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처음으로 엑스포엘 갔다.
처음 가는 장소면 으레 그렇듯
방향감각이 잡히질 않고 혼란스러워 다소 헤맸다.
여수는 내 고향이다.
만성리 굴은 이쪽이고 오동도는 저쪽이며, 등등,,
고향 여수의 전체적인 느낌이 온몸에 꽉 박힌 내가 그럴진대,
낯선 여행자들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아무 상관없었다.
지리산 대신, 섬진강길 대신, 선운사대신, 숲길 대신,
운동 삼아 돌아다닌 측면도 컸으므로
많이 걸으면 걸을수록 헤매면 헤맬수록 좋았다.
그리고 공기와 환경도 숲길 강둑길 못지않게
시원하고 쾌적했다.
여수바다가 어디인가?
여수시와 조직위원회가
<엑스포 다이어트>라는 컨셉을 하나 추가해도 좋을 듯하다.
나도 어제 순수하게 걷는 시간, 서있는 시간만 해도
아마 대여섯 시간은 족히 되었으리라.
이동하는 시간은 길지 않아도,
실제 관람하고 참여할 때 서서 걸으며 하는 것이 많기 때문이다.
전혀 피곤하지 않았다.
환경도 좋았고 콘텐츠도 풍성했으므로.
실은 어제 계획은 갑작스러웠다.
부탁 받은 어려운 손님을 모시고
여수엑스포조직위원회까지 안내해 드렸고,
그리고 나서야 비로소
나 홀로 엑스포 현장을 누비고 다녔던 것이다.
마음으로 계획했다.
욕심내지 말고 선택과 집중을 하자.
하여, 비교적 여유롭게 출입할 수 있는 국제관을 택했다.
기본적인 원칙을 정했다.
10분 이상 기다리는 짓은 하지말자.
실제, 어제 그리했고
효율적으로 흡족하게 하루를 보냈다.
물론, 무지하게 사람이 붐빈다는
아쿠아리움, 주제관, 천막극장 공연, 등등은 일단 보류.
남은 날짜는 하 많으니.
하여, 국제관과 문화행사, 거리공연에 주력했다.
그것도 모두 순례하지는 못했고
천천히 느긋하게 노락노락 하면서 돌아다녔다, 천천히, 천천히...
그리하여 어제는 국제관 A, B, C, D 중에서
A관 절반, B관 절반을 경험했다.
그러니까 국제관만 놓고 볼때, 전체 중에서 약 30퍼센트 정도.
그리고 나머지 시간은
한국전통 줄타기 공연, 아르헨티나문화 공연, 각종 거리공연,
그리고 거대한 해양무대에서 펼쳐지는 오션오페라, 빅오쇼, 등등
또 그리고 벤치에 앉아 바닷바람 맞기, 바닷가 산책,
또또 그리고 조용히 혼자 노래부르기,
노래가 절로 나왔다.
그런데 이상했다.
가고파, 떠나가는배,, 같은 우리 가곡이 아니라,
오솔레미오, 돌아오라쏘렌토(여수)로,, 같은 외국 바다관련 노래가
터져 나왔다.
아마 국제관만을 줄창 돌아다녀서 그런 것 같았다...ㅎㅎ
몇가지만 느낌과 정보를 나누고자한다.
미리 전제할 것은,
이것은 하루의 부분적인 경험이라는 점이다.
또한 나의 입장이라는 것이다.
각자 취향과 관심이 다르다는 점을 참고하시도록.
하여, 지극히 편파적일 수 도 있으니 이해하시기를.
요즈음 프로야구중계방송에서도 편파중계가 큰 인기라하니
조금은 다행한 마음으로...ㅎ
첫째, 국제관 중에서 아르헨티나의 문화(탱고춤) 공연은 압권이었다.
국제관 부스 내에서도 했고,
그것이 확대되어 야외 해양광장에서도 했다.
나는 탱고춤이 이토록 매력적인 줄 이제야 깨달았다.
매우 가까이에서 섬세한 몸놀림과 표정까지 살피며 즐겼다.
