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통통 건배사
살다보면 술 마실 일이 많다. 시도 때도 없이 맨 날 술이다. 핑계나 이유도 가지가지지만 좋아서 마신다기보다 위로와 위안의 방법으로 마시는 경우가 더 많다. 그만큼 살기가 녹록치 않다는 의미로 해석이 된다. 하긴, 사는 게 수월하다면 우리가 이토록 장수할 수 있을까.
뭣이? 가난이 장수의 비결이라고? 그러니까 끝까지 내 말을 들어 보시라니까요. 무슨 억지소리 하냐고 하시지만 요즘 우리가 사는 게 제대로 사는 겁니까. 솔직히 까놓고 말해서 우리 사회가 가난하지 않습니까. 불평등하지 않습니까. 맨 날 속으면서 살지 않습니까.
그렇다. 희망이 보이지 않으니까 술 마시는 일이 자주 생긴다. 서로 마음을 달래느라 한잔 술에 분노를 타서 마시고, 좀 나아지겠지 하는 기대와 요행을 바라면서 오기 부리다시피 악착스레 삶을 연장한다. 우리가 다른 동물처럼 단순하게 살자면 무슨 고민이 있겠는가.
부족함은 언제나 삶의 자극을 준다. 우리가 욕구의 충족을 위해서 열심히 싸우고 경쟁하는 이유다. 우린 이기기 위해서 전열을 가다듬으며 술을 마신다. 아무튼지 성공과 승리에는 나름대로의 전술과 전략이 있거늘, 이름 하여 ‘-위하여’라고 하는 건배사다.
요즘 술자리마다 ‘통통통’ 건배사가 유행이라고 한다. 의사소통/ 운수대통/ 만사형통을 뜻하는 通(communication)을 말하는 것이다. 좋다. 서로 통하는 것이 누이 좋고 매부도 좋은 성공의 전략일 수 있기 때문이다. 막힌 곳이 뚫리면 고속질주가 가능하다. 그리고 관찰하기 좋으며 전진과 후퇴가 용이하다.
현대사회에서는 정보가 삶의 유일한 무기다. 끼리끼리 소통하고 단합해서 그 힘으로 어려움을 극복한다. 神은 간절한 사람을 더 예뻐하시며 희망을 준다고 생각한다. 빈둥빈둥하는 사람이 오래 살지 못하는 까닭이 그런 이유 때문인 것이다. 지나친 고민이나 자학은 곤란하지만 가난을 선용하면 장수하는 법.
너무도 빤한 일이다. 누구든 생각 없이 살면 고달프고 말년에 개털신세 된다. 오래 살고 싶으면 앉아서 불평만 늘어놓을 게 아니라 당차게 살아봄이 어떨까. 그런 의미로 우리 건배사 한번 외치자. 술이 없으면 맹물 컵이라도 부딪치며 통! 통! 통! 하자. ‘의사소통, 운수대통, 만사형통을 위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