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의 어원 알아보기
[사진 = pixabay]
[교육정책뉴스 왕보경 기자] 대수롭지 않게 사용하던 말들의 어원이 궁금해질 때가 있다. '긴가민가'라는
단어를 쓰면서도, 그 유래나 정확한 뜻은 '긴가민가'한 경우가 많다.'을씨년스럽다'나 '배알이 꼴리다'처럼
대략적인 의미는 알고 있지만, 그 정확한 의미와 유래는 모르고 있는 단어들도 많이 있다. 이러한 말들이
언제부터 쓰인 건지, 유래는 무엇인지 정리해 볼 예정이다.
긴가민가하다
확신이 없고 무언가 명확하지 않을 때, '그런지 그렇지 않은지 분명하지 않은 모양'을 표현할 때 '긴가민가
하다'라는 말을 쓴다.'긴가민가하다'는 어디에서 온 말일까? 먼저, '긴'이라는 성과 '민'이라는 성을 합쳐,
'긴가민가'가 결합된 어형으로 해석하는 경우가 있다.그러나 민이라는 성씨는 있어도, 긴이라는 성은 존재
하지 않는다. 이 점에서 이러한 해석은 설명이 부족하다.
이보단 '기연가미연가'에서 '긴가민가'가 유래했다는 추측이 더 적절하다.
기연가미연가는 '기연가'와 '미연가'를 합친 말이다. '기연가'는 '其然(기연)'이라는 한자어에 의문형 어미 '
-ㄴ가'가, '미연가'는 '未然(미연)'이라는 한자어에 의문형 어미 '-ㄴ가'가 결합된 어형이다. 그러므로 '기
연가미연가'의 의미는 '그러한가, 그렇지 않은가'이다.부사로 쓰이는 '기연가미연가'에 '-하다'를 붙여 형용
사로 만든 것이 '기연가미연가하다'이다. '긴가민가'는 '기연가미연가하다'의 축약형임을 알 수 있다.
배알이 꼴리다
비위에 거슬려 아니꼬울 때, '배알이 꼴린다'라는 말을 쓴다.
이때의 '배알'이란 무슨 뜻일까? '배알'은 창자를 가리키는 순우리말이다. 배알이 꼴린다는 건 말 그대로
창자가 꼬일 정도로 몹시 기분이 나쁘다란 의미를 가지고 있다. 아니꼬운 일을 당해서 '배가 아프고, 불쾌
하고, 편치 않을 때' 사용을 하는 말이다. 남이 잘 되는 모습을 보고 시기할 때도, '배알이 꼴린다'라는 말을
자주 사용한다.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라는 속담과 같은 맥락이다.
'아니꼽다'라는 말도 비슷한 의미를 가지고 있는데, 아니꼽다를 '안이'와 '곱다'로 이뤄진 말로 해석하는 경
우가 있다. 이 해석에서 '안'은 '장'을 뜻한다. '곱다'는 '굽다'와 같은 뜻으로, '아니꼽다'를 장이 굽는다라는
뜻으로 해석하는 것이다. 장이 굽을 만큼, 내장이 뒤틀릴 만큼 불쾌하고 기분이 나쁘다는 뜻이다.
아니꼽다
'아니꼽다'라는 단어는 '비위가 뒤집혀 구역날 듯하다', '하는 말이나 행동이 눈에 거슬려 불쾌하다'의 의미
를 담고 있다.앞서 말했듯, '아니꼽다'와 '배알이 꼴리다'의 의미와 유래가 모두 비슷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아니꼽다'를 '안(內)'을 뜻하는 '아니'와 '한쪽으로 약간 휘어 있다'라는 뜻의 '곱다'가 결합된
어형으로 설명한다. 아니꼽다를 '속이 뒤틀리다', 뱃속의 내장이 뒤틀릴 만큼 말이나 행동이 눈에 거슬려
불쾌하다는 뜻으로 이해한다.
'아니꼽다'의 뜻과 연관지으면 이 해석은 그럴 듯하지만, 잘못된 부분이 있다. '안'이 '內'과 관련된 어형이라
면, 본래 'ㅎ'을 가지고 있었어야 한다. '안이곱다'가 아니라 '안히곱다'라고 나타나야 하는데, 문헌 등을 찾아
보면 원형부터 '안히곱다'가 아닌 '아니곱다'라고 나온다.