춤은 본디 인간의 성적욕망의 순화된 문화적수용이라 하는데, 가히 그러했다.
특히, 완전한 무표정 속에 감춰진 묘한 관능은 그 알 수 없는 경계를 넘나들었다.
그리고 특이하게도 남녀 무희 무동의 발놀림이 현란했다.
엇박자로 서로의 가랑이 사이로
부드러우면서도 힘차게 드나드는 발의 동선은,
위대한 지휘자의 손의 흐름, 김연아의 유연한 피겨의 곡선이었으며,
호나우드의 슈팅처럼 강력하면서도, 메시의 드리블처럼 부드러운
환상의 극치였다.
이날은 아르헨티나에 강력히 꽂힌 날이었다.
반드시 권하는 프로그램이다.
여자무희의 의상은 가히 빛깔과 섬유조직이 잠자리날개와 방불했다.
최고의 몸매 위에 드리운 반투명의 최고 의상이었다.
근데, 남자 무용수의 바지가 펑퍼짐하니 좀 촌스러웠다.
그래서 부스 안내원에게, 탱고의 남자의상이 원래 그런가하고 물었더니,
잘 모르겠다고 웃기만 했다.
그리고 검은자켓 뒤가 터져있었다.
다시말하거니와 그 표정은 진지함과 초연함을 담은 무심의 무표정이었다.
묘한 대조가 참 재미있었다.
둘째, 오래 기다리는 곳이 반드시 최고는 아니다.
오히려 한데 모았다가 옴짝달싹 못하게 붙들어 놓고
강제로 보게 만드는 방식일 수 있으니 참고할 것...ㅎ
멕시코를 비롯하여 몇군데.
물론 볼만 하기는 하다.
벨기에관은 안내원들에게 유니폼이 참 예쁘다고 칭찬했더니
즐거워하면서 아주 친절하게 설명을 했고,
이탈리아 유니폼은 베르사체 협찬이라고 자랑스러워했다.
콩고관에서는
마치 야시장처럼 장사판을 본격적으로 벌였다.
낙타통가죽 혁대를 3만5천원이라하더니
바로 2만원으로 깍아줄테니 사라고 재촉하기도 했다...ㅎ
리투아니아는 미남 세명의 테너가 노래 부르며
마치 피리부는 사나이가 아이들 끌고가듯 사람들을 데려갔고,
프랑스는 역시 깔끔함의 컨셉으로 부스도 꾸며놓았다.
각국의 느낌은 각자 경험해보시기를.
셋째, 식당에 있는 장어탕.
일부러 맛이 어떠한가 점검하기위해 먹었다.
값 12,000원, 통장어탕.
이미 장어에 관한한 여수사람들은 전문가이다.
고기에 숭숭 칼집 내어서
야채나 고사리 등을 넣어 약간 매운 맛을 내기도하고,
또한 된장 풀고 시레기 넣은 방식 모두 익숙하다.
특히 여수 국동 잠수기조합 부근에 있는
세계적인 맛의 통장어탕을 맛본 경험이 많은지라 기준은 분명했다.
주방에서 주인을 불러 말씀드렸다.
여수를 대표하는 음식이니 잘 만들어주십사고.
시식 결과는 다소 실망.
맛은 기준의 65퍼센트,
처음 시작하는 맛이 다소 비렸고 버터냄새같은 느낌이 왔다.
장어고기의 양은 50퍼센트,
얄팍하니 먹을게 없었다.
함께 나오는 밑반찬은 10퍼센트 수준,
달랑 시디신 깍두기 딱 한종류.
아쉬웠다.
여수를 대표하는 음식으로
세계적인 인기를 얻을 야심찬 프로젝트를 발동하여
멋진 장어탕을 선보였으면 좋을텐데.
또 듣기로는 음식의 질을 높이기위해 임대료를 안받았다는 얘기도 돌던데,
사실관계는 잘 모르겠고.
넷째, 여수해양엑스포가 자랑하는 야심찬 프로그램,
오션오페라 와 빅오쇼.
소문도 풍성했던 기다리고 기다리던 두 공연,
중군문화공연도 포기하고 기다렸던 순서.
