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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세히 보아야/예쁘다//오래 보아야/사랑스럽다//너도 그렇다.’
이토록 앙증스런 시를 쓰신 시력 40년의 나태주 시인을 11월의 시하늘에 모십니다.
걸작을 낳기까지 시에 절어 사신 날이 그 얼마이며,
오랜 사유의 결정체가 이리도 단순, 단출하고 감칠맛이 나는 시로 탄생된 게 아닌지요.
좋은 시는 큰 강이 소리 없이 흐르는 것처럼
그 속에 깊이를 가지고 있어서 울림이 큰 것입니다.
평생 아이들과 같이 보내서 그런지 동심 같은 친화력이 묻어나는 분 같습니다.
맑은 마음의 소유자, 나태주 시인과 즐거운 한때를 보냈으면 좋겠습니다.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오십시오.
시낭송 비행기는 11월 7일 오후 7시에 이륙하겠습니다.
-일시 : 2013년 11월 7일 오후 7시
-장소 : 대구 수성구 수성랜드 내 마사커피 수성점(구 비행기 레스토랑)
-회비 : 없음. 음식은 직접 구매하셔야 합니다.
-제공 : 『詩하늘』가을호, 시 낭송용 작은 시집
-음악 : 노래하는 시인 이국환 님
-그리고 정윤천 시인이 들려주는 나태주의 시세계와 삶을 들을 수 있을 것입니다.
*연락처 : 가우 010-3818-9604/보리향 010-2422-6796/김양미 010-2824-8346
마사커피 053-761-5657
*나태주 시인 약력
-1945: 충남 서천 출생
-1963: 공주사범학교 졸업
-1964: 김동현과의 2인 동인지 <구름에게 바람에게> 1집 출간
-1971: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시「대숲 아래서」가 당선되어 시단에 데뷔
(심사위원 朴木月․朴南秀 선생)
-1972: <새여울> 동인회 참여
-1973: 처녀시집 『대숲 아래서』(예문관) 외 28권
-1988: 제32회 충남도 문화상(문학부문) 수상, 시선집 『빈손의 노래』(문학사상사) 외 9권
-1989: 합본시집 『우리 젊은 날의 사랑아』(청하출판사)
-1991: 한국대표시인 100선집 81권으로 시선집 『추억의 묶음』(미래사)
-1993: 한국문인협회 충남지회장의 일을 맡음(2년)
-1995: <금강시마을> 회원으로 참여,
-1997: 제2회 현대불교문학상 수상(수상작: 시「기쁨」), 산문집『추억이 말하게 하라』(분지출판사)
-1999: 제1시화집 『사랑하는 마음 내게 있어도』(혜화당) 외 1권
산문집 『외할머니랑 소쩍새랑』(분지출판사) 외 7권
-2000: 제2회 박용래문학상 수상(수상시집 『슬픔에 손목 잡혀』),
-2001: 송수권․이성선과의 삼인시집 『별 아래 잠든 시인』(문학사상사),
-2002: 제7회 시와 시학상 수상(수상시집『산촌엽서』), 2002 대한민국 향토문학상(광주) 수상,
-2004: 제14회 편운문학상 수상/첫 동화집 『외톨이』(계수나무),
회갑 기념문집 『나태주의 시세계』(분지출판사), 『나태주 시인앨범』(문경출판사)
-2006: 나태주 시 전집(전 4권, 고요아침)
-2009: 제41회 한국시인협회상 수상(수상시집 『눈부신 속살』),
육필시집『오늘도 그대는 멀리 있다』(지만지),
사진시집 『비단강을 건너다』(김혜식 사진, 서울: 푸른길),
공주문화원장에 취임
-2010: 활판시집 『지상에서의 며칠』(시월),
-2012: 『나태주 대표 詩 22선』(공주문화원)
*시편 감상하기
대숲 아래서
-나태주
1
바람은 구름을 몰고
구름은 생각을 몰고
다시 생각은 대숲을 몰고
대숲 아래 내 마음은 낙엽을 몬다.
2
밤새도록 댓잎에 별빛 어리듯
그슬린 등피에는 네 얼굴이 어리고
밤 깊어 대숲에는 후둑이다 가는 밤 소나기 소리.
