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북셀프 스피커 - Acoustic Energy AE-1 Reference MK3




Acoustic Energy AE-1 Reference MK3
- 액자 속의 우아한 풍경화를 위하여
무심결에 흘려버리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기기의 디자인·사이즈와 청각 이미지의 조화는 홈 오디오 환경에서 절대로 무시할 수 없는 측면이다. 이것은 음향의 완성도와도 상당한 관련이 있지만, 실제 재생 환경에서 애호가의 심리에 미묘한 영향을 끼치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이 측면은 주로 스피커에서 대두되는데, 여기서 한 가지 예를 들어보자. 대형 플로어형 스피커가 왜소하고 가냘픈 음향을 만들어 내는 경우와 소형 스피커가 장대한 음향 무대를 만들어 내는 경우, 서로 어울리지 않는 스피커와 음향 이미지가 야기하는 시각적 부조화로 인하여 대부분의 애호가들은 마치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은 듯한 어색한 느낌을 받을 것이다. 이것은 우람한 몸집의 가수가 가냘픈 음성으로 노래하거나 왜소한 체구의 가수가 중후한 저음으로 노래할 때 사람들이 경험하는 느낌과 비슷한 것이다.
그러나 1980년대 중반 이전만 하더라도 이러한 부조화 현상이 큰 문제가 된 적은 별로 없었다. 이 문제가 부각된 것은 본격 음악 재생을 표방하는 소형 스피커들이 등장한 이후의 일이다. 이 시기부터 대형 스피커에 육박하는 장대한 음향 무대와 강력한 저음역을 재생하는 소형 스피커들이 속속 등장하면서 시각 디자인과 청각 이미지의 조화 문제가 대두되기 시작한 것이다.
그로부터 20여 년이 흘러 하이엔드를 표방하는 소형 스피커까지 등장하고 있는 현실을 살펴보면, 최근 소형 스피커 부문에서는 두 가지 경향이 공존하고 있는 듯하다. 대형 스피커를 연상케 하는 장쾌하고 강력한 음향을 지향하는 경향이 그 하나라면, 소형 스피커의 태생적 한계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면서 음향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주력하는 경향이 다른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1987년 영국 출신의 엔지니어 스티븐 테일러가 설립한 어쿠스틱 에너지의 소형 북셀프 스피커 AE-1 레퍼런스 MK3은 후자, 그러니까 북셀프 스피커의 한계를 벗어나려 하기보다는 음향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주력하는 기기로 보아야 할 것이다. 1980년대 후반 AE-1이 나온 이래로 90년대 중반 AE-1 시그니처를 거쳐 현재 ‘레퍼런스 MK3’로 이어지고 있는 이 스피커는 강력한 음향보다는 자연스러운 공간감을 살려내는 아담한 음향 무대, 선율과 다이내믹의 유연성, 안온한 색채 표현 등을 추구해 온 이른바 정통 브리티시 사운드를 현대적으로 계승하는 기기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AE-1 레퍼런스 MK3이 안겨 주는 가장 큰 놀라움은 이처럼 작은 스피커가 스탠드까지 포함할 경우 판매 가격만 500만원을 훌쩍 넘는다는 점일 것이다. 두터운 유리 받침대 위에 굵직한 금속 파이프를 네 개를 세워 놓은 호화로운 전용 스탠드와 피아노 마감으로 표면을 처리한 검정색의 작은 스피커를 보고 있노라면 고급 기기라는 느낌이 절로 들지만, 높이가 31cm, 폭이 18.5cm, 깊이가 25cm밖에 되지 않는 소형 스피커가 이처럼 고가라는 것은 이례적이라고 할 만하다.
그렇다면 차라리 앙증맞다고 해야 좋을 이 스피커가 만들어 내는 음향은 어떤 것일까? 아니 어떤 것이어야 할까?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이처럼 고급스러운 디자인은 그 자체로서 이 스피커가 연출할 음향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구성 요소처럼 보인다는 점이다. 독특한 개성을 자랑하는 멋진 디자인은 이 기기가 장쾌한 음향보다는 고품격의 우아한 음향을 연출할 것이라는 자기 암시처럼 보이는 것이다.
