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잠에서 깨자마자 바깥에 나가봤더니 비가 내린다. 소리없이 부슬거리는 전형적인 봄비라고 할까? 오늘 내리는 이 비는 오후까지 내릴 것이라고 한다. 비가 그치고 나면 느림보 거북이 같은 산골의 봄은 가속이 붙을 것 같다. 경험에 의하면 늦게 천천히 오고 왔다 하면 정신없이 내달리는 것이 산골의 봄 특징이기 때문이다. 어찌되었거나 봄비가 반갑다. 오늘 아침 산골의 이른 아침 기온은 영상 6도이다.
'기왕이면 다홍치마'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 이런 속담에 비유해도 맞는 것이 아닐까 싶은 일을 했다. 어제는 우중충하고 스산하기까지 한 날씨에 딱히 할 만한 마땅찮아 오전에 잠시 카페 보일러실 정리하며 나온 잡다한 것들을 쓰레기로 버릴 것과 재활용으로 버릴 것을 분리했다. 늘 해야지 하면서 귀찮아서 그냥 지나치곤 했었다. 기왕이면 깔끔한 것이 누가봐도 좋은 것이니까, 너저분한 것보다는 깨끗한 것이 우리가 보는 것도 그렇고 혹시 남들이 보더라도 좋은 느낌일 테니까 치우면서 사는 것이 정답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한 가지 더, 집으로 올라오는 길옆에 도열하고 있는 회양목이 있다. 연중행사로 잘 다듬어 주는 전지작업을 했다. 주로 늦가을에 다듬어주곤 했는데 깜빡 잊어버리고 있었다. 늘 지나다니며 삐죽삐죽 일년동안 자라난 가지들이 영 볼상 사납고 녀석들도 제발 좀 예쁘게 잘 다듬어 달라고 하는 듯했는데 말이다. 대부분의 나무들은 자연스레 자라게 두는 것이 좋다고 생각 하지만 이런 조경수는 깔끔하게 다듬어 주는 것이 보기에도 좋기는 하다. 뭐 그리 힘든 일도 아닌데 미뤄뒀는지 모르겠다. 매일 지나다니는 우리들은 물론이고 집에 오는 손님들 보기에도 좋을 것 같다. 사람이나 식물이나 손이 가야만 깔끔하게 예쁘지는 것을 알면서도 늑장을 부렸으니 게으른 이 촌부의 탓이다. 기왕 시작한 김에 옥향과 주목들도 다듬어 예쁘게 해주어야겠다. 오늘은 비가 내려 공치는 날, 모처럼 책을 좀 읽어야겠다.
어저 오후 아내가 표고버섯이 꽤 많이 피었더라며 비소식이 있으니 따야하는 것 아니냐고 했다. 이것 또한 깜빡 잊고 있었다. 지난번 조금 따면서 꽤나 많이 나오고 있는 것을 봤는데 그걸 잊고 있었다. 우리 표고버섯은 어쩐지 생김새가 아주 못생겼다. 주인 할배를 닮아 그런가? 버섯목을 놓은 위치가 안좋은 것일까? 이따금씩 뒤집어 세워주고 두들겨 주곤 하는데 뭐가 문제인지 잘 모르겠다. 못생기면 어떤가? 우리가 길러먹는 자급자족을 할 수 있는 그 자체로 만족하면 되는 것이라며 적당한 크기의 버섯을 제법 많이 따왔다. 콩 하나도 나눠먹는 것이 산골살이를 하는 우리들의 생활철학이고 방식이다. 아내는 둘째네 조금 나눠주고 나머지는 갈무리를 한다고 했다. 오늘 내리는 비가 그치고 나면 또다시 꽤 많이 피게 될 것이다. 그리 많은 양은 아니지만 우리가 손수 길러서 먹는다는 재미를 느끼는 것이 너무 좋다. 하지만 버섯재배 공부는 좀 해야만 할 것 같다. 산골살이를 하면서 배워야 하는 것이 정말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일상생활의 모두가 다 배워야 할 것이고 익혀야 하는 것들이라 공부가 참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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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슴아들의 희망사항이겠지요?ㅎㅎㅎ
멋진 수확의 현장과
잘 다듬어 놓은 회양목의 모습이 예쁘네요.
잘 정리한 현장에 놀러 갈 날을 기억해 봅니다.
모두 다 사진빨이지요.ㅎㅎㅎ
늘 감사합니다.^^
아니 아무리 시간이 남아도 그렇치
이렇게 분위기 좋게 해놓음시롱 울보고 오라는 압박감 이. 안가면 혼날것같토 지기야
이봄이가기전에 안바쁘고 시가어디있나 그날잡아 초청해보라고 혀봐 ㅎㅎㅎㅎㅎ
산골살이를 못해보신 분은 모르지요. 지금이 바로 딱 남는 것이 시간이죠. 본격적인 농사가 시작되기 직전이거든요.ㅎㅎㅎ
표고 버섯을 기르셨군요
못생겨도 영양과 맛이 좋으면 되지요
몇 해 전 참나무를 베어다 종균을 넣어두었더니 버섯이 나오는군요. 재밌는 자연현상입니다요.ㅎㅎㅎ
동글동글 회양목들이
다정다감합니다.
어느 조경사께서
다듬으셨는지 ㅎ
만능 박사님 이시네요.
완전 아마추어 솜씨지만 나름 만족하여 미소를 지었지요. 일년에 며칠은 조경사가 된답니다. 사이비 조경사라고 해야겠죠?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