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국 의대 교수들이 뽑은 2013년 최고의 의사*
<글; 코메디닷컴, 이성주 대표>
“칼잡이가 칼을 안써?” 비아냥 속 새 수술법 개발
1995년 연세대 의대 노성훈 교수(59)는 대한외과학회 학술대회에서 자신의 위암 수술 장면을 비디오로 발표했다. 의사들이 웅성거렸다. 한 편 놀라는 눈치, 한 편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노 교수는 신경외과나 정형외과에서 주로 쓰던 전기소작기로 암 부위를 자르고 지진 다음 자동연결기로 마무리했다. 메스를 쓰지 않는 새 수술법이었다. 수술 시간은 기존 4시간에서 2시간으로 줄었다. 그러나 몇몇 의사는 한동안 “칼잡이가 칼을 쓰지 않다니 제 정신인가”하고 비아냥댔다.
노 교수는 이듬해 그리스 아테네에서 열린 국제외과종양학회에서, 다음 해에는 독일 뮌헨에서 개최된 세계위암학회에서 새 수술법에 대해서 발표했다. 외국 의사들의 반응은 좀 더 적극적이었다. 일본 도쿄 대의 세토 교수가 ‘한 수 가르침’을 요청했고 제자들을 노 교수 문하로 보내기 시작했다. 도쿄의치과대 고지마 교수, 기후대 요시다 교수, 시조오카 암센터 테라시마 박사, 가고시마 대 나츠고에 교수 등 우리나라 의사들에게 가르치는 데 익숙했던 일본의 대가들이 앞 다퉈 제자들을 보냈고 매년 미국, 중국, 인도 등 세계 각국에서 100여 명의 의사들이 ‘노성훈 문중’에 몰려들고 있다.
한해 600명 꼴 수술... 전 세계서 의사 몰려와 기법 배워
이런 과정을 거쳐서 국내외에서 ‘전기소작기 수술법’이 시나브로 번지더니, 지금은 지구촌 표준 치료법으로 자리 잡았다. 그 동안 노 교수는 한 해 600명꼴로 지금까지 9000명 가까이 수술하며 세계 최다 기록을 세웠다. 놀라운 것은 수술 성공률과 드문 부작용이었다.
“당시 원로교수들은 위암 수술은 오랜 기간 검증을 거쳐 정착됐기 때문에 20년 전, 10년 전이나 똑같고 지금도 똑같아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진리입니까? 의사의 관점에서는 당연하게 보이던 것도 환자나 보호자의 눈으로 보면 비정상적일 수가 있습니다.”
노 교수는 환자들에게 무엇이 불편한지를 묻고 또 물어 치료법을 개선했다. 1990년대에는 위암 환자가 수술을 받으면 수술 부위의 분비액과 가스가 빠져나가도록 코로 넣어 수술 부위까지 연결되는 콧줄을 달아야 했는데, 노 교수는 수술 때 주사로 가스를 빼내어 콧줄을 달지 않도록 했다. 그는 또 수술 부위에 염증이 생겼을 때 고름을 배출하려고 환자에 배에 넣는 심지도 쓰지 않는다. 노 교수는 수술 부위를 25㎝에서 15㎝로 줄여 배꼽 아래에 수술자국이 없다. 척추에 꼽은 튜브를 통해 환자가 마취제를 자동으로 넣을 수 있는 장치를 개발해 환자가 통증을 덜 느끼도록 했다.
‘무엇이 불편한가?’ 환자들에 묻고 또 물어 치료법 개선
캐리커처=미디어카툰
“기회는 단 한번
잘못된 정보에
현혹되지 말아야”
1990년대까지는 위암 수술 때 재발을 막기 위해 비장(지라)을 잘라내야 한다는 것이 정설이었지만, 노 교수는 면역 기능과 관련 있는 비장을 잘라내지 않고 주위의 림프절을 완전히 제거하는 수술법을 개발했다. 최근에는 위와 십이지장의 연결부위를 최소화해서 후유증을 줄이는 수술법을 개발했다.