이날도 수만명이 가득찼다. 인산인해였다.
아, <오션오페라>,
5분 보다 내려와 바닷가에서 놀았다.
대개의 경우, 처음 5분 재미없으면 별까지 별볼 일 없다.
지루하고 감동도 없었다.
중국문화공연은 이미 만원사례, 입장불가.
아,, <빅오쇼>,
역시 5분 보다 내려와 집으로 갔다.
거대한 텔레비전 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영화 아바타 보다도 못하다는 생각.
다시 말씀드리거니와 이것은 나의 입장.
다음에 다시 가서 인내심 있게 보면서
장점과 의미를 새겨볼 생각이다.
참, 순천에서는 무료셔틀열차가 있어서
그것을 이용하면 되는데,
어제는 손님 모시는 관계로 차를 가져갔었다.
순천으로 올라오는 길
차창으로 드는 밤공기가 시원했는데,
역시 여수 공기와는 달랐다.
떠나자마자 여수밤바다가 그리워졌다.
그리고 하루를 온통 보내고 밤이되어서야
슬며시 밀려드는 한 생각이 있었다.
문명과 자연이 하나가 될 수도 있다는 것.
물론, 엑스포 같은 행사가 상업적인 목적에서 출발했겠지만,
인류가 이루어낸 문화와 문명을 나누고 싶은 정직한 소망도 있기 때문에
눈밝은 이들은 거기에서 낭만과 의미를 찾을 수 있다는 바로 그 생각.
더구나 여수의 그 현장은
끊임없이 바닷바람이 불어오고
눈돌리면 넓고 푸른 하늘과 바다가 펼쳐져있어서 더욱 그러했다.
어제 하루 돌았더니 이제야 두루 감이 오기 시작한다.
감사합니다.
첫댓글 아직 엑스포 구경을 못갔는데
교수님 글 읽고 참고 자료로 도움이 될 것 같아요^^
저두 7월에는 자주 갈 예정입니다~
뵌지 오래네요,,
<여수이원규샘생활글쓰기><즐거운인문학>잘진행되고있지요? 대단하십니다..
반드시 꼭 참석하려노력할게요,,ㅎ
등잔밑이 어둡다는말이 여기적용되나요? 저도 미루다미루다 기회가되어서 이제 시작했습니다.
좋은체험이되었으면 좋겠어요..
엑스포에 압권은 분수쇼 같습니다
처음에 실망 했다가 그 분수쇼를 보고
오기를 잘했다 생각했죠^^
맞습니다,,
엄청푸짐한 잔칫상 두고 뭘먹어야할지 모르는 사람처럼
첫날 많이 허둥된 감이 있어요,,,ㅎ
분수쇼랑 잘 지켜보렵니다..
공무원들이 동원되고 있다는 소문도 있습니다.
벌써 세번 다녀온 공무원도 있고..
그래요? 그럴수도 있겠네요,,
관람인원예상수치가 원래계획보다 낮게예상되니 시로서는 부담느껴서,,,,,
그런데 요즈음 여수나 근교사람들은 매우자주 그곳에 갑니다
이제 반기간권도 대폭 할인되었고, 많은 콘텐츠가 무궁하고,
기라성같은 스타들이 하루걸러 공연하고, 밤바다 바람쐬러 간답니다..
저도 이미 3번 갔다왔는데,, 아직 멀었어요,,,ㅎ
혹시 남해 이시면 별로 멀지않으니,, 자주와보세요,,
특히 각국 문화공연도 참 볼만해요,,
추천하신 아르헨티나 탱고 보고 왔습니다.
뭐라고 해야 하나? 탱고 춤을 추기 위해 태어난 몸이라고 해야 하나요. 탄력적이란 생각은 했습니다.
음악이 좋았습니다.
아 그러셨습니까?
저는 그 탱고춤 대여섯번 봤어요.
여러커플들의 춤을 다봤는데,, 그중 한팀은 부부라하더라구요,,
몸, 눈빛, 절도, 직선과곡선의반복,, 감각이 탁월하더군요.
혹시 또 좋은 숨어잇는것있으면 알려주십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