이러한 측면은 2웨이 2스피커 구동 방식을 선택하고 있는 AE-1 레퍼런스 MK3의 기술 내용에서도 분명하게 확인할 수 있다. 보도 자료를 살펴보면 이 스피커는 드라이브 유닛·크로스오버에 투입된 소재와 기술에 대하여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이 가운데 드라이브 유닛과 관련된 것만 살펴보면, 이 스피커는 중·저음부에 네오디뮴 자석, 저손실 마그네슘 다이캐스트 섀시, 32mm 음성 코일, 유리섬유 보빈, 커브 콘 알루미늄 합금 다이어프램 등을 채용한 12cm 구경의 유닛을 사용하고 있으며, 고음부에는 3.2cm 구경의 링 소프트 돔 트위터를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소재·기술과 관련된 전문 용어가 눈을 어지럽히는 바람에 ‘그래서 어쨌다는 건가’ 하는 의문이 들지만, 이들의 설명은 이 스피커가 음향 신호의 왜곡·손실을 야기하는 일체의 요소를 배제하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으며, 답답하고 어두운 음색보다는 반응 속도가 빠르고 명쾌하면서도 밝은 음색을 지향하고 있음을 보여 주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면 이 스피커가 만들어 낼 음향은 상상하기 어렵지 않다. 유리 받침대, 모래를 넣어서 사용하는 육중한 금속 파이프를 사용하는 전용 스탠드, 불필요한 잡음과 공진 현상을 극력 배제하는 인클로저, 금속 소재를 진동판으로 사용한 유닛 등은 이 스피커가 음향 그 자체의 순도를 높이는 데 일로매진한 결과임을 분명하게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 스피커는 이러한 기대와 기술 내용에 어긋나지 않는 음향을 연출한다. 앞에서 언급한 대로 강력한 폭발력을 전면에 부각하는 적극적인 음향 조형보다는, 적절한 심도와 지향성을 보여 주는 아담한 음향 무대 속에 사뿐하면서도 깔끔한 음향을 살포시 채워 넣는 모습이 이 스피커의 음향에서 살아나고 있다. 전체적으로 볼 때 이 스피커는 스케일이 큰 음향 무대 속을 거침없이 활주하는 선율선을 제시하기보다는, 다소 소극적인 발성으로 순도가 높은 음색과 잘 정제된 선율선의 절제된 조화와 균형을 이끌어 내는 모습을 보여 주고 있다. 그 결과 높은 음역으로 올라갈수록 텍스처가 다소 얇아지는 것이 마음에 걸리지만, 이 스피커에서는 투명하면서도 화려한 고음역과 자연스러운 확산감이 살아 있는 사뿐한 저음역이 자연스럽게 대비되면서 떠오르는 우아한 표정의 음향이 볼 만하다. 한 마디로 액자 속에서 아기자기한 음향 풍경을 그려 넣은 듯한 음향이 이 스피커에서 살아나고 있다.
그러나 이처럼 섬세함과 깔끔한 음향 조형을 추구하고 있지만 이 스피커의 약점은 특히 고음역에서 나타나는 다소 얇은 텍스처, 안정감과 무게감이 다소 부족한 저음역 등에 있다. 이러한 문제점은 이 스피커와 조합한 마란츠의 CD 플레이어와 인티그레이티드의 영향일 수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전용 스탠드에 채워 넣는 모래를 뺀 상태에서 시청을 진행한 것과 큰 관련이 있는 것 같다. 다소 열악한 시청 여건으로 인하여 실행에 옮기지는 못했지만, 전용 스탠드를 제대로 활용할 경우, 저음역에서 나타나는 경박함, 또렷한 표정이 살아나지 않는 중음역, 지나치게 화려해지고 얇아지는 고음역 등의 문제점은 상당 부분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저음역의 안정감이 향상될 경우 음향의 어우러짐이 좋아지면서 중음역의 표정이 또렷해지고 고음역의 화려함도 상당 부분 수그러들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새로운 브리티시 사운드를 선도하는 어쿠스틱 에너지의 롱셀러 AE-1의 최신 버전인 레퍼런스 MK3의 이모저모를 알아보았다. 이 스피커에서 가장 먼저 언급할 것은 찬탄이 절로 나오는 앙증맞은 디자인과 잘 어울리는 ‘액자 속의 우아한 음향 풍경’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 이렇게 보면 이 스피커는 박진감 넘치는 음향을 선호하는 애호가를 위한 기기는 아니라고 할 수 있다. 그보다는 잘 정제된 선율선들이 펼쳐 보이는 정연한 음향 이미지와 탄력 넘치는 흐름을 선호하는 애호가를 위한 스피커이다.
수입원 : 사운드솔루션 (02)733-3525
구성 : 2웨이 2스피커
인클로저 : 베이스 리플렉스형
사용유닛 : 우퍼 12cm , 트위터 3.2cm
재생주파수대역 : 55Hz-20kHz(±2dB)
파워 핸들링 : 200W
최대 레벨 : 105dB/m
임피던스 : 8Ω, 10Ω(최대)
감도 : 87dB
크기(WHD) : 18.5x31x25cm
무게 : 11kg
홈페이지 : www.acoustic-energy.co.u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