그리고도 간간이 사운대다 가는 밤바람 소리.
3
어제는 보고 싶다 편지 쓰고
어젯밤 꿈엔 너를 만나 쓰러져 울었다.
자고 나니 눈두덩엔 메마른 눈물자죽,
문을 여니 산골엔 실비단 안개.
4
모두가 내 것만은 아닌 가을,
해 지는 서녘구름만이 내 차지다.
동구 밖에 떠드는 애들의
소리만이 내 차지다.
또한 동구 밖에서부터 피어오르는
밤안개만이 내 차지다.
하기는 모두가 내 것만은 아닌 것도 아닌
이 가을,
저녁밥 일찍이 먹고
우물가에 산보 나온
달님만이 내 차지다.
물에 빠져 머리칼 헹구는
달님만이 내 차지다.
가을 서한
-나태주
1
끝내 빈 손 들고 돌아온 가을아,
종이 기러기 한 마리 안 날아오는 비인 가을아,
내 마음까지 모두 주어버리고 난 지금
나는 또 그대에게 무엇을 주어야 할까 몰라.
2
새로 국화잎새 따다 수놓아
새로 창호지문 바르고 나면
방안 구석구석까지 밀려들어오는 저승의 햇살.
그것은 가난한 사람들만의 겨울 양식.
3
다시는 더 생각하지 않겠다,
다짐하고 내려오는 등성이에서
돌아보니 타닥타닥 영그는 가을 꽃씨 몇 옴큼.
바람 속에 흩어지는 산 너머 기적 소리.
4
가을은 가고
남은 건
바바리코트 자락에 날리는 바람
때 묻은 와이셔츠 깃.
가을은 가고
남은 건
그대 만나러 가는 골목길에서의
내 휘파람 소리.
첫눈 내리는 날에
켜질
그대 창문의 등불빛
한 초롱.
들국화
-나태주
1
울지 않는다면서 먼저
눈썹이 젖어
말로는 잊겠다면서 다시
생각이 나서
어찌하여 우리는
헤어지고 생각나는 사람들입니까?
말로는 잊어버리마고
잊어버리마고……
등피
아래서.
2
살다 보면 눈물 날 일도
많고 많지만
밤마다 호롱불 밝혀
네 강심江心에 노를 젓는
나는 나룻배.
아침이면
이슬길 풀섶길 돌고 돌아
후미진 곳
너 보고픈 마음에
하얀 꽃송이 하날 피웠나부다.
시
-나태주
마당을 쓸었습니다
지구 한 모퉁이가 깨끗해졌습니다
꽃 한 송이 피었습니다
지구 한 모퉁이가 아름다워졌습니다
마음속에 시 하나 싹텄습니다
지구 한 모퉁이가 밝아졌습니다
나는 지금 그대를 사랑합니다
지구 한 모퉁이가 더욱 깨끗해지고
아름다워졌습니다.
비단강
-나태주
비단강이 비단강임은
많은 강을 돌아보고 나서야
비로소 알겠습디다
그대가 내게 소중한 사람임은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나서야
비로소 알겠습디다
백 년을 가는
사람 목숨이 어디 있으며
오십 년을 가는
사람 사랑이 어디 있으랴……
오늘도 나는
강가를 지나며
되뇌어 봅니다.
사랑하는 마음 내게 있어도
-나태주
사랑하는 마음
내게 있어도
사랑한다는 말
차마 건네지 못하고 삽니다
사랑한다는 그 말 끝까지
감당할 수 없기 때문
모진 마음
내게 있어도
모진 말
차마 하지 못하고 삽니다
나도 모진 말 남들한테 들으면
오래오래 잊혀지지 않기 때문
외롭고 슬픈 마음
내게 있어도
외롭고 슬프다는 말
차마 하지 못하고 삽니다
외롭고 슬픈 말 남들한테 들으면
나도 덩달아 외롭고 슬퍼지기 때문
사랑하는 마음을 아끼며
삽니다
모진 마음을 달래며
삽니다
될수록 외롭고 슬픈 마음을
숨기며 삽니다.
기쁨
-나태주
난초 화분의 휘어진
이파리 하나가
허공에 몸을 기댄다
허공도 따라서 휘어지면서
난초 이파리를 살그머니
보듬어 안는다
그들 사이에 사람인 내가 모르는
잔잔한 기쁨의
강물이 흐른다.