위암 수술 분야에서 ‘세계 최고 대가’로 인정받은 노 교수는 2011년부터 세계위암학회 회장을 맡아 정신없이 바쁜 삶을 살고 있다. 올해만 해도 3월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일본위암학회에서 특강을 했고 5월에는 러시아 모스코바에서 개최된 러시아대장암학회에서 ‘위암과 대장암의 유사점과 차이’에 대해 강연했다. 6월에는 이탈리아 베로나에서 열린 세계위암학회에서 ‘위암 수술의 현재와 미래’를 주제로 기조연설을 했다. 7월에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유럽종양내과학회에서 1000여명의 의사들을 대상으로 서울대병원 방영주 교수와 함께 연구한 ‘수술과 항암제 병행치료의 효과’에 대해 발표했다.
동네 아저씨처럼 푸근... 집안 내력 알면 “이 정도야” 깜짝
노 교수는 환자나 제자 모두에게 시원시원하게 대해서 ‘동네 아저씨’로 보이지만, 집안 내력이 화려하다. 선친은 장항제련소 소장을 지냈고 국내 금속산업의 발전에 크게 기여한 노병식 박사다. 처가는 유명한 의학자 집안이다. 장인은 혼자서 첫 의학백과사전을 만든 고(故) 이우주 전 연세대 총장이고 손위처남은 간질 치료의 국내 최고 대가인 연세대 신경과 이병인 교수, 손아래처남은 박근혜 대통령의 주치의인 이병석 강남세브란스병원장이다.
노 교수는 “위암은 적절하게만 치료받으면 충분히 극복할 수 있는 병”이라고 강조한다. 5년 생존율이 10년 전의 67%에서 지금 75%로 높아졌으며 병기별로는 1기 95%, 2기 80%, 3기 60%, 4기 15%로 향상됐다. 내시경, 복강경 등을 이용해 후유증과 부작용을 줄인 새 치료법도 확산되고 있다.
노 교수는 “내시경이나 복강경 치료가 개복수술보다 부작용이 적지만 모든 환자에게 적용되지는 않는다”면서 “환자는 대체로 한번밖에 기회가 없으므로 인터넷이나 주위의 ‘카더라 통신’에 현혹돼 잘못된 선택을 하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정신없이 바쁜 나날에도 위암 환자 희생 줄이기를 최우선
노 교수는 수술 환자의 장기생존율을 높이는 방법을 찾느라 고민하고 있다. 요즘엔 유전자 연구로 수술 뒤 누구에게 어떤 항암제를 써야 하는지 방법을 찾고 있다. 최근 개최한 암수술 웨비나(Webinar, 온라인 세미나)를 확대해 세계 각국의 의사들을 교육시키는 데에도 열중이다. 세브란스 암병원장으로서 새 병원 설립에도 정신없이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위암 환자의 희생을 줄이는 것이라고 힘줘 말한다.
“많은 사람들의 노력으로 이제 위암은 너무 늦게 발견하지만 않는다면 치료가 가능해졌습니다. 40세 이상은 1, 2년에 한 번은 내시경검사를 받고 40세 이하라도 소화가 안 되고 더부룩하거나 속이 쓰린 증세가 1~2주 이상 지속되거나 되풀이되면 내시경검사를 받는 것이 좋습니다. 위암 희생, 주의를 기울이면 막을 수가 있습니다.”
노성훈 교수에게 묻다
① 위암은 어떻게 예방할 수 있는가?
- 위암을 100% 예방할 수는 없다. 그러나 유전성이 10% 미만이므로 생활습관만 좋게 유지해도 예방에 도움이 된다.
1. 담배는 지금 당장 끊어라=담배는 폐암뿐 아니라 위암을 비롯한 거의 모든 암의 원인이다.
2. 절주하라=폭주가 좋을 리 없다. 절주가 힘들다면 끊는 것도 방법!
3. 규칙적으로 식사하라=하루 세 끼를 규칙적으로 먹어라. 식사는 적게 골고루 먹는다. 소금에 절인 음식을 비롯해서 짠 음식, 불에 탄 음식, 매운 음식은 위암 발병률을 높인다. 특히 짠 음식이 해로우므로 평소 싱겁게 먹는 습관을 들인다.
4. 좋은 음식을 먹어라=야채와 우유는 위 건강에 좋다. 된장과 인삼도 위암 억제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스트레스를 받으며 좋은 음식을 찾아다닐 필요는 없다.
5. 스트레스를 떨치고 낙관적으로 지내라=위는 온갖 신경망이 몰려있어 ‘제 2의 뇌’로 불린다. 밝은 생각이 위 건강에도 좋다.
