 후배들
이 사람을 볼 줄 몰라 연 대협을 몰라 뵙고......."
연남천이 크게 웃으면서 말했다.
"혹 보표를 해달라고 날 찾은 것은 아니겠지?"
심경홍이 고개를 숙이면서 말했다.
"후배가 감히...... 다만 후배는 선배께서 여기에 계신 것을 알
게 되어 십이성상을 부근에 요청했습니다. 선배님께서 한번만 발
걸음을 하셔서 분부를 하신다면 십이성상이 제아무리 욕심이 있어
도 표국의 물건들을 찬탈할 마음은 감히 못 먹을 것이라 생각되었
기 때문입니다."
"네가 보표할 힘이 없다면 그 물건을 왜 받았나?"
"후배가 죽일 놈입니다. 다만 선배께서......."
"십이성상은 그 행적이 남의 눈에 좀처럼 드러나지 않는다. 그
렇지 않다면 내가 벌써 그들을 제거했을 게야. 이 일로 자네를 돕
고 싶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선배, 감사합니다."
"감사할 필요가 없네. 난 자네를 돕고는 싶어. 그러나 따로 급
한일이 있어. 또 그 일은 결코 지연되어서는 안 될 일이야."
그는 말이 끝나기도 전에 몸을 돌렸다.
심경홍이 황급히 말했다.
"선배님, 잠깐."
손짓을 하니 전이가 상자를 하나 가지고 왔는데, 그 속에는 황
금이 가득히 담겨 있었다. 심경홍은 다시 공손히 인사를 하면서
말했다.
"후배들은 벌써부터 선배께서 씀씀이가 크다는 것을 알고 있었
습니다. 그래서......."
연남천은 하늘을 향해 크게 웃으면서 말했다.
"심경홍, 네가 설사 천하의 모든 황금을 가지고 온다 해도 나는
내 둘째 동생과의 약속을 어길 수 없어!"
손을 내밀어서 강금의 어깨를 치며 소리쳤다.
"내가 먼저 갈 테니 뒤따라 오너라!"
말의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에 몸은 십장(丈) 밖으로 날아갔다.
심경홍은 즉각 안색이 변했다. 전이가 가만히 중얼거렸다.
"이 사람은 정말 이상하군. 남을 속여 은 천 냥을 약탈하더니
이번에는 거액의 황금을 갖다 주어도 마다하니......."
첫댓글 즐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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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감하고 갑니다.
즐감!!!!!!!
약탈이아니라 심통이 고약한 놈 손을 좀 본거지
감사
감사 합니다..
즐
즐독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늦게나마 즐감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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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잘읽었습니다 글구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오늘도 잘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