멀리까지 보이는 날
-나태주
숨을 들이쉰다
초록의 들판 끝 미루나무
한 그루가 끌려들어온다
숨을 더욱 깊이 들이쉰다
미루나무 잎새에 반짝이는
햇빛이 들어오고 사르락 사르락
작은 바다 물결 소리까지
끌려들어온다
숨을 내어쉰다
뻐꾸기 울음 소리
꾀꼬리 울음 소리가
쓸려나아간다
숨을 더욱 멀리 내어쉰다
마을 하나 비 맞아 우거진
봉숭아꽃나무 수풀까지
쓸려 나아가고 조그만 산 하나
우뚝 다가와 선다
산 위에 두둥실 떠 있는
흰구름, 저 녀석
조금 전까지만 해도 내 몸 안에서
뛰어 놀던 바로 그 숨결이다.
하늘의 서쪽
-나태주
하늘이 개짐을 풀어헤쳤나
비린내 두어 마지기
질펀하게 깔고 앉아
속눈썹 깜짝여 곁눈질이나 하고 있는
하늘의 서쪽
은근짜로 아주
은근짜로
새끼 밴 검정염소
울음소리가 사라지고
절름발이 소금장수 다리 절며 돌아오던
구불텅한 논둑길이 사라지고
이젠 네가 사라져야 하고
내가 사라져줘야 할 차례다,
지금은 하늘과 땅이
살을 섞으며 진저리칠 때.
선물
-나태주
하늘 아래 내가 받은
가장 커다란 선물은
오늘입니다
오늘 받은 선물 가운데서도
가장 아름다운 선물은
당신입니다
당신 나지막한 목소리와
웃는 얼굴, 콧노래 한 구절이면
한 아름 바다를 안은 듯한 기쁨이겠습니다.
산수유꽃 진 자리
-나태주
사랑한다, 나는 사랑을 가졌다
누구에겐가 말해주긴 해야 했는데
마음 놓고 말해줄 사람 없어
산수유꽃 옆에 와 무심히 중얼거린 소리
노랗게 핀 산수유꽃이 외워두었다가
따사로운 햇빛한테 들려주고
놀러온 산새에게 들려주고
시냇물 소리한테까지 들려주어
사랑한다, 나는 사랑을 가졌다
차마 이름까진 말해줄 수 없어 이름만 빼고
알려준 나의 말
여름 한 철 시냇물이 줄창 외우며 흘러가더니
이제 가을도 저물어 시냇물 소리도 입을 다물고
다만 산수유꽃 진 자리 산수유 열매들만
내리는 눈발 속에 더욱 예쁘고 붉습니다.
풀꽃
-나태주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행복
-나태주
저녁 때
돌아갈 집이 있다는 것
힘들 때
마음속으로 생각할 사람 있다는 것
외로울 때
혼자서 부를 노래 있다는 것.
너무 그러지 마시어요
-나태주
너무 그러지 마시어요. 너무 섭섭하게 그러지 마시어요. 하나님, 저에게가 아니에요. 저의 아내 되는 여자에게 그렇게 하지 말아달라는 말씀이에요. 이 여자는 젊어서부터 병과 더불어 약과 더불어 산 여자예요. 세상에 대한 꿈도 없고 그 어떤 사람보다도 죄를 안 만든 여자예요. 신장에 구두도 많지 않은 여자구요, 장롱에 비싸고 좋은 옷도 여러 벌 가지지 못한 여자예요. 한 남자의 아내로서 그림자로 살았고 두 아이의 엄마로서 울면서 기도하는 능력밖엔 없는 여자이지요. 자기 이름으로 꽃밭 한 평, 채전밭 한 귀퉁이 가지지 못한 여자예요. 남편 되는 사람이 운전조차 할 줄 모르는 쑥맥이라서 언제나 버스만 타고 다닌 여자예요. 돈을 아끼느라 꽤나 먼 시장 길도 걸어다니고 싸구려 미장원에만 골라 다닌 여자예요. 너무 그러지 마시어요. 가난한 자의 기도를 잘 들어 응답해주시는 하나님, 저의 아내 되는 사람에게 너무 섭섭하게 그러지 마시어요.