이를 통해, 아니꼽다의 '아니'는 '안(內)'과 관련된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아니'는 어떤 의미일까?
바로 부정어 '아니'이다. '아니꼽다'는 아니와 형용사 곱다(麗)가 결합된 단어이다. 곱다, 아름답다, 좋다의
뜻을 가진 '곱다'와 부정어의 결합으로 '곱지 않다'라는 단어 뜻을 가진 것이다.
이를 유래로 한 '아니꼽다'가 '좋지 않다', '곱지 않다'라는 의미를 가진 단어가 된 것이다.
을씨년스럽다
날씨나 분위기 따위가 몹시 스산하고 쓸쓸한 것을 표현할 때 '을씨년스럽다'라는 말을 자주 쓰곤 한다.
어둡고 쓸쓸한 풍경이나 분위기를 묘사할 때, '을씨년스럽다'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만큼 잘 어울리는 것이 없
다. 그렇다면 '을씨년스럽다'라는 말은 어디에서 왔을까?
'을씨년스럽다'의 '-스럽다'는 명사 뒤에서 '그러한 성질이 있음'이라는 뜻을 더하는 접미사로 쓰인다. 유래를
알기 위해 '을씨년'이라는 말의 뜻을 먼저 알아야 한다.'을씨년'은 '을사년(乙巳年)'에서 변형된 것이라는 설이
널리 퍼져 있다.
1905년, 을사년에는 대한제국의 외교권 박탈이 일어났다. 이완용, 박제순 등 '을사오적'이 '을사조약'을 체결
해 강제로 나라의 외교권을 빼앗아 버린 나라의 슬픔과 아픔이 담겨있는 한 해라고 볼 수 있다.
'을사년'은 비통하고 침울한 분위기를 가진 한 해였을 것이다. 민족의 슬픔과 아픔을 표현하기 위해, '을사년
스럽다'라는 말이 만들어졌을 가능성이 높다. 마치, 나라의 주권을 빼앗긴 을사년처럼 침울하고 쓸쓸한 분위
기를 가진다라고 표현하기 위해서 말이다.
그동안 '을사년스럽다'에서 '을씨년스럽다'로 변형이 일어났다는 증거를 찾아보기 힘들었으나, 최근 문헌들
을 통해 '을사년스럽다'에서 '을씨년스럽다'라는 변형이 일어나 쓰이고 있다는 증거가 발견되고 있다.
고주망태
술에 몹시 취하여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사람에게 '고주망태'라는 말을 쓰곤 한다.
고주망태는 '고주'와 '망태'가 합쳐진 단어다. 고주는 술이나 기름 등을 거르거나 짜는 틀인 '고조'가 변한 말
이다. 망태는 가늘게 꼰 새끼로 촘촘히 엮어 만든 그릇인 '망태기'의 준말이다.
고주망태는 술을 거르는 틀 위에 올려두는 망태기를 가리키는 말이었다. 고주 위에 놓인 망태기는 항상 술
에 찌든 상태였고, 이를 본떠 술에 잔뜩 취한 사람에게 '고주망태'라는 이야기를 하게 된 것이다.
심금을 울리다
무언가가 마음에 감동을 일으켰을 때, 우리는 '심금을 울리다'라는 표현을 쓴다.
'심금'이란 외부의 자극에 따라 미묘하게 움직이는 마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지만, 그 유래를 찾아보면
'마음의 거문고'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심금을 울리다'는 석가모니가 제자를 가르치던 중 나온 비유이다. 부처님의 한 제자 중 한명인 '스로오나'는
깨달음을 얻고자 몸과 마음을 다해 누구보다 열심히 수행했다. 그러나 아무리 노력해도 깨달음의 길이 보이
지 않자, 조바심이 들고 지치기 시작했다. 이 때 스로오나에게 부처님이 해준 말이, '심금을 울리다'의 유래가
됐다. 석가모니는 제자 스로오나에게 거문고의 줄이 지나치게 팽팽하거나 느슨하면 고운 소리를 낼 수 없는
것처럼, 수행도 너무 강하거나 약하게 하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없다는 충고를 했다.
마음을 거문고에 비유해, 제자에게 깨달음을 준 것이다. 이 일화를 통해 감동을 받거나, 마음이 미묘하게 움
직일 때 '심금을 울리다'라는 단어를 쓰게 됐다.
출처 : 교육정책뉴스 왕보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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