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현지시간) 파리올림픽 육상 남자 5000m 예선 1조 경기 도중 몇몇 선수들이 트랙에 나동그라지고 있다. AP 통신
밀고 밀치며 트랙에 나동그라졌다. 카메라맨까지 주로에 끼어들어 난장판에 일조했다.
7일(현지시간) 스타드 드 프랑스에서 이어진 파리올림픽 육상 남자 5000m 예선 1조 경기는 혼란의 연속이었다. 결과적으로 남수단 고아 난민 출신 도미닉 로불로(25)가 11일 결선 진출에 실패했다고 잘못된 내용을 알리게 된 것도 이런 혼란의 연장 선이었다. 로불로는 심판진의 정정으로 결선에 진출했다.
영국 대표 조지 밀스와 프랑스의 휴고 헤이가 팔꿈치를 이용해 서로 밀쳐내려 한 것이 발단이었다. 이 바람에 밀스와 애꿎은 세 선수가 도미노처럼 트랙 위에 나동그라졌는데 로불로도 그 중 한명이었다. 로불로는 1조 15위에 그쳤으나 심판이 충돌로 불이익을 받았다며 결선 진출 명단에 올려줘 구제를 받았다.
경기가 끝난 뒤 밀스는 분을 삭이지 못해 손가락을 헤이의 얼굴에 갖다 댔고, 화가 치민 헤이는 밀스를 떠다미는 볼썽사나운 모습까지 연출했다. 지난 6월 유럽선수권대회 은메달리스트 밀스는 "그가 날 떠밀었다"고 말하면서 "그는 물러설 수 있었는데 그러지 않았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밀스는 조 18위에 그쳤으며 "헤이는 프랑스인이며 우리는 프랑스에 있기 때문에" 결선 진출이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심판은 밀스 등을 구제해줬다.
압디하미드 누르(미국)가 7일(현지시간) 파리올림픽 육상 남자 5000m 예선 2조 경기 도중 주로에 넘어져 있다. AP 통신
2조 예선에서는 촬영에 정신이 팔린 카메라맨이 주로에 들어와 선수들을 방해하는 불상사가 벌어졌다. 많은 선수들이 카메라맨을 보고 방향을 바꿔 피했지만 압디하미드 누르(미국)는 충돌해 넘어져 꼴찌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예상대로 흘러간 단 한 가지는 두 차례 세계 챔피언을 지낸 제이콥 잉게브릭센(노르웨이)가 13분51초59로 전체 1위로 결선에 진출한 일이었다. 잉게브릭센은 전날 1500m 메달을 놓친 지 15시간이 안돼 출전, 저력을 보여줬다.
이날 5000m 예선 두 경기가 진행된 트랙 옆 필드에선 남자 높이뛰기 예선이 진행돼 우상혁이 공동 3위로 결선 진출을 확정했는데 무타즈 에사 바르심(카타르)이 뜻하지 않게 햄스트링 부상을 당해 계속 예선 경기에 임할 수 있을지 오락가락하는 진통을 겪었다. 바르심은 다행히 2m27 도전을 계속해 무난히 넘었으나 다시 통증이 도져 힘들어하며 필드를 떠났다.
도쿄올림픽에서 바르심과 금메달을 나눠 갖는 아름다운 우정을 보여 화제를 모았던 잔마르코 탐베리(이탈리아)는 개회식 때 기수로 활약하며 보트 위에서 결혼 반지를 잃어버린 데 이어 현지 적응 훈련 중 평소 좋지 않은 신장 투석에 문제가 생겨 병원을 오가는 등 어려움을 겪었는데 둘 다 나란히 결선에 진출했다. 탐베리가 바르심의 다리를 주물러주는 모습은 상당히 감동적이었다.