부탁
-나태주
너무 멀리까지는 가지 말아라
사랑아
모습 보이는 곳까지만
목소리 들리는 곳까지만 가거라
돌아오는 길 잊을까 걱정이다
사랑아.
희망
-나태주
날이 개면 시장에 가리라
새로 산 자전거를 타고
힘들여 페달을 비비며
될수록 소로길을 찾아서
개울길을 따라서
흐드러진 코스모스 꽃들
새로 피어나는 과꽃들 보며 가야지
아는 사람을 만나면 자전거에서 내려
악수를 청하며 인사를 할 것이다
기분이 좋아지면 휘파람이라도 불 것이다
어느 집 담장 위엔가
넝쿨콩도 올라와 열렸네
석류도 바깥세상이 궁금한지
고개 내밀고 얼굴 붉혔네
시장에 가서는
아내가 부탁한 반찬거리를 사리라
생선도 사고 채소도 사 가지고 오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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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지금 극심한 피로로 인해 와병 중에 계시는 나태주 시인이 쾌차하셔서 시하늘 시 낭송회에 꼭 참석하실 수 있도록 회원님 기도해 주십시오.
고맙습니다.
저는 반드시 쾌차하시리라 믿습니다.
그리고 낭송할 시 찜해 주세요.
꼭 쾌차하실거예요
저도 그렇게 믿어요♥
꼭 쾌차하시길 빌면서 저는 '시'를 찜하겠습니다.
환영합니다.
[대숲아래서 ] 오지현님 낭송 신청하셨습니다^^
고맙습니다.
'너무 그러지 마시어요' 찜합니다^^
환영합니다. 준비 잘해 주시어요.
수고많으십니다.
시인님 완쾌되시길 기도하며
'비단강' 신청합니다~^^
환영합니다.
건강한 모습으로 뵙기를 바랍니다.^^
도경 씨, 정윤천 시인께서 나타주 시인의 시에 대해 공부해오셔서 대담식으로 한 부분 엮어나가실 것입니다. 저도 거들고요.
그래서 만약에 못 오시더라도 재밌게 진행할 수 있도록 준비해 주시기 바랍니다.
알았습니다. 선생님~~ 그 날 뵐게요.^^
사랑하는 마음 내게 있어도
신청합니다 박순희
나태주시인의 쾌차를 빌면서 '들국화' 신청합니다.~^^*
그날이 기다려집니다. 선생님 꼭 오셔야 할텐데...
벌떡 쾌차 하십시오.
시편이 너무 많이 추천되어
아래에 순서가 있는 시편으로 낭송원고를 만들겠습니다.
(저도 무지 바쁘거든요)
**풀꽃 - 여는 시 / 여름안개 곽도경
1. 대숲 아래서 - 오지현님
2. 들국화 - 라벤다정원 여상조님
3. 시- 하모하모 하정철님
4. 비단강 - 율리아나 황태교
5. 사랑하는 마음 내게 있어도 - 온리원 박순희님
6. 멀리까지 보이는 날 - 뚜버기 박종천님
7. 하늘의 서쪽 -
8. 산수유 꽃 진 자리- 가우 박창기님
9. 너무 그러지 마시어요 - 후광 배경자
10. 희망 - 길손 남효만님
**행복 - 닫는 시 / 모두 함께
좋습니다. 이 10편으로 합시다. 수고하셨습니다.
회원 님, 7, 8, 10번에 찜해 주시기 바랍니다.
나태주시인의 희망 찜합니다.
저도 산수유 꽃 진 자리 찜합니다.
오후에 인쇄 다 했는데~ ㅠㅠ
제가 만일 낭독을 한다면 저도 이 시를 하고 싶었어요
어제부터 일때문에 전주에 와 있습니다.시낭송회
에 부득이 참석치 못하게되어 송구스럽습니다.
공주도 못갔는데..ㅠㅠ 좋은시간 되시길요~^^
그렇군요. 열심히 하셔서 많이 버시고 다음에 한 턱 쏘시기 바랍니다.
사정에 의하여 음악을 맡으신 김준영 님의 유고로 참석차 오시는 노래하는 시인 이국환 님이 음악을 들려 주신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