6. 헬리코박터를 없애라=한국인의 60%에게 존재하는 헬리코박터는 일부 위암의 원인이므로 약을 복용해 없애도록 한다.
7. 규칙적으로 운동하라=운동을 하면 스트레스가 줄고 면역력이 강화된다. 운동이 부족하면 암이 많이 생긴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8. 정기적으로 위 검사를 받아라=위암은 조기에 발견하면 대부분 완치할 수 있다. 40대 이상은 매년 한 번 내시경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20~30대도 속이 더부룩하거나 소화가 잘 안되며 가족력이 있으면 검사를 받도록 한다. 위에 출혈이 있다면 반드시 내시경 검사를 받아야 한다.
② 위암의 병기와 치료에 대해서 알려 달라.
- 위암의 치료는 종류와 시기마다 다르지만 완치하려면 수술을 받아야 한다. 순 우리말로 밥통인 위(胃)는 음식물을 소화하는 쪽에서부터 바깥쪽으로 점막층, 점막하층, 근육층, 장막하층, 장막층으로 이뤄져 있다. 조기위암은 암이 점막층이나 점막하층에 국한된 것을 가리키고 진행위암은 근육층 이상으로 번진 것을 말한다. 요즘에는 위암의 50% 이상이 조기위암인데 이는 건강검진의 확산 덕분으로 추정된다. 건강검진 덕분에 젊은 환자도 늘고 있다. 조기위암은 내시경이나 복강경 등으로 큰 후유증 없이 치료할 수가 있다.
위암은 또 암세포가 위벽을 어느 정도 침윤했는지, 암의 전이 여부 등에 따라 1∼4기로 분류하는데 1기는 5년 생존율이 95% 이상이지만 2기는 80%, 3기는 60% 정도로 떨어지고 4기는 15% 정도로 격감한다. 이 수치는 갈수록 상승하고 있지만 병기가 진행될수록 완치 가능성이 떨어지는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따라서 조기진단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위암의 75%는 위의 아래 3분의1 부위에서 발견되는데 최근 위 상부의 암이 증가하는 추세다. 상부 위암은 혹처럼 튀어나오는 암보다 위벽으로 스며드는 암이 많아서 조기발견이 어렵다. 또 림프절에 잘 번져 근치(根治) 절제술이 어렵고 수술 부위가 커지게 된다. 요즘에는 환자의 고령화에 따라 다른 질환을 동반한 위암 환자가 늘고 있다. 이 경우 역시 수술이 더 어려워지는 요인이다. 수술은 암의 발생 및 침범 부위에 따라 위 전체를 절제하기도 하고, 75∼80%를 절제하기도 한다. 요즘에는 수술도 위의 절제 부위를 줄이고 남은 위의 기능을 최대한 살리는 등 환자의 ‘삶의 질’을 고려하는 방향으로 개량되고 있다. 또 초기에 발견됐고 위의 점막층 표면에 있는 크기가 작은 암은 내시경으로도 간단히 제거할 수 있다. 그 밖의 1기암은 대체로 복강경으로 수술한다. 복강경은 배를 자르는 대신 여러 군데 구멍을 내어 장비를 넣고 수술하는 것. 위암에 항암제가 잘 듣는지에 대해서는 아직도 반신반의하는 의사가 많다. 그러나 ‘위암도 항암제에 잘 반응하는 암’이라는 것이 최근 의료계의 정설이다. 수술이 힘들 정도로 진행된 위암 환자에게 몇 가지 항암제를 함께 썼을 때 환자의 생명을 의미 있게 연장시키고 또 삶의 질을 뚜렷이 개선시키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또 많은 의사들이 수술 뒤 완치율을 높이기 위해 항암제를 보조요법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항암제 치료를 시행한 뒤 수술하기도 하고, 수술 때 암세포를 도려낸 다음 뜨거운 생리수와 항암제를 복강 내에 순환시키기도 한다.
최근에는 항암제 복용과 수술을 병행하는 방법으로 치료율을 높이려고 시도한다. 수술 뒤 항암요법이 환자의 생존율을 의미 있게 상승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말기라고 무조건 포기해서도 안 된다. 복막이나 간에만 전이됐다면 수술과 항암요법을 병행해서 치료할 수 있다.
첫댓글 좋은 정보 올려 주삼에 감사~~~!
금주 소식 운동 낙관적인 생각과 태도 우리가 다 알고 있는 일이네요
감사합니다
귀중한 정보를 알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